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곳에서만 머무르소서
지난 1월 28일 위안부 피해자 중 한분이자 인권 운동가인 故 김복동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향년 93세. 참 오래도 사셨다. 고통스러운 기억들을 부여잡고 그 오랜 세월을 '누리지' 못하고 '버티셨다'.
그 분을 평생 짓눌렀을 커다랗고 무거운 짐들, 그 피눈물로 얼룩진 응어리들을 나는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 일개 방관자였던 나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일본 대사관 앞에서 사과를 요구하며 수십년 째 해오고 계신 수요집회 한 번 참여한 적 없고 그 분들의 쉼터 한 번 방문해 본 적이 없다. 범인 중 범인인 내가 그분들을 위해서 뭐라도 한 게 있다면 끽해야 할머니들 한 분 한 분 세상을 뜨실 때마다 눈물 한 번 찔끔거리고, 인터넷 쇼핑몰에서 우연히 본 위안부 희망 나비팔찌의 디자인이 예뻐서, 할머니들께 도움이 된다는 알량한 자부심 쬐금 섞어서 구매하고 여름 한 철 왼쪽 팔목에 차고 다닌 게 전부다.
그런데 이 추운 겨울, 찬바람이 휘몰아치는 1월의 끝자락에서 모진 삶을 마감하신 이 할머니의 기사가 유난히 아프게 다가왔다. 마지막까지, 마지막까지 절규하셨다고 한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고. 어떻게 기어이 그들은 사과 한 번 하지 않냐고. 부디 끝까지 싸워달라고. 그 말씀이 너무나 아려와서 버스 안에서 뉴스를 읽으면서 눈물을 하염없이 쏟았더랬다.
고인을 위해 나는 간절히 바라게 되었다. 고통과 한으로 점철된 삶에 대한 보상으로, 아무런 걱정 근심 없는 그 곳, 천국이던 극락이던 상관 없으니 영원히 행복할 수 있는 그 곳에서 영원히 머무르시기를. 다시는 이 세상에 오지 마시기를.
나비 팔찌를 오랜만에 꺼내어 차본다. '희망'이라는 글자가 반짝, 하고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