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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가만히, 목만 춤추는 아이솔레이션 지옥 탈출기

by 마인드카소

댄스 자격증 교육 중 어느 날, 힙합 시간에 ‘아이솔레이션’을 배웠다.


사전적으로 ‘분리’, ‘단절’, ‘고립’을 뜻하는 아이솔레이션(isolation)은 운동, 음악, 춤 등 여러 분야에서 쓰이는 용어다. 댄스에서의 아이솔레이션은 목, 어깨, 가슴, 골반 등 특정 부위만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기술로, 안무에 깊이와 멋을 더해준다.


그날 배운 건 바로 ‘목 아이솔레이션’.
몸과 머리는 고정한 채, 리듬에 맞춰 목만 앞뒤 혹은 좌우로 움직여야 한다. 글로 쓰면 단순하지만, 막상 해보면 전혀 다르다.


앞뒤는 그나마 익숙한 근육이라 어떻게든 움직인다. 문제는 좌우. 몸통과 목이 반대로 움직여야 하는데, 가동 범위가 클수록 멋있어 보이니 더 어렵다. 생각해 보면 평소에 목을 옆으로 움직일 일은 거의 없다. 그러니 얼굴은 고정하고 목만 좌우로 움직이는 건, 거의 인간의 영역을 넘어선 일처럼 느껴진다. 게다가 리듬까지 타야 한다.

결국 어깨에만 힘이 잔뜩 들어가고, 얼굴은 점점 일그러진다. 그럴 때마다 선생님은 어깨를 톡톡 두드리며 말씀하신다.

“어깨 힘 빼, 힘 빼고 움직여요. 얼굴은 정면, 고개만 옆으로”


하지만 힘을 빼면 목이 안 움직일 것 같다.
‘도대체 목을 어떻게 움직여야 하지?’
헤매던 찰나, 선생님이 덧붙이셨다.


“턱을 보내든, 팔을 들든, 손으로 막든, 고개만 돌아가지 않게 신경 쓰면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목을 움직이려 해 보세요. 그래야 어느 근육을 써야 하는지 감이 잡혀요. 뭐라도 해야 해요.”


뭐라도 해야 한다.
그 한마디가 마음에 남았다.

무엇이든 아직 감이 안 잡히고, 경험이 부족해서 안 되는 걸 하려면 결국 ‘뭐라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머릿속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지?”, “난 왜 안 되지?”, “되긴 되는 걸까?” 같은 온갖 잡생각이 떠오르지만 결국 답은 하나다. 몸을 먼저 움직이는 것.


그래야 실패하든 성공하든 ‘경험’이 생긴다. 그 경험이 결국 배움이 된다.

실패하면 “아, 이렇게 하면 안 되는구나.”
성공하면 “아,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
그 차이를 알게 되면서 성장한다.


안 해봤으니 당연히 잘 안 된다. 실패하겠지, 바보 같겠지. 그래도 서툰 나를 그냥 바라보며, 뭐라도 해야 된다.


목 아이솔레이션을 하려면 목을 움직여야 하고, 이모티콘 작가가 되고 싶다면 드로잉을 해야 한다. 출간을 하고 싶다면 글을 써야 하고, 유튜버가 되고 싶다면 영상을 찍어야 한다. 살을 빼고 싶다면 운동을 해야 하고, 로또에 당첨되고 싶다면 일단 로또를 사야 한다.


생각만으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뭐라도 하는 것’, 그것이 결국 다음 스텝의 문을 연다.


나도 요즘 생각만 많았다. 연습해야지, 근력운동해야지, 안무 외워야지, 머릿속은 북적이는데 몸은 가만히 있었다. 생각과 걱정이 많아질수록 몸은 더 게을러졌다. 이제 그만 생각하고, 뭐라도 해야 한다.


자격증 실기시험까지 남은 두 달 동안 나만의 연습 루틴을 만들고, 하루하루 '나만의 행동'을 차곡차곡 쌓아야겠다.'잘 춘다, 못 춘다, 된다, 안 된다'와 같은 판단은 잠시 내려놓고,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해나가야겠다.


이 글을 발행하면 푸시업 10개씩 3세트부터 시작이다.

오늘의 첫 ‘뭐라도 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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