여행식탁
고등학교 시절, 제 마음을 깊게 흔든 영화가 있었어요.
바로 일본 영화 러브레터(ラブレター)였죠.
"오겡키데스까—"라는 대사가 하얀 눈 속에 울리던 그 장면은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납니다.
그 영화를 통해 일본어에 흥미를 갖게 되었고,
결국 요리를 배우며 일본에서 일하게 되었어요.
삿포로와 오타루는, 일본에서 근무하던 시절
처음으로 다녀온 제대로 된 휴가였답니다.
눈이 소복이 쌓인 거리, 따뜻한 온천과 해산물, 그리고 잊을 수 없는 디저트.
그 기억은 지금도 부엌에서 무언가를 만들 때마다 제 안에 살아 있어요.
홋카이도, 설경 속의 미식 도시
홋카이도는 일본 최북단에 위치한 섬으로
맑은 공기, 풍부한 자연, 그리고 신선한 먹거리로 유명해요.
그중에서도 삿포로는 홋카이도의 중심 도시로
눈 축제와 라멘, 징기즈칸(양고기 요리) 등으로 널리 알려져 있죠.
삿포로역에서 기차로 30~40분 정도 이동하면 도착하는 곳,
바로 오타루(小樽)예요.
운하를 따라 펼쳐지는 석조 창고들,
가스등이 켜진 골목길, 유리공예 상점이 줄지어 있는 이곳은
한적하고 낭만적인 분위기로 많은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오타루는 한국인에게도 특별한 도시예요.
앞서 말한 영화 러브레터의 촬영지로 유명하죠.
한때 저도,
그 영화를 보고 일본이라는 나라를 처음 꿈꾸기 시작했답니다..
기타카로에서 만난 슈크림의 기억
오타루에는 기타카로(北菓楼)라는 유명한 과자점이 있어요.
바움쿠헨으로 잘 알려진 이 가게의 본점은
운하 근처 고풍스러운 건물 안에 자리 잡고 있어요.
그곳에서 제가 맛본 것은,
의외로 바움쿠헨이 아닌 슈크림이었어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슈 안에
바닐라향이 은은한 크림이 가득 들어 있었어요.
차가운 바람 속에서 한 입 베어 문 그 슈크림은
마치 오타루라는 도시 그 자체 같았어요.
조용하고, 부드럽고, 잊히지 않는 맛이었죠.
카페에서 슈크림과 따뜻한 말차 라떼를 마시며
창밖으로 흩날리는 눈을 바라보던 그 오후의 기억은
지금도 여행의 장면 중 가장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오타루 여행 정보
위치: 일본 홋카이도 서부, 삿포로에서 JR급행 열차로 30~40분
추천 일정: 당일치기 또는 1박 2일 소도시 여행
볼거리: 오타루 운하, 유리공방 거리, 오타루 오르골당
먹거리: 해산물 돈부리, 징기즈칸, 디저트 카페, 기타카로 슈크림
삿포로의 눈 내리는 거리와
오타루에서 먹었던 슈크림 한 입은
그저 여행의 한 장면이 아니라
제가 요리를 사랑하게 된 출발점이기도 했어요.
여행식탁은 그렇게,
그리운 도시와 음식이 만나
한 접시로 다시 살아나는 시간이에요.
너무 더운 요즘,
눈처럼 부드러운 한 입의 기억을 떠올리면 더위를 식혀 보는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