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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부갈등에 새우등 터지는 남편을 위한 레슨

by 미나리



엄마랑 아내 때문에 힘들어 죽겠어.



남편이 고부갈등이 생길 때마다 했던 말이다. 당연히 당사자들이 가장 힘들겠지만, 중간에 낀 남편 역시 괴롭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아내 편을 들자니 평생 키워 준 엄마를 저버리는 불효자식이 되는 것 같고, 엄마 편을 들자니 아내를 지켜주지 못하는 무능한 남편이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내 남편은 중립을 고수했다. 갈등이 생길 때마다 엄마한테는 며느리 편을 들면서 싸웠고, 아내한테는 엄마 편을 들면서 싸웠다. 지금 생각해도 이게 도대체 무슨 바보 같은 짓인지 모르겠다. 남편도 결국 본인 감정만 내세운 셈이다. 덕분에 남편은 엄마와 아내와의 관계 모두를 망쳤다.


중립은 방관에 지나지 않는다. 남편이 아내에게 "난 중립이야. "라고 말하는 것은 "난 널 위해 아무것도 해줄 수 없어. 네 편도 아니야. 네가 알아서 해결해. "라는 말과 다름없다. 남편 하나만 믿고 결혼한 뒤, 그의 어머니(남편이 아니었으면 얼굴 마주칠 일도 없었던!)로 인해 곤욕을 치르고 있는 아내에게 이 무슨 무책임한 말이란 말인가. 남편이 방관한다면 결국엔 아내가 참다못해 나서게 되는데, 그 결과로 온 집안이 난리가 나고 연을 끊게 되는 상황이 펼쳐진다. 부부관계까지 망가지는 것은 덤이다.


본인을 위해서라도 남편들은 고부관계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어머니를 위한 길이기도 하다. 아랫사람인 며느리가 자신에게 반기를 드는 것은 본인 세대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상당한 충격과 상처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아들이 자신의 가정을 건강하게 꾸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인지시키고, 어머니도 자신의 인생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모두가 행복해지는 길이다.



그렇다면 고부갈등 해결을 위해 남편들이 취해야 할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중간역할


시댁과의 연락은 남편이 하기.

시어머니와의 개인적인 연락이나 만남 강요하지 않기.

긍정적인 내용은 전달하고 부정적인 내용은 전달하지 않거나 번역해서 전달하기.


공감과 이해


아내와 엄마, 양쪽 모두 공감해 주기.

엄마 앞에서 아내 편, 아내 앞에서 엄마 편들지 않기.

상대에게 화내지 말고 설명하기.


중재 및 보호


불합리한 상황이 펼쳐진다면 그 자리에서 중재하기.

아내 혼자 어려운 상황에 두지 말고 함께 지켜주기.



위의 것들은 사실 내가 그동안 남편이 해주길 바라왔던 것들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말들이다. 딱히 아내 편에만 서라는 내용이라고도 볼 수 없다. 하지만 이 별것 아닌 내용들을 꾸준히 실천해 준다면, 고부관계는 물론이고 부부관계까지 좋아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언젠가는 시어머니나 남편이 강요하지 않아도 아내 스스로 효도하는 마법 같은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당신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두 여자의 관계는, 결국 남편 본인이 하기에 달렸다.





엄마랑 아내, 우리는 모두 한 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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