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빛나는 토소르의 밤
산맥이 호수를 감싸 안고,
하늘이 내려앉은 풍경.
그 안에서 나는 세상의 소리를 잊었다.
이식쿨의 물빛은 단순히 푸르다는 말로는 부족했다. 햇살이 스치는 각도에 따라 옥빛으로, 코발트로, 때로는 은회색으로 변하며 그 결이 끝없이 달라졌다. 바람 한 줄기만 지나도 수면이 가볍게 일렁이며 반짝임의 흐름을 새로 썼다. 멀리 둘러선 산맥은 호수를 감싸 안은 듯했고, 호수는 산들을 마주보며 고요한 빛을 머금었다. 그리고 그 빛은 소리 없이 퍼져나가, 물 위에 남은 건 잔잔한 숨결뿐이었다.
패들보트를 타고 호수 한가운데로 나아가자, 주변의 모든 소리가 멎었다. 들려오는 건 오직 물결을 가르는 노의 리듬뿐이었다. 호수의 물은 놀라울 만큼 맑아, 바닥의 모래와 자갈이 일렁이는 빛 아래로 또렷이 드러났다. 햇살이 수면 위에서 춤을 추듯 흔들렸고, 그 빛이 얼굴과 팔에 부서지며 스며들었다. 멀리서 불어오는 바람은 호수의 향을 잔뜩 실어왔는데, 그것은 소금기도, 풀냄새도 아닌, 오직 이식쿨에서만 맡을 수 있는 특유의, 청명한 향이었다.
늬엿늬엿 해가 넘어가자 호수의 색이 짙어졌다. 낮 동안의 반짝임은 사라지고, 물 위에는 잔잔한 빛의 잔향만이 남았다. 그 여운을 품은 채 천천히 노를 저어 육지로 돌아왔다.
우리는 숙소로 돌아와 라면을 끓였다. 여행 중 먹는 라면 한 끼는 언제나 옳았다. 끓는 물 위로 피어오르는 김은 낯선 부엌의 공기를 익숙하게 바꾸고, 칼칼한 국물 한 숟가락에 긴 하루의 피로가 사르르 녹아내렸다. 외국에서 먹는 라면은 귀해서, 그래서 늘 특별했다.
라면을 다 먹고 밖으로 나오니, 세상은 이미 별들로 가득했다. 별들은 하늘에만 머물지 않았다. 호수 위에도, 모래 위에도, 우리의 얼굴 위에도 조용히 내려앉았다. 물결에 비친 별빛은 잔잔히 흔들리다, 바람이 스치면 일렁이며 춤을 추었다. 나는 남편의 팔을 베고, 아이는 내 팔을 베고, 모래 위에 누워 가만히 하늘을 바라보았다.
별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며, 우리는 잠시 말을 잃었다. 소리도, 시간도 멈춘 듯한 순간. 그저 서로의 온기만이 느껴졌다. 그 밤, 별들은 하늘보다 더 가까웠다. 그리고 우리는, 그 별들보다 더 가까웠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았다.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같은 하늘을 바라보던 그 밤. 그것이 행복이었다.
행복이었다.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같은 하늘을 바라보는 일
연재 안내
란 패밀리의 기록을 기다려주시는 분이 있다는 것. 그 마음에 힘을 얻어 기쁘게 연재를 합니다. 매주 화·목·토 - 일주일에 세 번, 중앙아시아 가족 여행기를 전해드릴 거예요. 사진은 최대한 현장 느낌이 잘 나는 것으로 골라봅니다.
글을 읽는 분들께 작은 온기를 더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중앙아시아 여행이나 아이와 함께하는 배낭여행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언제든 댓글 남겨주세요. 연재에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