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 글쓰기 수업을 마치면 나는 읽을거리 부자가 된다.
합평하기 위해 서로 나누어 가진 수강생들의 작품이 있기 때문이다. 두 시간의 수업 시간에 모든 수강생들이 발표해야 하므로 미처 발견하지 못한 비문 등을 찾아보고, 수필의 형식에 맞는지, 소재는 잘 정했는지, 어색한 부분이 있는지 살펴본다.
오늘은 수강생들의 글을 읽으며 '그래 이처럼 진실한 문장이면 됐지. 글 쓰는데 무슨 이론이 필요하고 형식이 중요한가. 비문, 정문을 굳이 왜 찾아내야 하는가?' 하는 마음이 들었다.
어린 시절 귀환동포(일제강점기 때 일본으로 건너가 해방되고 고국으로 돌아온 사람)로서 겪었던 가슴 아픈 일들을 진솔하게 풀어낸 홍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진실한 문장'의 힘을 새삼 느꼈다. 선생님의 힘들었던 유년시절의 그림이 내 눈앞에 펼쳐지며 나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다. 그 힘든 시절을 잘 통과하여 멋진 어른이 되신 선생님께 아낌없는 찬사와 존경을 드린다.
또 처녀 시절 시골 버스 운전사에게 반해 버스 타고 오는 내내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착각은 자유'라는 제목의 김 선생님의 글은 우리 강의실을 웃음바다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처럼 수필은 개인의 내면을 드러내는 글이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솔직하고 깊이 있게 표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형식에 맞추려고 억지로 기교를 부려 쓴 글은 언뜻 보면 수려해 보이지만 감정 전달이 되지 않아 글에 생명력이 없다. 마치 속 빈 여자가 화장만 진하게 한 것 같은 상황이라면 지나친 표현일까.
헤밍웨이가 글을 쓰다 막히면 자신에게 독백했다는 문장이 떠 오른다. <헤밍웨이 글쓰기>
'걱정하지 마. 항상 글을 써왔으니 지금도 쓰게 될 거야. 그냥 진실한 문장 하나를 써 내려가기만 하면 돼. 내가 알고 있는 가장 진실한 문장이면 돼.'
"그러면 마침내 진실한 문장을 하나 쓰게 되고 거기서부터 다시 글을 시작했다. 그 다음부터는 쉬웠다. 내가 알고 있거나 누군가에게 들었거나 어디서 본 적이 있는 진실한 문장 하나는 언제나 있기 마련이다.
처음부터 장황한 글을 쓰거나, 뭔가를 과시하려는 것처럼 글을 쓰기 시작하면 복잡한 무늬와 장식들을 잘라내고 처음에 썼던 단순하고 진실한 평서문 하나로 다시 시작하면 된다는 사실을 깨우쳤다."
나는 오늘 또 배웠다. '진실한 문장의 힘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라는 것을.
어른들의 글쓰기는 단순한 문장이나 단어의 나열을 넘어서 깊은 삶의 경험과 지혜들로 가득 차 있다. 각기 다른 삶의 길을 걸어온 이야기 속에는 우리가 현대 사회에서 놓치기 쉬운 소중한 가치와 교훈이 담겨 있다.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표현한 진솔한 글 속에는 아름다움(나 다움)이 있다. 이는 나에게 큰 영감을 주며, 내 삶과 글쓰기에 대한 시각을 새롭게 만들어준다.
매 수업마다 수강생들이 보여주는 열정과 진지함은 나에게 큰 힘이 되며, 이러한 소중한 경험을 통해 모두가 함께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다.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이 여정이 오래도록 지속되길 기원하며 오늘의 진실한 문장 하나는 무엇인지, 진실한 삶은 어떤 것인지 깊이 성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