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 사진
'담작은 도서관'
이름이 참 예쁘지 않니?
춘천의 오래된 동네 효자동에 돌담이 양옆으로 늘어선 좁은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면 세련된 건축물이 하나 나와. 사람들이 쉽게 드나들지 못하도록 높이 쌓아 막는 것이 '담'의 역할이라면, 이 도서관은 누구나 막힘없이 드나들 수 있도록 담이 낮은 도서관이지.
'담낮은' 보다는 '담작은'의 어감이 더 예쁜 것 같아. 사실 건물을 둘러싼 담은 없어. 책을 사랑하고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거나 마음의 휴식처가 될 수 있는 공간을 찾는 사람들 모두를 환영한다는 의미에서 이름을 이렇게 짓지 않았을까? 엄마의 추측이야. 이름만큼 내부도 공간마다 아기자기하면서도 세심한 배려와 안목이 느껴지더라.
엄마가 좋아하는 사진 한 장이 있는데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해. 담 작은 도서관을 개관하던 날에 누군가 찍어준 사진이야. 누가 찍었는지 정확히 몰라. 도서관 관계자인지, 도서관 개관을 취재하러 온 기자인지…. 어느 날, 아빠가 관장님으로부터 받았다며 전달해 주셨어. 도서관 개관 소식도 아빠가 알려주셔서 찾아갔었지.
엄마는 이 사진이 참 좋아. 일곱 살, 네 살, 세 살 된 어린아이 셋이 책을 펼쳐 읽어주고 있는 엄마를 중심에 두고 둘러앉아 있는 이 사진. 이 사진을 찍은 분도 우리의 모습이 보기 좋았나 봐. 그러니까 우릴 찍어주셨겠지?
지금은 대학생이 되어 엄마가 따라잡을 수 없이 훤칠해져 버린 큰아들과 작은 아들, 키는 엄마보다 조금 작지만 이제 엄마 곁에 껌딱지처럼 딱 달라붙어 있지 않는 우리 막내딸! 엄마 마음엔 너희들이 아직도 이때 모습으로 더 많이 각인되어 있단다.
이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
첫째, 우리가 입고 있는 옷 말이야. 엄마 상의, 큰아들 상의와 하의, 작은 아들 상의가 다 줄무늬야. 가로줄무늬, 세로줄 무늬. 큰아들! 언젠가 엄마가 가족방에 이 사진 올렸을 때, '제 바지가 왜 저래요? 피에로 바지 같네요?'라고 했던 너의 반응 기억하니?
둘째, 개관식 기념품으로 받은 주황색 천 필통이 눈에 띈다. 작은 아들이 손에 쥐고 있고, 엄마가방에도 꽂혀있네. 너희들도 기억나지? 오랫동안 너희들 곁에 있었잖아. 초등학생이 되어서도 저 필통을 사용했던 것 같아.
셋째, 우리 작은 아들이 엄마 쳐다보며 엄마한테 질문하고 있는데 엄마가 아들 쳐다보지 않고 책만 보고 있네. 질문했는지 질문하려고 하는 찰나였는지 모르겠지만, 아이가 무언가를 말할 때 엄마는 아이의 눈을 쳐다보며 경청하고 대답해 줍시다!! 사진 속의 엄마에게 조언해 주고 싶구나.
넷째, 너희들이 나를 둘러싸고 내게 기대고 있는 모습을 보니 편안해 보인다. 엄마가 육아휴직을 하면서 너희들에게 제공해 주고 싶었던 것은 '안정감'이었어. 내 곁에 함께 있어 주는 사람, 내가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너무나 중요하니까. 저 때를 회상해 보면 엄마도 나를 둘러싸고 있는 너희들 덕분에 엄마로서 가장 안정적인 시기였던 것 같아. 가사도 돌보고 아이들도 돌보고.
마지막으로, 너희들을 양육하는 동안 자기 전에 너희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이렇게 도서관에 데려와 그림책을 읽어주곤 했었잖아? 혹시 그 영향일까? 큰아들이 대학 입학 후 시 동아리에서 매주 한 편의 시를 썼던 것? 작은 아들이 자기 생각과 생활을 늘 일기장이나 메모 패드에 기록으로 남기는 습관을 지닌 것? 막내가 색과 형상에 대한 세밀한 감각을 갖게 된 것?
어느 정도의 영향일지는 모르지만, 엄마랑 너희가 도서관에 있는 이 사진을 엄마의 '인생 사진'으로 꼽는다. '담작은 도서관'을 생각할 때마다 어린 너희들과 젊었을 때의 엄마 모습이 담긴 이 사진이 즉시 생각나.
멋지게 성장한 우리 세 자녀들,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