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훈육방식
요즘 '금쪽같은 내 새끼'라는 육아 프로그램이 티비에 나온다. 예전에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프로그램의 유사 버전인 것 같지만 결혼 이후 아이 훈육에 관심이 많기에 해당 프로그램을 챙겨보는 편이다. 보통은 어른들의 관점에서 아이들의 행동을 해석하곤 하는데 과연 나의 어린 시절은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나의 자라온 환경은 일반적인 아이들과는 조금 달랐다. 청각장애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언어를 익혀야 했기에 부모님의 고민이 엄청 컸으리라 생각된다. 지금도 주변에 '우리 애가 이 나이댄데 말을 잘해요, 또는 못해서 걱정이에요' 라는 부모들의 이야기를 많이 접한다. 하지만 청각장애인의 경우 언어를 배우는 속도가 아닌 언어를 배울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컸을 것이다. 어릴 적 부모님은 언어를 가르치기 위해 배우기 싫어하는 나에게 더욱 엄격하게 대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비장애인의 경우 소리로 접하고 말을 배우기 때문에 더 수월했을 것이다. 어릴 적 나는 언어를 배우기 힘들었다. 상황(체계적인 언어교육의 부재)도 힘들었지만 어릴 적 나에게 언어를 반드시 배워야 한다는 사명감 같은 게 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배우기 어려운 환경, 부족한 동기부여 속에서 언어를 습득한다는 것은 정말 힘든 경험이었다. 또 어린 시절 자립심을 키워주기 위한 부모님의 교육방식도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여섯 살 경 아빠의 심부름을 자주 했던 기억이 있다. 오빠가 있었음에도 늘 내게만 시켜서 어린 마음에 돈을 던지며 투정을 부렸던 것도 기억이 난다. 또한 음식점에 가서도 주문도 시키셨다. 지금 생각하면 언어를 배운 후 그런 낯선 상황에서 시도해보며 언어를 빨리 익히기 바라는 부모님의 마음이었던 것 같다.
물론 최근에는 인공와우수술을 양이(두쪽 귀 모두 수술하는 것)로 진행하고 언어치료도 체계화되었기에 청각장애인들의 언어 습득 환경이 개선되긴 하였다. 언어를 배우는 환경이 개선되었어도 청각장애아동의 부모들의 마음은 변하지 않는 것 같다. ‘우리 아이가 청각장애 티 안 나게 말을 잘해요’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다. 주변에 비장애인, 청각장애인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며 느낀 점은 말이란 것은 결국 정확한 의사소통이 핵심인 것이라는 점이다. 비장애인 중에서도 말은 잘하지만 의사소통이 부정확한 사람들도 있는 반면 청각장애인이지만 본인의 의사표현이 분명하고 소통에 적극적인 친구들이 있다. 분명 청각장애아동 부모님들의 마음은 티 안 나게 말하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는 점은 이해한다. 나의 부모님도 그런 마음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살다 보며 느낀 점은 의사표현을 잘하고 매사에 어려운 상황이 닥쳐도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이 더 의사소통에 도움이 되었다고 본다. 내가 아직 부모가 되진 않아 그 마음들을 모두 이해할 순 없지만 청각장애아동으로 자라며 성인이 된 지금 돌이켜보니 부모님이 나에게 끊임없이 경험하게 한 점,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모든 걸 다해주며 버릇없게 키우지 않은 점에 정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