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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mnsee Sep 22. 2023

치매 어머니와 동행 2

2022년 9월 어느 날

2022년 9월 어느 날 밤, 갑자기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렸습니다.

발신자를 보니 어머니였고, 갑작스런 전화에 놀라 가슴이 요동치기 시작했습니다.

평소에는 좀 처럼 전화를 하신 적이 없었거든요. 하물며 이런 늦은 밤에는요.

급히 전화를 받으니 나이가 지긋한 남자분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여보세요? 000아파트 000동 000호 할머니 아들 맞으시죠?"

"네, 그런데요. 무슨 일이시죠?"

"할머니가 지금 집에 못 들어가고 있어요. 혹시 도어락 비밀번호 알고 계세요?"

나는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곧바로 어머니 댁으로 뛰어갔습니다.


댁에 도착하니 어머니는 소파에 앉아 계시고 아파트 경비 아저씨가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경비 아저씨는 내가 도착하자 기다렸다는 듯, 자신이 겪은 일을 털어놓기 시작했습니다.


경비초소에 앉아 있는데 할머니 한분이 촛점을 잃은 눈으로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발견하고 급히 뛰어나가서 어디에 사시느냐, 이 아파트 주민이시냐 같은 것들을 물었지만 횡설수설 하시며 제대로 답을 못 하시더랍니다.

그러다가 간신히 집주소는 기억을 하셨는데  이번에는 도어락 비밀번호가 기억나시지 않는다고 하시기에 난감해 하다가 어머니께서 손에 들고 있는 휴대폰을 발견하고는 무작정 빼앗아 1번 버튼을 길게 눌렀다는 겁니다.

보통 가장 가까운 가족을 1번으로 등록해 놓잖습니까?

어머니 휴대폰의 단축키 1번은 당연히 장남인 제가 등록되어 있었고요.


경비 아저씨는 말을 마치고 ’할머니를 이대로 혼자 지내시게 하면 안 될것 같다‘는 말을 남기곤 자리를 떴습니다.

저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고 있었고요.

잠시 시간이 흐르자 어머니께서 정신을 차리시는 것 같았습니다.


어머니 입에서 술 냄새가 나는 것 같아 혹시 술을 드셨느냐고 물었지만 그런 적이 없다고 하시더군요.

당연히 예상했던 대답이었습니다. 

명절에 자식들 만나시면 소주 한잔 정도 드시는 것 말고는 평소에 술은 입에 대시지 않거든요.

계속 여쭤보니 잠이 안 오면 늘상 먹던 수면제를 드셨다는 겁니다.

의사의 처방을 받은 약이라 양을 지켜서 복용하면 별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안심하고 있었는데 그 말을 들으니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잠시 생각을 더듬으시더니 진통제도 같이 드셨다고 하시더군요.

그제야 조금 안심(?)이 되었습니다.

아마 두 가지 약을 섞어 드신 것 때문에 환각 작용 같은 증세가 생긴 모양이라고 짐작이 되었거든요.


조금 후에 완전히 정신을 차린 어머니가 말씀하십니다.

“그만 가 봐라.”

한동안 고민을 해 보았지만 어머니 상태가 정상을 회복한 것 같았고 또 밤도 늦은데다가 한잠 푹 자고 나면 괜찮을 것 같다고 하시기에 일단 잠자리를 봐 드리고 집으로 왔습니다.


그리고 며칠 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나는 역시 약이 문제였던 모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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