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읽고 사랑하라.
얼마 전, 자취를 하게 되면서 예전에 쓰던 물건들을 정리할 일이 있었다. 한창을 정리하고 있는데 잊고 있었던 노트들이 줄줄이 나왔다. 학생 때 쓰던 다이어리부터, 직장에 다니면서 쓰던 일기장까지. 다시 보니 반갑고 새로운 마음에, 하나하나씩 열어보기 시작했다.
별다른 걱정이 없었을 것 같던 어린 시절에도 항상 나름의 고민이 적혀 있었다. 내 머릿속엔 그저 해맑게 지낸 걸로만 기억하는데 일기 속의 나는 꽤 진지해 보였다. 나는 항상 고민하고, 그것을 글로 적고 있었다.
여태껏 나는 자신이 꾸준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무얼 해도 금방 싫증 내고, 변덕이 심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20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유일하게 꾸준히 해온 것이 있다는 사실에, 새삼 뿌듯하고 나 자신이 달리 보였다. 억지로가 아닌, 스스로가 좋아서 꾸준히 하는 것이 있다는 건 분명 값진 일이다. 나이가 들수록 그런 일들은 점차 사라지기 마련이니까.
우리는 살면서 시간이 없어서 못 한다는 핑계를 많이 댄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그것은 보통 시간보다는 ‘마음’이 없었을 확률이 높다. 스스로 우러나와서 하는 일들에는 시간의 개념이 사라진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시간을 창조한다.
일기를 쓰는 일도 나에게는 없는 시간을 내서라도 꼭 해야 하는 하나의 루틴 같은 것이었다.
자신을 위로하는 시간이 쌓일수록, 사람은 그만큼 단단해지기 마련이다. 그게 나에게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쓰는 일이었다. 감사한 일, 행복한 일, 상처받은 일, 미래에 하고 싶은 일 등등을 쓰다 보니 어느 감정 하나 당연하게 느끼거나, 그냥 흘려보내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 이렇게 내 생각과 감정을 여러 사람과 공유하고 싶어 하는 것도, 어릴 적부터 꾸준히 일기를 써온 덕분이리라. 너무도 개인적인 일들이지만, 결코 개인적일 수만은 없는 모두가 공감할 만한 이야기들을 공유함으로써, 우리는 크고 작게 위로하고 위로받을 수 있다.
모두가 다르지만 같고, 같지만 다름을 안다는 건 인생을 좀 더 다채롭게 살아볼 기회를 얻는 것이다. 비슷한 경험이지만 각자 다르게 느끼고 받아들임에 따라 생각의 차이를 인정하게 되고, 편협한 사고에서 벗어나게 된다. 우리 모두 쓰고 읽는 일에 소홀하지 않아야, 자신의 인생도 남의 인생도 그만큼 더 소중하게 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