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점심이란 말은 살짝 점찍을 정도로 가볍게 먹는 끼니라는 뜻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아침은 든든하게, 점심은 가볍게 먹거나 건너뛰기도 했다. 세 끼를 다 챙겨 먹을 여유가 없었던 것이 한몫했을 것이다.
요즘은 아침을 가볍게 먹고 점심을 든든하게 먹는 경우가 많다. 아침 시간이 바쁘다 보니 대충 때우고 점심은 밖에서 먹게 되는 경우기 대부분이다. 아침을 간단히 먹었으니 배가 고파서도 점심은 제대로 먹게 되고, 점심을 든든히 먹지 않으면 버티기 어렵다. 남은 일과를 이어갈 수 있는 에너지를 주는 시간인 셈이다. 어쨌든 점심시간은 일과 중에 점을 찍듯 휴식과 에너지를 보충하는 시간이다.
끼니를 챙겨 몸에 에너지를 채우는 것처럼 마음에도 에너지를 채워줘야 한다. 채우지 않고 계속 쓰다 보면 마음도 지쳐버리기 마련이다. 전날 퇴근 후 재충전해서 아침이면 굳은 맘을 먹고 활기차게 하루를 시작해도 점심시간쯤이면 이미 마음이 너덜너덜해져 버릴 때가 많다. 점심시간에는 음식으로만 점을 찍을 것이 아니라 마음에도 점을 찍듯 휴식을 주어야 하지 않을까.
마음이 고장 나서 좀처럼 기운이 나지 않고 무기력해지려고만 할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일단 억지로라도 몸을 움직이는 것이다. 몸을 움직이다 보면 뜻하지 않게 활력을 찾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운동은 몸을 건강하게 해 줄 뿐만 아니라 마음도 건강하게 만드는 방법이다.간단한 스트레칭만으로도 몸과 함께 마음이 순환하기 시작한다.
마음에 에너지를 주는 또 다른 좋은 방법은 바로 명상이다. 명상하는 시간은 마음의 휴식 시간을 주는 시간이라고 하는데, 지난 5월부터 명상을 해보니 그 말이 이해가 된다. 실제로 얼마 전에 쉼 없이 글자와 화면을 들여다보고 손을 놀리다 보니 어느 순간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일단 잠시 눈을 감고 나의 명상 선생님인 코끼리 앱을 열고 명상을 했다. 10분 조금 넘는 명상을 했는데 놀랍게도 두통이 사라졌다! '명상이 정말 효과가 있구나'하고 실감한 순간이다.
몸을 움직이거나 명상을 하면서 마음에 휴식을 줘야겠구나 생각하다 보니 문득 '둘을 함께 하면 더 빨리, 더 강력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명상은 자리를 잡고 하는 건데... 안 되겠네... 하는 순간 '아! 그러면 되겠네!'하고 머리를 스친 생각이 있었다. 몸을 움직이면서 명상까지 해서 즉각적으로 마음에 휴식을 주는 것, 바로 산책이다!
가볍게 산책하며 주변 사물에 시선을 주면 색깔 명상, 주변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소리 명상, 크게 심호흡을 하며 내 몸의 상태를 살피면 바디스캔 명상, 잡념이 떠오를 때 그 생각을 알아채고 지금 현재에, 내 맘과 몸의 상태에 집중하면 알아차림 명상인 것이다.
점심 식사 후 산책에 나서자. 동료나 친구와 이야기 나누며 산책하는 것보다는 혼자만의 산책을 즐겨보길 권한다. 마음에 점심을 주는 시간이다.
점심시간에 가벼운 산책을 즐겼다면 아침이나 저녁 시간, 주말 등에는 본격적으로 걷기에 도전해 보자. 산책의 확장판인 걷기 역시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나도 가볍게 산책을 하다 최근 들어 본격적으로 걷기에 나섰다. 처음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해야겠다 결심하고 떠오른 건 요가와 달리기, 자전거 타기, 걷기 등이었다. 햇볕을 쬐며 할 수 있는 것을 찾다 보니 달리기는 힘들고 자전거는 서툴러서 걷기가 내게는 딱이다.
요즘 나는 하루 최소 5 천보 이상은 걸으려고 한다. 만보 걷기가 유행인데 걸어보니 나는 한 번에 만보는 무리였다. 한 번에는 6 천보 정도가 적당하고 최대 8천보다. 만보 이상을 걸으려면 나누어서 걸어야 한다. 그 이상을 걸으면 발이 감당을 못한다. 각자에게 맞는 거리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삶이 버거운 당신에게 달리기를 권합니다》(마쓰우라 야타로)를 읽고 신발의 중요성을 제대로 알았다. 약간 헐렁한 신발이 편해서 발에도 좋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신발의 본질적 용도가 발을 감싸서 보호해주는 것이므로 발에 꼭 맞게, 살짝 낀다 싶게 신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때부터 귀찮더라도 신발끈을 쫙 잡아당겨서 신는다. 벗을 때 풀러야 하니 불편하고 신을 때 다시 당겨 신어야 하니 참 귀찮다. 하지만 당겨 신어보면 안다. 발이 편하다는 걸, 걸을 때 발이 보호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쓰우라는 늘 같은 길을 뛴다고 한다. 자신이 어느 지점에서 힘든지, 향상되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나도 걸을 때마다 같은 길을 걸어본다. 똑같은 길을 걷는다는 것이 좀 따분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세한 변화를 찾아본다. 어제 못 본 풍경이나 나무, 풀 등을 오늘 만난다. 오늘 못 본 풍경을 내일 만날 것이다. 하늘의 구름이라도 달라진다. 같은 거리의 바람, 온도 등도 그날그날 다르다. 마주치는 사람도, 간혹은 가게가 바뀌는 엄청난 변화를 보는 일도 있다. 그런 사소한 변화에 민감해지려 한다.
마쓰우라는 일주일에 세 번씩 10km를 1시간 페이스로 달린다고 한다. 무슨 일이 생겼을 때 10km를 너끈히 달릴 수 있으면 든든하다고 한다. 실제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교통이 마비돼서 사람들이 걸어서 귀가해야 했는데 그때 뛰어서 어린이집에 있는 아이를 데리러 갔다는 니시모토라는 분의 이야기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재난이 발생해서 대중교통도 통신도 먹통이 되어 버리는 때에는 '스스로가 이동 수단이 되어야겠구나'라는 깨달음!
난 달릴 자신은 없으니 걸어서 10km를 무리 없이 갈 수 있게 해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1시간 30분 정도면 9 천보를 걸을 수 있는데 9 천보면 약 6km, 차로 15분 정도의 거리를 갈 수 있다. 10km 거리를 걸을 능력을 기르려면 13,000보 정도니 두 시간 이상 걸릴 것이다. 두 시간 정도는 무리 없이 걸을 수 있어야겠다. 요즘은 1시간 정도는 거뜬히 걸을 수 있으니 조금만 노력하면 비상시에 이동 능력 하나는 갖출 수 있겠다. 어떤 상황에서도 가동되는 교통수단을 확보할 수 있고 몸과 마음의 건강도 챙길 수 있다. 환경에 도움이 되는 것은 보너스.
점을 찍듯 가벼운 산책으로 마음에 점심을 주자. 걷기로 몸과 마음에 활력을 찾고, 내가 원하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 능력과 자유를 갖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