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기행

by 민정애

요즘 도서관에 들르는 재미가 쏠쏠하다. 새로 이사 온 집에서 30분 정도 걸어서 갈 수 있는데 조용한 산책길을 따라 갈 수 있어서 사색하기에 아주 좋은 시간이다. 도서관에 들어서면 조용한 분위기부터 우선 마음에 든다. 보고 싶은 책을 골라 열람실에서 볼 수도 있고 집으로 책을 빌려올 수도 있다. 내가 보고 싶은 책을 마음 것 볼 수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오늘은 새로운 산책길을 발견해보려다 오는데 조금 시간이 더 걸렸다. 지름길인줄 알고 들어섰던 길이 막다른 길이 되어 다시 돌아 나왔기 때문이다. 우리 인생도 조금 편하게 살려다 오히려 손해 보는 일이 있다는 것을 일깨우는 하루였다. 오늘은 얼마 전 가입한 독서클럽에서 다음 주에 토론할 박광수의 ‘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이면 시를 읽는다’ 라는 제목의 책을 빌려 보았다. 작가가 좋아하는 시를 모아 놓은 책 이었는데 덕분에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시들을 읽는 기회가 되었다. 책을 읽고 나올 때 느끼는 뿌듯함은 말로 표현 할 수 없다. 오후 두 시쯤 들어갔는데 저녁 어스름에 도서관 문을 나섰다. 나는 하루 중 이 해질녘 시간이 제일 좋다. 어둠이 조용히 내리는 대지가 장엄하게 느껴지고 미풍에 흔들리는 나뭇잎 하나하나에도 자연의 신비를 느끼며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산책길을 따라 다시 집으로 돌아오며 젊은 날을 회상한다. 아이들이 공부하던 벤쿠버에 들를 때면 동네마다 있는 도서관이 제일 부러워 시간 날 때마다 그곳에 갔었다. 항상 배움에 목말라 했던 그때는 도서관에 가는 자체만으로도 행복했다. 그런데 20 여년이 흐른 지금 우리나라가 눈부신 발전을 하여 그곳 보다 훨씬 좋은 시설의 도서관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이제 아이들도 결혼해서 나가고 책 읽을 시간도 많아졌다. 그동안 사느라 바빠서 하지 못했던 책 읽기를 마음껏 하기로 다짐한다. 그러나 요즘 몇 가지 고민이 있다. 눈이 자꾸 침침해져 돋보기를 끼고도 책 보기가 불편 해지고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아 금방 읽고도 무슨 내용을 읽었는지 기억나지 않을 때가 많다. 물론 이해력은 젊었을 때 보다 나아졌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젊었을 때 이해되지 않던 고전을 다시 읽어보면 고개가 끄덕거려지니 나이 드는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우겨본다. 기억력이 없어진 대신 이해력이 생긴 것에 감사하는 것이 자연에 순응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안 좋아진 기억력은 메모하는 습관으로 이겨나가면 될 것이다. 시력은 더 이상 나빠지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그것도 자연의 흐름에 맡기는 수밖에 도리가 있겠는가. ‘독서야말로 인간의 으뜸가는 깨끗한 일’ 이라고 말한 다산 정약용의 깊은 뜻과 ‘책은 생명 보험이며 불사를 위한 약간의 선금’ 이라고 말한 움베르토 에코의 말을 다시 한 번 새기며 도서관 기행을 계속 하리라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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