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세상을 말해보자면], 7장
요즘 친구들은 이걸 상메(상태 메시지의 준말)라고 하나? 나의 카카오톡 프로필 소개글은 오랜 시간 같은 문장으로 머물러 있다.
‘삶의 모든 일들은 그 의미가 있기에’
내가 하는 모든 일들을 적어도 나 자신만은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느끼고 싶은 마음 같은 게 있다. 그리고 돌이켜보면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늘 많은 것들에 허투루가 아닌 꾸역꾸역 최선을 다해왔다. 결국 지금의 나를 과거의 내가 그렇게나 열심히, 잠시도 쉬지 않고, 지금의 이 잘난 나를 꽤나 열심히 만들었다.
누군가는 인스타그램 어플을 지웠을 것이다. 지독히도, 잘 사는 이들의 이야기만 피드로 채워져 있으니, 눈이 피로하고 마음도 피로했을 거다. 내 자존감을 깎아먹는 일을 내 손가락으로 하고 있다는 서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을 거다. 그리고 이 원흉이 결국은 인스타그램 때문이라며, 꾹 눌러 휴지통으로 버렸을 거다. 아 속 시원하다.
하지만 그 인스타에 수없이 많이 보이는 잘 사는 이들도 하루아침에 그런 삶을 살게 된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수천 장으로 시작하기도 한다. 수천 장은 단 한 장의 사진을 위해 찍어낸 동시간대 아쉬운 작품들을 말한다. (요즘 스마트폰 카메라는 사진작가급으로 사진이 잘 나온다며)
아무튼 수없이 많은 콘텐츠가 난무하는 이 세상에서 살아남는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다면, 그 잘난 선천적인 얼굴과 피지컬만으로 살아남았다고 하기엔 그들의 노력이 너무 저평가되고 있다고 느낀다.
하루 24시간의 절반 이상의 시간을 인스타그램 속 공간을 드나들고, 좋아요와 댓글에 민감해하고, 팔로우에 집착하면서 겪는 수없이도 많은 가상공간 속 이슈들이, 결국 그들을 살아남게 만들었다. 그들도 결국은 손에 무언가를 계속 쥐고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말이다.
“당신은 정말 인스타그램을 그런 이유로 미워할 자격이 있는가.”
방어회를 노래를 부르던 조 모씨는 ‘B모 리테일’에 다닌 지 일 년쯤 됐다. 그저 방어회가 빛이라며 9시에 문을 닫는 횟집인데도 불구하고 부천역까지 방어를 먹으러 갔었다. (너무 맛있어서 후회는 없다) 회에 소주 몇 잔을 걸치니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거리를 걷다 문득 그 친구는 가방에서 빵을 꺼내더라. 그가 관리하는 편의점에서 유통기한이 다된 빵이라며, 하나씩 뜯자며 꺼내더라. 아 꽤나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타이밍이다. 달달한 게 당겼는데 잘됐다 생각한 바로 그 타이밍이었다. 역시 그도 언제나 무언가를 손에 쥐고 있기에 제격인 타이밍에 무언가를 해낼 수 있었다. 비단 큰 무언가를 뜻한 것이 아니다. 이런 사소한 것들이 그 기회라는 것에 절묘한 타이밍을 맞출 수 있다. 빵이든, 입담이든, 마음이든.
일근육이라는 말이 있다. 계속해서 해내다 보면 그저 신경 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그 계속하던 일을 잘하게 된다는 거다. 사람을 채용하는 일에 경력을 증명하는 일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런 맥락이라고 느낀다. 그리고 그것은 사람을 그렇게도 틀에 가두기도 한다. 쓰임에 따라 긍정적이기도, 부정적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관점에 긍정적인 편이다.
‘삶의 모든 일들은 그 의미가 있기에’
지금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는다고, 아무런 가치가 없는 삶을 산다고 말할 수 없다. 사람의 경험은 매우 중요하다.
외식업계에서 일했던 내 지인은 음식점에 가면 주문할 때나 요청할 때마다 꼭 “감사합니다”를 붙인다고 한다. 그도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고마우면서 일할 맛이 났다면서.
컨설턴트로 근무했던 내 친구는 항상 말투에 힠경쓰면서 이야기한다. 혹시나 그의 말투가 의도와는 다르게 전달되어 상대방이 오해할까봐 마음에 걸린다면서.
정말 하찮은 일들, 그냥 잠깐 머무르고 떠날 일이라고 무심하게 넘겨 왔던 그런 경험들도 우리의 인성과 행동방식으로 쌓인다.
누군가는 자격증 공부를 하고, 누군가는 취업해서 경력을 쌓고 있고, 또 누군가는 무언가에 좌절해 아무 여력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냥 보내는 하루여도 그냥 보내는 것 자체로 괜찮다. 오늘의 내 일상은 가치롭다. 오늘의 내 일상은 나를 만든다.
- 쉬면 쉬는 대로, 바쁘면 바쁜 대로
#why #just_because #experienced
(20191128, 내가 쓴 글)
지금은 일단 무엇이든 손에 쥐고 있기를 바란다. 쉬면 쉬는 대로, 바쁘면 바쁜 대로, 살아가겠지만 그 살아가는 동안을 그저 무의미함으로 채우지 않길 바란다. 적어도 마음만은 내 손에 무언가를 쥐고 있음을 믿었으면 한다.
자신이 하는 모든 일들은 내 일상의 근육에 축적된다. 그리고 그것은 능력과 습관과 행동의 원동력이 된다. ‘근묵자흑’이라는 말이 있듯이, 내 손이 쥐고 있는 그 일이 바로 현재 나의 대부분을 만들고 있다. 지금 읽고 있는 브런치가 그저 킬링타임이 만드는 삶의 에너지일 수도 있고, 손에 무엇이든 쥐어야겠다는 동기부여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글을 써봐야겠다는 새로운 다짐이 될 수 있다.
필자는 지금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의 손에 무엇이 쥐어 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그것이 당신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하다. 아무것도 아닌 것도 당신에게는 어떤 의미가 될 수 있다. “지금은 일단 무엇이든 손에 쥐고 있어야 한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가 사는 세상을 말해보자면] 7장 끝.
이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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