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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이 Feb 27. 2021

엄마 아빠, 나 결혼하려고!

장애, 만남 그리고 인연.

나의 글을 읽는 많은 이들이 궁금해할 거라고 생각하는 점 중 하나는 결혼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사람들이 청각장애인이라고 하면 흔히 생각하는 점은 청각장애인끼리 결혼하지 않냐고 물어보곤 한다. 물론 나라는 사람을 정의하자면 수화를 쓰는 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비장애인 남자 친구를 만나면서 연애를 할 때는 상대방 부모의 반대라는 것에 직면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결혼은 또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러므로 많은 분들이 궁금해할 것 같아 오늘은 그에 관한 이야기를 적어보고자 한다.


글의 편의를 위해 지금의 남편을 남자 친구라고 하겠다. 한창 서울에서 직장 생활하며 힘들게 자리 잡고 살아가려고 노력하던 시절이 있었다. 타향살이가 이어지고 직장에서의 힘든 일들이 계속 이어지며 마음이 지쳐가던 중 지금의 남편을 만나게 되었다. 내가 원하던 멋진 남자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순박한 모습과 나를 매일 찾아와 주고 좋아해 주던 모습이 믿음직했다. 그 당시 나는 실직을 하게 되었고, 그런 힘든 시기에 나에게 남자 친구는 질문을 해왔다.


남자친구 혹시 뭐 해보고 싶던 거 없어? 아니면 만나고 싶은 사람이라도? 그동안 일만 하느라 못 쉬었잖아

나 부모님이나 친구들이야, 기차 타고 가면 볼 수 있고, 근데 친오빠는 호주에 있으니 볼일이 별로 없었던 것 같네 

남자친구 그럼 호주에 혼자 갈래? 비행기 티켓은 내가 끊어줄게! 평소에 많이 보고싶어 했잖아.

나 오! 진짜? 


피나클 사막에서 신난 내 모습.


그렇게 8년 동안 쉼 없이 달려온 나에게 휴식의 시간을 준비해준 남자 친구. 그 마음이 고맙기도 했고 힘들 때 많이 의지가 되어준 사람이었기에 결혼을 결심하게 됐다.


하지만 연애 시와 다른 결혼 준비의 시작, 당장 고려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다. 당장 양가 부모님의 허락을 받을 수 있느냐의 문제. 물론 크게 걱정하거나 두려운 마음이 있던 것은 아니지만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내가 결혼하겠다고 했을 때 엄마와 아빠는 많이 다른 반응이었다. 엄마는 처음부터 '남자 측 부모님은 반대 안 하시니?' 라고 걱정부터 하셨고 아빠는 '직장은 어디 다니고 있니?' 였다. 나는 엄마처럼 반대를 걱정하지 않았고 나를 인정해주지 않는 남자의 가족이라면 더 만날 수 없다는 생각이 확고했다. 딸 가진 부모는 죄인이라고 했던가, 엄마의 마음을 이해 못하진 않았다. 


물론 딸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야 당연히 알겠지만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 하나로 미안한 마음으로 결혼을 준비해야 한다면 그것 또한 불행한 결혼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장애 덕분인지는 몰라도 결혼에 대해 더욱 분명하게 생각한 점이 한 가지 있다. 행복하기 위해 하는 결혼을 불안하고 걱정된 마음으로 시작한다면 과연 해야  가치가 있을 것이라는 이다. 결혼이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되어버린 시대, 이 시대에 가족과 가족의 만남인 결혼으로 가족 모두가 행복하고 축하해야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의 진심 어린 모습에 양가 부모님은 결혼을 승낙해주셨다.


결혼을 해보니, 결혼 전에야 문제 삼을 수 있던 장애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느꼈다. 양가 부모님 모두 처음에 걱정에서 비롯되었고 우리의 마음을 확인한 이후로는 누구보다 결혼을 위해 준비해주시고 도움 주셨다. ‘시간이 약이다’ 라는 말이 있다.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의식하고 살고, 의식하며 사람을 만나다 보면 어려워질 수 있지만 나이가 한 살 두 살 늘어나고 시간이 지날수록 무뎌지는 것 같다. 같이 사는 남편도 내가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 못하고 살 때가 많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시댁에서도 장애에 대해서 한 번도 이야기를 꺼내지 않으셨다. 모든 연애와 결혼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내가 가지고 있는 문제가 진짜 나쁜 문제가 아니라면 마음을 열고 당당한 마음으로 자신 있게 사랑을 맞이하시길 바란다.


내가 가진 장애는 죄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확신했기에
당당할 수 있었던 그 당시의 내 모습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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