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쟁이 후배님들
후배에게 전화가 왔다. 책을 출판하는데 추천서를 써 달라는 부탁이다.
나는 지난 5년 동안 독서클럽에 나갔다. 2주에 한 권씩 책을 읽고 함께 만나 토론하는 모임이다. 총인원은 6명.
모두 3, 4, 50대이고 나만 70대이다. 모두 나의 며느리 또래이다. 처음에는 그들의 젊은 에너지와 거침없는 행동에 약간의 이질감을 느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과의 대화는 나에게 새로운 통찰을 안겨 주었다. 그리고 그들의 관점과 삶의 방식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다.
같은 책을 읽고 같은 주제에 대해 토론하면서 구성원들의 다양한 시각은 나의 좁았던 시야를 넓혀주었다. 무엇보다 열심히 공부하며 삶을 배워나가는 젊은이들이 많다는 것에 감탄했다. 이런 젊은이들이라면 그들 개인의 발전은 물론 가정, 사회, 나아가 국가의 미래도 밝을 것이다. 독서클럽처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는 자리는 서로의 생각과 관점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나이는 나만의, 그리고 그들만의 고유한 경험과 관점을 담고 있지만 서로 자기 것이 옳다고 주장하지 않고 합리적인 접점을 찾는 과정에서 사고의 유연함을 습득한다.
그들이 세상의 변화에 빨리빨리 적응하는 모습을 보면 숨이 찰 정도이다. 특히 디지털 시대 적응 방법과 새로운 기술에 대한 이해는 나로서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음에 주눅이 든다. 그렇게 주눅이 들어있는 나를 그들은 따뜻한 말로 위로한다. 내가 자기들의 롤모델이라나, 나이 들어서까지 책 읽고 글 쓰고 피아노 치는 나를 닮고 싶단다. 그렇게 말해주는 그들이 사랑스럽다.
이번에 우리 독서클럽 회원 중 두 명이 책을 출판한다. 일을 하면서 어렵게 아이를 가진 일, 바쁜 육아 생활 속에서도 '엄마'라는 브랜드를 확실히 정립시킨 과정을 소상히 독자에게 알리고 싶단다. 또 다른 회원은 회계전문가인데 가계부를 쓰며 재테크하는 방법을 온라인으로 강의하더니 다음 달에 재테크에 관련된 책을 출판한단다. 참 기특한 젊은이들이다. 독서가 아니었으면 할 수 없었던 일이라고 그들은 입을 모은다. 나 역시 독서클럽에 나가지 않았더라면 지금처럼 꾸준히 책을 읽지 못했을 것이고, 편협한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또 젊은 사람들과 교류하지 않았다면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세상에 적응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내가 그들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면 내가 그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생각해 본다. 현대의 지식은 그들을 따라갈 수 없지만,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지는 얘기해 줄 수는 있을 것 같다. 좀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인간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부부지간에 너무 따지지 말고, 자식에게는 덕을 베풀고, 부모님의 삶을 존중하고, 매 순간 내 마음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잘 살피고. 너무 잔소리가 많다고 할까 봐 이만.
지난 5년 동안의 독서의 결실로 책을 출판하는 두 후배들에게 진심으로 격려와 축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