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by 미묘

끝내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빽빽한 사람들의 틈에 서 있다. 지하철 환승에 가장 효율적으로 설계된 동선을 몸이 실행해 나간다. 병원에 들어서면 환자들이 주로 이용하지 않는, 건물의 가장 구석진 곳에 있는 엘리베이터로 향한다. 매주 월요일, 최적화된 루트로 최대한 빠르게 호스피스 병동에 가는 방법이 몸에 배어 버렸다.


봉사자 가운으로 갈아입고 나면 마치 호그와트로 가는 9와 3/4승강장을 지나듯 시공간이 바뀌어 버린다. 마약성 진통제로 겨우 붙잡아 놓은 통증 앞에선 환자는 고통의 시간이 빨리 지나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를 바라보는 가족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하는 시간을 옆에 붙잡아 두고 싶은 마음에, 부디 느리게 흘러가길 바란다. 나는 그들의 틈에 섞여 잠시 나의 세상을 잊고 그들의 시간에 마음을 맡긴다. 가만히 들어주고 조용히 손잡아 준다. 부어있는 발을 어루만지며 그들의 신을 향해 함께 기도한다.


대체 내가 왜 호스피스에 이토록 끈질기게 가는지 여전히 알 수 없다. 호스피스봉사를 하며 삶을 배운다는 말도 점점 희석되는 듯 확신할 수 없다. 그저 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에 머문다.


그래서 이젠, 막살기로 했다. 그냥 열심히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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