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보편의 단어, 이기주 (말글터)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에 앞서 작가가 일러둔 말에 귀를 기울였다. 조용하고 고즈넉한 시간대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독자가 책을 읽어 주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귀중했다.
책 한 권을 헐레벌떡 완독하고 서평을 빨리 써야겠다는 조급함을 내려놓았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케이크 한 조각을 조심스레 포크로 떠 먹듯이 책을 한 장 한 장 아껴 읽어보았다. 한 조각 한 조각 단어와 각각의 단편 조각들을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음미했다.
긴 여러 날에 걸쳐 책을 다 보았다. 따스한 여운이 마음에 맴돌았다. 단어들의 조곤조곤하면서도 단정한 힘이 기분 좋은 향을 냈다.
에세이 분야의 책 중 가볍고도 진중하게 읽어볼 수 있는 책으로 추천한다. 마음을 차분하게 눌러주고 안아주는 포근함이 담겨 있다. 담담하고 진솔하며 마음을 깊숙이 내다볼 수 있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어쩌면 우린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단어로
이루어져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들의 일상을 함께하는 단어에는 각자의 삶이 투영되어 있다고 말한다. 작가는 일상에서 자주 사용되는 단어를 주제로 삼아 한 꼭지씩 글을 적어나간다.
책을 읽을 때 좋은 구절들을 필사하는 편인데, <보편의 단어>의 경우 적고 싶은 문장이 너무도 많아 연필을 쥔 손이 아플 정도였다. 그만큼 작가님의 깊고 넓은 사유와 삶을 바라보는 시선에 담긴 진중한 마음이 돋보였다.
개인의 정체성과
그가 자주 사용하는 단어는
무관하지 않다.
어쩌면
우리 정서와 사유체계는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단어들로
이루어져 있는지도 모른다.
당신은 평상시에 어떤 단어를 많이 사용하는가.
자주 사용하는 메신저를 들여다 보았다. 평상시 타인과 나눈 대화들을 곱씹어 보았다.
나같은 경우 행복, 웃다, 대단하다, 사랑 등 긍정적인 단어도 있었고 화, 짜증, 속상하다 등 부정적인 단어들도 있었다. 작가님이 선별하고 골라낸 단어들도 나 역시 자주 사용하는 보편의 단어들이었다.
일상 속에서 사용하는 단어가 곧 나를 이루는 근간이라고 생각하니 평상시 말을 내뱉을 때 좀 더 신중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좋은 단어들도 많이 말했다. 그러나 누군가의 뇌리에 깊게 박히는 건 부정적인 단어들이 많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다.
한편 나는 의성어와 의태어, 감탄사도 많이 쓰는 편이다. 한번 사는 인생 즐겁게, 행복하게 살아가 보자는 마음이 내 일상 속 단어로 표현된 듯해 뿌듯함이 올라온다. 더욱이 나의 삶에 운율과 리듬감이 저마다 가득 에너지를 품고 곡조를 이루고 있다는 생각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앞서 말했다시피 책 속에 마음을 울리는 문장들이 정말 많았다. 그 울림은 마치 깊고 웅장한 징 소리 같이 내 맘 속 기운들의 파동으로 서서히 번져갔다.
시시각각 변하는 인간의 기분은 얇은 창호지와 비슷하다. 타인이 더러운 말과 행동으로 찌르면 힘없이 찢어지고 만다.
기분을 회복하려면 혼자만의 시간이나 나 아닌 다른 존재의 다정함을 접착제 삼아 마음에 고르게 펴 바른 다음, 시간이라는 바람 속에서 천천히 말려야 한다.
작가는 인간의 기분을 얇디 얇은 창호지에 비유한다. 너무나도 찰떡같은 비유라 입이 절로 벌어진다. 곱디 고운 창호지 빛깔과 바람, 다정한 우리말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어떤 면에서 사랑은 서로의 삶을 포개는 일이다.
책장에 꽂혀 있는 각각의 책이 저마다의 공간을 확보하면서도 옆에 있는 책에 기댄 채 비스듬히 서 있는 모습처럼 말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는 법을 책과 책이 서로 기대 서 있는 책장 속 책들로 비유한다. 나는 비유를 능수능란하게 사용하는 작가님들을 좋아하고 부러워하고 또 존경한다.
비유는 인간의 상상력이라는 심지에 불꽃을 붙인다. 그 불은 활활 타올라 또다른 아름다운 상상의 폭죽이 되기도 하고 더 큰 화염을 일으키며 세계를 더 크게 확장시킬 수도 있다.
개인의 성향은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게 반짝이는 물고기의 비늘과 비슷하다.
'지적'이라는 단어 꼭지에 들어가 있는 비유였다. 작가님의 이야기에 마음깊이 공감하면서도 작가님의 비유가 너무 아름다워 가져온 문장이다.
특정한 사람의 성향은 상황이나 주변인들에 따라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외향적, 내향적 성향, 감정적 이성적 성향 등 모든 성향은 제 나름대로의 특기들이 있다.
나는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성향이라는 것은 사람이 세상을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제각기 다르게 빛나는 물고기 비늘인 것이다.
나는 이왕이면 사람들의 좋은 점을 바라보는 시선의 각도를 갖기 원한다. 이왕이면 사람의 긍정적인 비늘들을 많이 보고 그 사람의 반짝이는 점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데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책 역시 마찬가지다. 모든 책은 저마다의 가치가 있다. 더욱이 책 한 권을 만드는 데 작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정성이 들어간다. 나는 그 정성을 소중히 담아 곱게 펼쳐 책을 읽고 리뷰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오직 사랑만이
삶의 유한성에서 비롯되는
허무와 공포를
사그라들게 만든다.
나는 이 책을 단 하나의 단어로 함축시키면 바로 '사랑'이라는 단어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세상과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에 담긴 사랑, 주변 이들을 바라보는 애정어린 눈빛, 그리고 자기 스스로에게 더 많은 사랑을 줄 것이라는 다짐이 이 책안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더 많은 우리말을 알아가기를 소망한다. 나의 세상이 조금 더 확장되기를 바라며 일상 속 사용하는 단어의 저변을 넓혀보고자 다짐한다. 울림이 좋은 단어들, 소멸해가는 귀한 우리말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삶 속에 녹여내보기로 마음 먹는다.
일상 속에서 새롭고 예쁜 우리말 단어들을 많이 사용하는 친구가 생각난다. 그 친구의 마음은 어떤 빛깔로 다채롭게 빛나고 있을까.
나도 누군가의 일상에서 다채롭고 반짝이는 단어들을 전달하는, 그래서 아름답고 빛나는 세상을 바라 보게 하는 데 일조하는 한 사람이자 친구이고 싶다.
By. 민트별펭귄.
사진 출처 : pixabay
인용 출처 :『보편의 단어』이기주, 말글터
본문 출처 : 민트별펭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