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미내 Mar 10. 2021

성깔 있는 개

희망아 미안해

우리 가족에게 시련이 닥쳤다. 온 가족이 똘똘 뭉쳐 문제 해결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언제, 어떻게 해결될지 모른다. 최악의 결과도 예상해야 하지만 이전에 비해 크게 충격받지 않는다. 이미 밑바닥까지 가 보았고 일어섰기 때문이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알려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다.


요즘 온 가족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하고 녹초가 되어 돌아온다. 자연스레 우리 강아지 희망이, 소망이의 산책시간이 줄었다. 우리 희망이는 산책 시간을 제일 좋아하는데... 가끔씩 산책을 못 나가면 성질을 부린다.


희망이가 그냥 혼자 우울해했다면 '괜찮은가 보다'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하지만 갑자기 이불에 오줌을 싸고, 마루 한가운데 똥을 싸 놓았다. 마음이 아파서 출근 전에 잠깐 산책을 나갔다. 그래도 평소에 비해 산책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강아지들만 집에 두고 나가려니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안타까운 마음에 간식을 챙겨줘도 거부하는 희망이를 보면서 정말 미안했다. 주말에 많이 놀아줄게. 평소에는 온순한 희망이는 나를 꼭 닮았다. 내면에 숨겨진 성깔은 대단하다. 끝까지 고집을 꺽지 않는다.

희망이의 따분하고 심심한 표정

내가 화를 내면 상대방은 불편해진다. 나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그래도 참는 것보다 낫다. 적당한 표현으로 나의 마음을 지킬 수 있다면 성깔을 부려도 괜찮다. 그렇게 내 마음을 토닥토닥해주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운수 좋은 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