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 에튀드 앨범
https://youtube.com/playlist?list=OLAK5uy_nooLwL8m3tPorcgVxFjgUmHVLjyN-JQrE&si=7TRMgQZKZ2dRulWA
손가락 하나하나마다
심장이 달린 것은 아닐까
임윤찬 안에는 무엇이 살고 있는 걸까
저 마음의 불을 가지고 태어났을까
무엇이 갖게 한 걸까
저 엄청난 불덩이를 표현하지 않았으면
오히려 아팠을지도 모르겠다.
피아노 스스로도 놀라지 않았을까
내게서 이런 소리가 나올 수 있는 거였구나 하고.
그대의 손과 영혼을 마주해서 기쁘다고
쇼팽이 이 연주를 듣는다면 뭐라고 할까
이제 스무 살.
오래오래 듣고 싶다. 영혼을 매만지는 소리를.
지난 4월 19일, 기다리던 임윤찬의 쇼팽 에튀드 앨범이 데카에서 정식발매되었다.
서정성이 가득한 쇼팽(Chopin)의 연습곡(Etude, 에튀드) 총 24곡이 수록되었다.
발매되자마자 글로 담고 싶었으나 전 곡을 감상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러닝 타임은 58분인데 무슨 소리인가! 할 수 있겠지만 한 번에 그냥 쭉 이어서 들을 수 있는 앨범은, 적어도 내겐 아니었다.
임윤찬만이 가진 빛깔이 한 곡 한 곡 담기고도 넘쳐서 한 곡이 끝나면 여운을 느끼느라 곡을 멈추기 일쑤였다. 어떤 곡은 잔향이 너무나도 길어서 차마 다음 곡을 듣지 못하고 다른 날로 넘기기도 했다. 일상을 보내며 흘려들을 수 있는 연주는 더더욱 아닐뿐더러, 눈을 감고 집중해서 듣지 않으면 안 되었다. 정성스럽게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 들을 때에도 정성을 들일 수밖에 없는 음악이다 보니 한 앨범을 오롯이 다 듣는데 일주일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어느 특정곡 몇 곡만을 소개하기가 어려운 마음이다. 아마 더 오랜 시간이 흐르면 그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임윤찬은 이번 앨범에 대해 이렇게 전한다.
"저에게 쇼팽의 '연습곡'은 언젠가는 넘어야 할 산이었어요.
준비하는 과정에서 힘든 일이 많았지만, 음악적으로 어떤 목소리를 내야 하는지 조금씩 깨달았어요. 이 '연습곡'은 녹음할 때 기교적으로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게 됩니다. 하지만 모든 음표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같고, 아름다운 자연 그 자체라고 생각해요."
이번 앨범을 녹음하며 그가 얼마나 집중했고 그 과정을 사랑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도 있었다.
"과거의 어떤 공연이나 음반보다 제 의지에 가장 큰 영향을 받았어요. 꼭 이 산을 넘고, 저 너머 또 다른 산을 마주하고 싶다는 저의 의지요."
그 산을 그만의 방식으로, 그만이 그려낼 수 있는 방식으로 뜨겁게 넘었다.
그다음 마주한 산은 어떤 음악으로 어떻게 넘을 것인지 환희에 찬 마음으로 기꺼이 기다릴 것이다.
시를 좋아하는 피아니스트 임윤찬에게, 그의 음악과 잘 어울리는 시 한 편을 들려주고 싶다.
나에게 길의 권리를 달라
밀알의 계단을 지나 네 잠으로 가는.
길의 권리를
잠의 소로를 지나는,
그 권리, 내가 이탄(泥炭)을 찌를 수 있게
심장의 비탈에서,
내일.
- 파울 챌란, <아이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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