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17년 서른넷 어느 여름에 작성한 것입니다.
'문득'은 망각과 연결되어 있다.
잊어버리고,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것들이 있기에
‘문득’이라는 단어가 문장에서 많이 발견된다.
[문득]
1) 생각이나 느낌 따위가 갑자기 떠오르는 모양
2) 어떤 행위가 갑자기 이루어지는 모양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문득의 사전적 의미는 이 단어의 매력을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문득이 주는 뉘앙스는 이런 것이다.
마치 당연히 그렇게 흘러가는 듯 일상을 지내며
매일 가던 길, 매일 보던 사람, 매일 먹던 것들에서 특별한 어떤 것도 인지하지 못하다가
훅 치고 들어오든 무언가가 나를 사로잡아
‘내가 이런 걸 잊고 있었구나’를 깨우쳐준 순간 쓰는 단어다.
그래서 우리는 문득 하늘을 보고, 문득 잊었던 사람에게 안부를 전하고,
문득 즐거웠던 추억이 떠올라 잠깐 그 기억에 빠지고,
가만히 있던 사람이 문득 입을 연다.
나는 내 이야기를 시작했다.
→ 나는 문득 내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는 하늘을 보았다.
→ 나는 문득 하늘을 보았다.
그가 생각났다.
→ 문득 그가 생각났다.
이 ‘문득’에는 그가 평소에는 어떻게 지냈는지를 포함하고 있다.
그 문득 뒤에 나오는 행위를 하기 위해 그전까지 어떤 모양을 하고 있었는지를 알려준다.
그래서 ‘문득’이란 단어는 삶의 패턴을 잠시 깨주는 말이다.
그러나 시간적으로 긴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그 순간에 잠시 그랬던 것이고,
그 일이 있은 후 다시 일상적인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걸
우리 모두 알고 있다.
하늘을 매일 바라본다면 그 앞에는 문득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
그전에는 매일 내가 원하는 것들을 보고 듣는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문득’ 하는 수준이 더 낭만적이라고 여기게 된다.
늘 걸어야 하는 길을 뚜벅뚜벅 걷다가 ‘문득’ 하늘을 바라보는 정도가 좋다.
기뻤던 기억, 슬펐던 기억에 빠져 그것이 일상인지 아닌지 구분하지 못하며
현재의 나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보다
‘문득’ 기억이 나는 수준이 더 좋다.
따라서 문득은 감정의 늪에 빠지지 않게 하는 말이다.
어차피 조금 고되고 반복되는 지루한 것들을 계속해서 해내야 하는 삶에서
‘문득’ 정도의 조미료만 있어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