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마음의 언어를 쓰는 우리

by 김마음



남편과 소통의 방식이 다른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차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뚜렷하게 느껴졌다. 이해받는 소통이 늘어갈수록, 상대적으로 얕은 남편과의 소통이 불만스러웠다. 이해받고 싶었다. 가까이에서, 나와 가장 밀접한 사람에게서 깊이 이해받고 싶었다. 그런데 그럴 수 없었다.


이해의 틈이 벌어지자, 점차 마음이 식어가는 것을 느꼈다. 남편의 하루가 궁금하지 않아졌다. 애틋함이 서서히 사라지는 것 같았다. 소통의 단절이 감정의 변화를 이끌었다.


단순히 남편을 탓하고 싶었던 게 아니다. 남편과 나는 그저 다른 존재이고, 서로 다른 마음의 언어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나는 마음이 아파졌고, 그걸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받고 싶지만, 남편은 그걸 겪거나 이해해 본 적이 없기에 받아줄 방법을 모르는 것이다.


그래도 남편은 나와 다시 교감하려 애썼다. 별일 없이 무미건조한 나의 일상을 묻고, 오늘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어떤 생각을 했는지 물었다. 그의 노력을 알면서도 나는 입을 떼기 어려웠다. 이야기하지 않으려 했다. 이야기하면 또 이해받고 싶어질 텐데, 이해받지 못하면 다시 실망할 것 같았다. 다시 실망하고 상처받게 될 시간이 두려웠다.


남편은 내가 병원에 가는 길을 자주 함께해 주었다. 시간이 허락될 때마다 나를 태워가고 태워왔다. 하지만 그 시간에도 나는 그날 진료실에서 무슨 이야기를 할 지만 생각했다. 남편과 감정을 나누려는 마음은 들지 않았다. 마음의 문이 반쯤 닫힌 것 같았다.


병원에 가서 관계의 위태로움에 대해 이야기했다. 선생님은 남편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짚으며, 나는 왜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지 물으셨다. 나도 정확히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 관계가 나아지기 위해서는 나의 변화가 어느 정도 필요하겠다고 말씀하셨다. 남편의 노력을 나도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내가 마음을 단번에, 일방적으로 닫은 것이 아니었다.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일련의 사건들이 존재했다. 남편은 나의 감정을 축소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지만, 나에게는 여전히 그의 축소화가 느껴졌다. 나를 걱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내가 받고 싶은 방식의 위로는 할 줄 몰랐다.


예를 들어, 어느 날 밤에는 내가 남편에게 도움을 청한 적이 있다. 보통 남편이 잠들면 거실에서, 또는 욕실에서 조용히 몰래 우는 편이었지만, 그날은 울어도 울어도 진정이 되지 않아서 침실로 들어가 남편을 깨웠다. "혹시 내일 반차라도 써줄 수 있을까?" 나와 함께 있어주면 좋겠다는 의미였다. 남편은 회의가 많아 어렵겠다고 말했다. 가능할 거라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아쉬웠다.


침대에서도 눈물이 계속 멈추지 않았다. 남편은 내 손을 잡아 주었고, 그러다 스르륵 먼저 잠이 들었다. 잠들면서 힘이 빠져나가는 그 손을 느끼는 게 너무 싫었다. 조심스럽게 남편을 다시 깨워 말했다.


"여보, 내가 끝까지 혼자 밖에서 울 수도 있었는데, 오늘은 도움을 청하러 왔잖아. 이런 날은 좀 들어주고 위로해 줄 수 있지 않아?"


남편은 그제야 잠이 달아나며 일어나 무슨 일이냐고, 자기가 뭘 해주면 좋겠냐고 물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이미 마음은 상했고, 뒤늦은 위로는 닿지 않았다.


병원에 가서 선생님께 이런 답답함을 토로했다. 남편이 나를 이해하려 노력하는 것은 맞지만, 그냥 할 수 없는 영역인 것 같다고. 노력으로 극복되지 않는 부분인 것 같다고. 선생님처럼 나를 이해해 주면 좋겠는데 아마 안 될 것 같다고. 선생님은 나의 말에 이렇게 말씀하셨다.


"저는 이렇게 훈련된 사람이고, 돈을 받고 시간을 들여 이 일을 하는 사람이니까요. 당연히 남편 분보다는 김마음 님을 잘 이해할 수 있겠죠. 남편 분은 그런 전공도 아니시고, 표현의 방식이 다르시니까요."


...


다른 말은 잘 들리지 않았고, "돈과 시간을 들여 봐 주는 중이다." 이 말만 머릿속에 깊이 남았다. 돈과 시간과 이해. 나는 선생님의 시간을 돈으로 사고 있다. 애석하지만 사실이다. 그게 왠지 서글프게 느껴졌다.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도 나를 진심으로 이해해 주는 사람이 세상에 있을까.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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