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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인드카소 Oct 27. 2024

얼렁뚱땅 채밍아웃

'얼렁뚱땅 야채요리 레시피'라는 제목으로 브런치에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올해 3월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시기의 나는 비건에 다시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비건을 하고 싶은 마음은 2-3년 전부터 있었지만, 시도했다가 포기했다가, 육식과 채식, 잡식을 오락가락했다. 솔직히 최근까지도! 

하지만 술을 완전히 끊어본 경험이 있어서 다시 육식을 했다고 해서 괴롭지는 않았다. 아직 내가 준비가 안되었구나 정도로 생각하고, 정말 내 안에서 비건을 원하고, 준비가 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일이라고 여겼다.

 

비건에 관심을 갖기 전부터 나는 야채를 몹시 좋아했고, 고기도 잘 먹었다. 남편과 아이 역시 야채도 잘 먹고 고기도 좋아한다.

누군가 변하기로 결정한 내 식습관에 대해 왈가왈부한다면 불편해질 것이다. 같은 맥락으로 내가 비건을 시작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의 식습관까지 이래라저래라 하는 건 억지스럽다. 그래서 아이와 남편이 먹고 싶어 하는 요리도 즐거운 마음으로 준비한다. 존중해야 하는 사람들이니까. 나는 야채 위주로 먹고 싶은 음식을 먹고, 남편과 아이는 고기든 생선이든 야채든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먹는다. 서로 불편함 없는 나쁘지 않은 방식이다. 


한 달에 한 번쯤은 비건 음식을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와 남편에게 월 1회 비건데이를 제안했고, 흔쾌히 좋다고 응해주었다. 나만 먹을 음식이 아닌 가족들과 함께 먹기 위해 만드는 야채요리! 음식으로 그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서 주말 별미처럼 시도했던 음식들이 얼렁뚱땅 야채요리 레시피가 되었다. 

그렇게 처음 만들었던 음식은 미나리 두부 만두였다. 아이와 남편 모두에게 반응이 좋았다. 


때때로 남편은 내가 어떤 야채로 무엇을 만들까? 기대했다. 제목처럼 흔하게 구할 수 있는 야채로 얼렁뚱땅 만드는 것이 내 요리의 모토이기에, 스페셜한 메뉴가 나오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별거 없는 음식임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의 긍정적인 반응에 요리 창작자가 된 나를 더 신나게 했다.  

 

토요일에도 일이 많아지면서 월 1회 주말 3끼를 모두 비건으로 음식 준비하기가 어려워졌다. 약간의 공백기를 거쳐 주말 1끼 비건요리를 하는 것으로 변경하면서 부담을 조금 덜고 만들 수 있었다. 


가족들과 함께 먹을 야채 요리를 준비하면서 비건의 매력에 더 깊이 빠져들었다.  


토마토 카레도 만들고, 두부 크림파스타도 만들고, 바질페스토버섯 파스타도 만들고, 견과류 볶음과 각종 야채 부침개, 된장국 등 냉장고에 있는 야채로 놀이처럼 이것저것 시도하면서 야채들의 고유한 맛을 더 잘 느끼고, 즐기게 되었다. 즐겁고 행복했다. 


그동안 야채로 만든 요리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브런치 북에 다 담지 못했다. 브런치 북에는 20개의 글만 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요리 과정의 사진도 부족하여 지금은 이렇게 후루룩 올리지만, 조금 더 채워서 하나하나 레시피로 남기려고 한다. 혹시 집에서 간단하게 야채요리를 해 먹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렇게 어렵지 않게 만들어서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물 대신 토마토를 왕창 갈아 넣은 카레도 만들고, 


꽤 자주 냉장고에 있는 야채들 모두 소환해서 된장국을 끓인다.

 

나만의 비건 개발 메뉴. 이름도 없다. 토마토 가지 수프라고 해야 할까? 역시 토마토를 왕창 갈아 넣고 올리브, 가지, 양파를 올리브유에 볶다가 두부 반모를 으깼다. 간은 소금으로 톡톡- 


요리 이름은 토마토 가지 수프라고 해야겠다.


밤과 땅콩 등 견과류와 가지, 올리브를 같이 넣고 볶다가 소금 간 톡톡해서 가볍게 한 끼 먹을 수 있는 요리 완성! 

 

견과류 버섯볶음이다. 밤이 탄수화물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가볍고 든든하게 한 끼 식사가 된다. 


역시 시부모님이 키워서 주신 호박과 인디언 감자. 찜기에 쪄서 먹었다. 인디언 감자는 마와 감자가 섞인 매력적인 맛으로 간식으로 좋다. 




야채로 만들 수 있는 요리는 생각보다 많다. '야채'라는 제한이 더더욱 창의성을 발휘하게 한다. 앞으로도 떠오르는 요리들을 재미있게 시도할 것이고, 잊지 않고 과정을 기록할 것이다. 그러면서 '꼭 비건이 되어야지!' 다짐할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비건이 되리라고 믿는다. 


이 브런치 북 발행으로 자연스럽게 채밍아웃을 한 것은 아닐까? 생각에 잠시 잠겼다가 '채밍아웃도 얼렁 뚱땅이군' 싶어서 웃음이 났다. 


앞으로의 내가 기대돼서 좋은 기분으로 글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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