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식도감

by 한글작가 이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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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

어묵, 호떡, 찐빵... 겨울 간식이 많지만 가장 애착 가는 놈은 붕어빵이다.

왜일까? 머릿속을 되짚어 봤다.

기억은 한참을 거슬러 올라가, 1998년 12월 대구 서구 비산동 살던 시절에 멈춰 섰다.


비염 때문에 언니는 매주 토요일마다 이비인후과를 다녔고, 나는 그녀를 따라다녔다.

병원은 다리 건너 있었고 그 다리 위에 붕어빵을 파는 ‘포장마차’가 있었다.

병원비를 치르고 나면 늘 300원이 남았는데, 우리는 그 돈으로 꼭 붕어빵 한 개를 사 먹었다.

당시 붕어빵 1개는 200원!

언니가 붕어 머리를 먹으면 나는 꼬리를 먹고, 때로는 바꿔서 먹었다. 가끔은 주인아줌마가 300원에 붕어빵 2개를 주기도 했는데, 그날은 정말이지 롯데리아에서 깜짝 생일파티를 열어주는 날보다 더 황홀하고 행복했다.

붕어빵 한 마리를 온전히 맛보는 기분이란, 당시 8살이던 내겐 벅찬 수확이었다.


글을 쓰며, 오래전 시간을 더듬어 보다 피식- 미소가 터졌다.

뜨거운 붕어빵을 호호 불어가며 꼬리를 나눠주는 언니 모습이 떠올랐고, 병원 오가는 길 붕어빵 반 개로 그저 즐거워하던 우리 표정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한 손엔 반쪽짜리 붕어빵을 쥐고 다른 손으로는 언니 팔짱을 끼며 겨울바람을 반기던 그 시간, 참 행복했다.


집 앞 골목길에 포장마차가 하나둘 보인다. 아, 이제 다시 겨울이구나.

오늘은 붕어빵 2000원치 사서, 언니를 마중하러 가야겠다.

20년 전 가격과 맛은 아니지만, 20년 전 추억이 붕어빵을 더 맛있게 만들어줄테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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