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의 긍정에 대하여], 29일 차
이 사회는 이제 인터내셔널 사회다. 괜히 영어를 쓰고 난리냐 하시는 독자들도 있겠지만, 오늘 콘셉트가 그러하다. 어제 친구 집에 놀러 가서 느지막한 디너를 먹었는데 그 친구가 이런 콘셉트를 잡았더이다. 대화를 영어로 하는 게 재밌다나 뭐라나.
지금은 이 글의 독자가 내 콘셉트에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고 있겠지만, 어제는 내가 그 콘셉트에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비긴 어게인’과 ‘라라 랜드’를 봤다. 친구가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던 파일 덕에 이 명작들을 다시 볼 수 있었다! 술을 좀 먹어서 그런가. 들리는 영어를 계속 따라서 말했다. 그러자 내 친구가 그 이상한 콘셉트를 잡기 시작했던 거다.
이런 건 어떻게 말해야 하나
저런 말은 뭐라고 이해해야 하나
이런저런 것들을 얼마나 다양하게 말할 수 있나
영어 과외를 해주러 난 이곳에 온 것인가. 그러면서도 네이티브들이 네이티브가 아닌 언어를 공유하는 일이 꽤나 재밌었다. 처음엔 분명 이상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나중엔 오히려 열심히 가르쳐주면서 인터내셔널 소사이어티에 걸맞은 대화를 이어갔다.
- 독자 생각 : 진짜 이 작가 왜 이래.
이 친구, 전화 영어까지 결제할 기세다. 라라 랜드가 이렇게 사람 하나를 국제적 인간으로 커가는 데 기여했다. 문득 궁금했던 것은 나는 어떤 계기로 이렇게나 영어를 열심히 해왔지 하는 것이었다. 누군가와 대화를 하기 위해 그랬었나? 외국에 나가 살기 위해 그랬었나? 왜 영어 잘 해내고 있지? 하는 그런 생각. 아무 이유 없이 해온 것들 중에 영어가 있었구나 하는 생각.
아마 어떤 뜻이나 목표가 확실했다면, 거창하지는 않겠지만은 좀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일을 해내기 위해 무언가를 시작하겠다고 마음먹었다면, 단숨에 라라 랜드와 필자와의 대화 고작 2개로 시작된 작은 목표가 영어를 열심히 해봐야겠다는 시작을 무척이나 빨리 결심한 것처럼, 그렇게 그 무언가 를 계속 해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었겠다 싶다. 작은 목표들을 성취해가며 살아갔던 어언 2-3년 전의 기간을 되새기며, 아무 이유 없이 해온 것들을 뒤로하고 나만의 이유를 세워 무언가를 시작하고 꾸준히 해봐야겠다.
29일 차의 어제, 한국인들끼리 만나 쓸데없이 영어를 쓰는 모양이 좀 이상하다고 느끼기도 했지만, 29일 차의 오늘, 그것도 그 나름의 이유에서 시작된 것이라 깨닫고 나 자신을 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