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밤마다 휴지통을 뒤지는가
나의 만성피로 원인은 수면부족에 있다. 생각이 많아 저녁에 쉽게 잠들기 어렵다. 낮에 최대한 열심히 움직여서 모든 에너지를 다 쏟으면 생각할 틈도 없이 쓰러져 잘 수 있다. 잘 자다가도 작은 소리에 놀라 화들짝 깬다.
가끔 위층에서 쿵쿵거리는 소리, 옆집에서 노래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중, 고등학생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저녁 늦게까지 공부하다 스트레스에 잠깐 몸을 움직이는 소리 같다. 옆집의 노래는 들어줄만하다. 랩 실력이 장난 아니다.
우리 집 희망이와 소망이의 소리도 내 잠을 깨운다. 소망이는 원래 코를 골면서 자기 때문에 같이 잘 수가 없다. 옆 방에서 "드르렁, 드르렁" 일정 간격으로 울리는 그 소리가 천둥 치는 소리와 맞먹는 느낌이다.
가끔 온 가족이 잠든 한 밤중에 희망이는 조용히 일어나 바쁘게 움직인다. 주로 분리수거함에서 스팸 통, 우유팩 같은 자기가 좋아하는 냄새를 찾는다. 그중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자기 집으로 간다. "부스럭, 부스럭" 그 쓰레기를 물고, 뜯고, 천천히 해체한다. 중간에 나랑 눈이 마주치면 잘못한 것을 아는지 바로 자리를 피한다. 영리하다.
캄캄한 거실에서 움직이는 희망이가 무섭기도 하고 어렸을 때 본 만화영화 '천사소녀 네티'가 생각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