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에도 공감이 필요해
수업 중 초등 저학년 아이들을 보면 학습 태도가 제각각이다. 그들에게는 3시간이나 되는 수업 시간에 바른 태도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미션이다.
바른 학습 태도는 집중력 향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몸이 배배 꼬이며 태도가 흐트러지는 아이들은 수업 집중력도 짧다.
어려서부터 바른 학습 태도와 습관을 갖는다는 건 매우 중요한 과제인 것 같다. 마음먹고 공부해 보겠다는 중고등 학생들에게도 엉덩이 무겁게 앉아 있는 것 자체가 미션이 되어 버린다. 학년이 높아지며 나쁜 태도가 고착화되기 전, 초등학생들에게 바른 학습 태도와 스스로 몰입하는 집중력을 강조한다. 물론 학부모님들은 눈앞에 보이는 점수로서의 실력 향상이 우선시되는 경우가 많다.
일단, 초등 저학년에게는 학습 태도에 악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들이 있다. 첫 번째는 아이에게 맞지 않는 책상과 의자이다. 계절이 지나면서 늘어나는 나의 눈가 주름만큼이나 아이들은 빠르게 성장한다. 같은 학년이라도 성장 속도는 차이가 나기도 하고 신장이 작은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에 비해 책상이 높아 보이기도 한다. 이런 아이들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문제를 풀며 다리가 의자 위로 올라가는 경우를 많이 본다. 오히려 문제에 몰입하며 나타나는 이런 자세 변형은 개선을 요구하지 않는다. 일정 시간을 두고 관찰하다가 한 문제 해결이 끝난 후 바르게 앉도록 지도하는 편이다.
두 번째는 새 학기 증후군과 현장학습이다. 인생의 경험이 적은 초등 저학년의 경우, 새로운 환경에 쉽게 피로해진다. 이런 스트레스는 다양한 신체적 정신적 증상을 가져오기도 한다. 특히 처음 학교라는 곳에서 그들만의 사회생활을 시작한 1학년 아이들은 체력저하와 함께 수업시간에 꾸벅꾸벅 졸기도 한다. 낯선 학교에서 긴장한 만큼 비교적 친근한 수학 학원에서 긴장이 풀려버린 것 같다. 더구나 난이도 높은 수학 문제는 누구에게나 수면제가 되곤 하니까...
마지막으로는 말 그대로 '초등학생'이니 그럴 만하다는 것이다. 이제 막 공부라는 걸 시작하면서 책상에 앉아있는 연습을 하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개별적인 기질이 영향을 많이 미친다. 놀이를 할 때 가만히 앉아서 노는 것을 즐기는 아이가 있는 반면,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튕기듯 뛰어다녀야 하는 아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전자의 경우에는 수업 자체에 몰입하는 것과는 별개로 일단 '앉아 있는' 것 자체를 잘한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수업하는 세 시간이 그저 고행이 되어 버리는 것 같다. 중간중간 주어진 10분의 쉬는 시간을 향해 가는 50분의 고행이랄까.
일정한 속도로 발을 계속 움직이며 책상 옆에 걸린 가방을 툭, 툭 차던 학생이 있었다. 자주 목격하는 유형이다. 눈은 멍하니 칠판을 응시한 채 자동제어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듯 한 발이 계속 소리를 냈다. 그러면 나는 혼내지 않고 말한다.
"초등학교 2학년이라서 그래."
교실에서 수업을 듣는 10명 남짓의 아이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면, 나는 말을 이어간다.
"선생님이 발 움직이지 말라고 하면 그 말을 잘 듣고 싶은데, 너도 모르게 발이 자꾸 움직이지?"
발을 움직이던 아이가 그재서야 움직이던 발을 멈추고 나를 바라본다.
"선생님도 네가 노력해 주는 거 알아. 대신 또 발을 움직이면 말해줄게. 그러다 보면 발이 마음을 따라오게 될 거야."
그럼 아이가 씩 웃으며 부끄러워하기도, 민망해하기도 한다. 그리고 주변의 다른 아이들이 저마다의 무용담을 늘어놓기도 한다. "나도 집에서 다리 흔들어서 엄마한테 등짝 스매싱 당했어요.", "나는 자꾸 머리카락을 만져서 엄마한테 혼나요."
다같이 웃고 넘어가면서도 각자 나름대로 바른 자세로 집중하려는 마음을 가지는 아이들을 보며, 진심으로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종종 있다. 그럼 나는 능청스럽게 말한다.
"선생님이 지금 우리 반 학생들이 문제 푸는 거 바라보다가 넘 예뻐서 감동받았어. 이제부터 쉬는 시간 줄 거야. 쉬어 쉬어!"
사실 50분이 훨씬 지난 탓에 이미 쉬는 시간을 줘야 했었는데, 아이들의 태도를 칭찬하며 보상하듯 쉬는 시간을 줬던 것이다. 선생님의 능청만큼 우리 반 아이들의 허세도 제법이다. 시계를 확인한 한 학생이 벌써 한 시간도 넘게 지났는데 마치 10분 같았다고 너스레를 떨기 시작하면 "나는 5분인 줄 알았어", "나는 1분!", "나는 1초!" 이렇게 꼬마 허세가 줄을 잇는다.
바른 자세를 독려하고 그 안에서 집중력을 키워 나가는 건 꾸중이 아니다. 마음처럼 되지 않기도 하다는 걸 공감해 주고 앞으로의 노력도 지켜봐 줄 거라는 믿음이 아이를 성장시켜 나간다. 한두 계절이 바뀌면 그 아이는 어느샌가 엉덩이 딱 붙이고 미동도 없이 뚝딱 집중해 내기도 한다.
나그네의 옷을 벗게 하는 건 거친 바람이 아니다. 따뜻한 햇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