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노 사피엔스

스마트폰이라는 도구를 든 사피엔스

by 민정애

포노 사피엔스


며칠 전 손주들과 오랜만에 햄버거 가게에 갔다. 입구에 무인 주문대가 있는데 어떻게 사용하는지 몰라 어리벙벙하고 서 있으려니 초등학생인 손주들이 그 앞으로 모여들며 척척 주문을 한다.

언제 이렇게 세상이 바뀌었나. 우리 같이 나이 든 사람에게는 그저 사람이 주문을 받아야 내

의사가 잘 전달될 것 같아 마음이 편한데...

이런 생각을 하며 나 자신을 돌아본다. 인터넷 세상이라 떠들어 대더니 어느새 디지털 시대가 된 것이다. 그뿐인가 매스컴에서는 4차 산업 시대에 돌입했다고 하는데 우리 세대는 그저 남의 세상 얘기인 것처럼 관심을 두지 않는다. 나는 스마트 폰 앱을 통해 몇 가지 전자 지갑을 다운로드하여 사용하고 있다. 이 정도 만으로 친구들 사이에선 앞서가는 친구란 소리를 들었다. 며칠 전 지인에게 송금을 받는데 전자지갑 주소를 주니 이런 은행도 있어? 라며 역시 너는 앞서가는 친구야 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으며 아직 무인 주문대가 부담이 가고 인터넷 쇼핑에도 익숙지 않은 자신이 부끄러웠다. 세상은 빛의 속도로 변하고 있는데 나이 먹은 사람은 그저 옛날 것이 좋다고 변화하려 하지 않는다.

이제는 어른들이 배워야 할 때이다. 우선 내가 배워야 할 것을 체크해 보자.

첫째, 인터넷 쇼핑이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마트에서 장보는 것도 힘들어질 것이다. 인터넷 쇼핑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가끔 급하게 필요한 것이 있으면 며느리에게 부탁해 인터넷 주문을 한다. 이제부터는 며느리에게 부탁하는 일은 삼가자. 나는 집에서 주로 TV홈쇼핑을 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앱을 다운로드하여 쇼핑을 하면 평균 5~10%는 할인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그것도 배우기 귀찮아 싸게 사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시도하지 않고 나에게 익숙한 TV홈쇼핑을 고집했다. 이런 어리석은 나를 반성하자. 당장 앱을 다운로드하고 실천해 보자.

둘째, 음식점이나 패스트푸드 점의 무인 주문대를 사용하는 습관을 갖자. 얼마 전 음식점에 갔는데 무인 주문대를 이용한 사람에게는 달걀 하나씩 서비스하고 있었다. 나는 종업원에게 주문을 해서 달걀을 받지 못했다. 이것도 나이 먹었다는 핑계로 새로운 문명을 받아들이는 것에 게을리 한 내 탓이다.

셋째, 스마트 폰 사용법에 익숙해지자. 요즘 일본의 84세 할머니가 스마트폰의 번역 기능과 구글 지도를 다운로드하여 세계여행을 혼자 다니며 ‘나이 들수록 인생이 점점 재밌어지네요’ 란 책을 펴낸 것이 화제가 됐다. 그분은 일찍이 디지털 기술을 활발하게 사용하기 시작했단다. 엑셀 프로그램을 통해 자기만의 액세서리를 만들고, 페이스북을 통해 친구를 사귀고, 나아가 노인이 즐길 수 있는 스마트폰 게임이 없다는 것에 주목, 6개월간의 고군분투 끝에 아이폰용 게임 앱을 개발하므로 ‘세계 최고령 앱 개발자’가 된 것이다. 그 책을 읽으며 그동안 그저 디지털 세상은 우리 노년에게는 다가오지 않을 세상처럼 알려고 하지 않고 배우려고 하지 않은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다.


어제는 우연히 유튜브에서 ‘포노 사피엔스’라는 단어의 뜻을 알게 되었다. 성균관 대학교 기계 공학부 최재붕 교수가 ‘포노 사피엔스’라는 제목의 책을 낸 것이다.

포노(Phino)는 스마트폰을 의미하는 라틴어 란다.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ce)는 스마트폰이라는 도구를 든 사피엔스가 새로운 인류로 진화했다는 의미다. 스마트폰을 마치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하는 사피엔스가 주도하는 변화, 이것이 4차 혁명의 본질이다.’라고 쓰여 있었다.

이제는 모든 기준이 이 포노 사피엔스 기준으로 변화한다고 한다. 아니 이미 변화했다.

유통, 의료서비스, 은행 시스템, 지불 시스템, 등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모든 것이 바뀌어 버렸다. 그런데도 우리 기성세대는 이 새로운 문명의 도래에 빨리 익숙해지려 하지 않고 우물쭈물 댄다. 본인만 우물쭈물하는 것은 문제 되지 않지만 젊은이들에게 기존 방법이 옳다고 고집한다. 그러다 보면 젊은이들과 기성세대의 갈등은 고조될 것이다.


‘포노 사피엔스 문명을 이해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살아남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명운이 달려있다! ‘혁명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위기보다는 기회를 볼 수 있도록, 혼란스러움보다는 현명함을 지니고 살아나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니 블록체인이니 듣기만 해도 아리송한 기술의 변화와 더불어, 시장 생태계의 중심에 등장한 ‘신인류’로 인해 전 세계 비즈니스 질서와 자본의 무게가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문명의 교체가 일어나는, 바야흐로 ‘혁명의 시대’다.


‘이 책은 세상이 왜 이렇게 바뀌고 있는지에 대한 그 이유를 명확하게 말해준다. 4차 산업혁명이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 들리는 사람, 자신과 전혀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당장 먹고사는 게 바빠 미래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반드시 읽길 권한다. 그래야 ‘망친 미래’를 만나지 않을 수 있다. 미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말할 필요도 없다. 다가오는 시대에 생존하고 싶은가? 판을 뒤집을 기회를 잡고 싶은가? 그렇다면 이 책을 꼭 읽어라!’

위에 쓰인 출판사 서평을 보고 이 책부터 인터넷 주문을 했다.

내 것이 옳다고 나이 든 사람의 말을 들으라고 고집부리는 어른이 되지 않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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