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결혼 후, 몇 년간 끊임없이 고민했던 주제이다. 먼저 결혼한 친구들의 조언도 들어보고, 인터넷 사이트도 여기저기 뒤져봤지만 딱히 '이거다! ' 싶은 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가장 많이 봤던 조언은, 시어머니 앞에서는 '네, 어머님. ' 하고 행동으로는 옮기지 말라는 것. 싫은 소리를 해도 한 귀로 흘리고, 하고 싶은 대로 계속하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나는 아닌 걸 아니라고 하지 못하면 죽는 병에 걸렸기 때문에(?) 실천할 수 없었다. 게다가 우리 시어머니는 꽤나 철저하고 집요하신 분이라 '대답해 놓고는 왜 안 하니? '하며 더 화를 내실 게 분명했다. 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난 몇 년 간의 시행착오 끝에 깨달은 것은 다음과 같다.
시어머니를 바꾸려 하지 말자.
다른 사람을 바꿀 수 있고, 고쳐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이 굉장히 건방진 생각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특히나 나보다 훨씬 오랜 세월을 살아온 어른들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괜한 기대로 힘을 빼지 말자.
남편을 적으로 만들지 말자.
시댁과의 불화가 있을 때마다 남편을 들들 볶은 결과, 부부관계마저 위태롭게 되었다. 남편한테 화를 낼 바에는 차라리 눈물을 보이자.
착한 며느리병에서 벗어나자.
모든 요구를 들어주고, 싫어도 웃고, 불편해도 참는 것은 그만두자. 평생 봐야 할 관계가 되었으니, 언제까지 가면을 쓰고 살 수는 없다. 거절할 것은 거절하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해야 건강한 관계가 된다.
갈등을 인정하자.
인간관계에서 갈등이 아예 없을 수는 없다. 모든 사사로운 갈등에 전전긍긍하지 말고, 그냥 넘어갈 수 있는 것은 넘어가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저절로 풀어져있는 경우도 많다.
예의, 예절을 갖추자.
꼭 며느리라서가 아니라, 인간 대 인간으로서, 아랫사람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예의와 예절이 있다. 괜한 흠 잡힐 일을 만들지 말자.
스스로를 지키자.
다른 사람이, 특히 남편이 나를 지켜주기를 기대하며 가만히 있지 말자. 경계를 명확히 설정하고 나 자신은 나 스스로 지킨다. 상황이 너무 힘들다면 거리 두기도 좋은 방법이다.
나의 행복이 1순위임을 명심하자.
내 기분을, 내 하루를, 내 삶을 다른 사람이 좌지우지하게 만들지 말자. 내 삶은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나에게 집중하고 건강한 인생을 살아가자.
물론 견딜 수 없게 힘든 상황이라면 '이혼'이라는 카드도 고려해 봄직하다. 꼭 이혼을 하지 않더라도, '이혼해도 나는 잘 살 수 있어! '라는 마음은 항상 품고 있기를 추천한다. 그런 마음이라면 저절로 자기 관리나 자기 계발을 할 수밖에 없게 되는데, 그 결과 아이러니하게도 부부관계와 고부관계가 좋아진다.
한동안 이혼생각으로 고민할 때, 법률스님의 말씀을 찾아본 적이 있다. '이혼할까요, 말까요? '라는 주제였는데 법륜스님의 답은 이랬다.
"이혼을 할지 말지 고민이 된다는 것 자체가 아직 이혼을 할 때가 안 됐다는 것이다. 정말 이혼을 해야 할 때가 되면 고민조차도 되지 않는다. "
무릎을 탁 쳤다. 이혼을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이혼을 하지 않을 이유도 많았다. 아직 때가 안 됐구나, 싶었다. 조금 더 버텨봐야겠다. 어쩌면 잘 해결할 수도 있지 않을까. 여기서 그냥 이렇게 끝내버릴 것이 아니라, 해피엔딩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아직 엔딩이 안 나서 해피엔딩인지는 모르겠지만 해피ing인 것은 맞다. 더 이상 시어머니에 대한 미움으로 하루를 채우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생각하고, 하고 싶은 일들을 한다. 더 멋지고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책도 읽고 글도 쓰고 공부도 하고 운동도 한다. 물론 작은 갈등들은 언제나 존재하지만, 전반적으로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글을 쓰면서 나보다 훨씬 큰 상처를 받은 며느리들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땅의 모든 며느리들이 더 이상 상처받는 일이 없기를, 상처에서 벗어나 행복으로 하루하루를 채워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나의 모든 경험, 고민, 깨달음 등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마지막으로 글쓰기를 시작하게 해 주신(비밀이지만) 나의 뮤즈, 시어머니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동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곧 새로운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ㅡ 미나리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