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개 똥

by 김민

똥이라 하지 마라.

날 더 이상 무시하지 마라.

차라리 ‘실’ 지우개라 해다오.


난 너의 모든 실수와

네가 싫어하는 더러운 때를 지우고,

네가 추구하는 청결함과

네가 좋아하는 새로운 기회를 위해

온몸을 불살랐다.


아무 데나 굴러다니고

또 아무렇게나 내팽개쳐지는

너의 은인을 보라.

네 손때와 압력과 열을 견디고

너를 위해 싸워 준 은인에게

따듯하게 대해 주라.


나는 변하지 않았다.

나는 찌꺼기가 아니다.

너의 잦은 실수와

네가 싫어하는 더러움과 싸우느라

검댕이 조금 묻었을 뿐이다.


똥이라 하지 마라.

날 더 이상 무시하지 마라.

차라리 ‘실’ 지우개라 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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