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내 나이가 참 좋다. 젊었을 때 몰랐던 아름다운 것들을 발견하게 되니 말이다. 풀꽃 한 송이도 예사로 보이지 않고 간단한 음악 선율에도 감동이 일렁이고 시 한 편으로도 마음의 풍요를 느끼니 그저 이 나이까지 살아 있다는 것이 감사할 뿐이다. 요 며칠은 임윤찬의 음악에 빠져 살았다. 그가 이번 16회 반 클라이번 콩쿠르 준결승에서 연주했던 리스트의 ‘초절 기교 연습곡’과 결승에서 연주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을 계속 들었다. 그의 연주를 보는 순간 사람이 저렇게까지도 할 수 있구나 였다. 그 감동은 어떤 감탄사로도 표현할 수 없다. 도대체 신은 우리 인간에게 얼마나 무한한 능력을 주셨을까 경외심이 든다. 임윤찬의 연주를 통해 그동안 이름만 알고 있었던 리스트와 그 곡이 나오게 된 배경도 검색을 통해 알게 되니 흥미롭다. 악마적 기교를 요구한다는 ‘초절기교 연습곡’은 작곡가 슈만이 ‘이 작품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는 사람은 리스트 자신뿐’이라며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또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은 피아니스트의 무덤이라 불릴 만큼 극악의 난이도로 작곡된 곡이란다. 압도적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결코 연주할 수 없는 곡을 18살인 어린 피아니스트가 해낸 것이다. 오케스트라를 피아노 속으로 끌어들이는 듯한 강렬한 연주와 철학자의 자기 성찰 같은 서정이 함께 어우러진 연주에 할 말을 잃었다.
나는 음악을 들으며 요리할 때 많이 행복하다. 클래식에 대해선 문외한이지만 나이 들어가며 점점 클래식 음악에 무한한 감동을 느낀다. 그동안 자주 듣는 곡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슈베르트 연가곡, 비발디 사계, 모짤트 피아노 소나타 정도였는데 임윤 찬을 계기로 리스트, 라흐마니노프 등 그동안 잘 들어보지 않았던 작곡가들의 음악도 많이 찾아들어 보고 싶다. 음악을 듣다 보면 그 음악의 배경이 궁금해지고 작곡가들의 삶이 궁금해진다. 이런 호기심은 나를 독서로 이끈다. 오늘은 도서관에서 ‘당신에게 베토벤을 선물합니다’라는 제목의 책을 빌렸다. 바라건대 앞으로 더 나이가 들어도 책을 볼 수 있을 정도의 시력과 이런 지적 호기심이 유지되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