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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박사 레오 Jul 29. 2019

분노가 치밀어오르는 당신을 위한 조언

심리학자가 읽어주는 세상 이야기. 사회적 분노 관리

Photo by Lacie Slezak on Unsplash



최근 분노가 치밀어 오를만한 일들이 많아진 것 같다. 가까운 이웃나라의 총리가 대 놓고 싸움을 걸었으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구 선수가 대놓고 애타게 기다리던 팬들을 무시(?)한 것으로 인해 더욱 큰 공분을 사고 있다. 하긴 어디 분노를 유발하는 사람들이 이들뿐이겠는가?! 최근 많은 사랑을 받던 연예인들의 배신으로부터 시작하여, 국민들 세금에서 월급은 꼬박꼬박 받으면서도 일은 안해서, 월급은 왜 받지 싶은 여의도의 웅장한 건물에 계신 분들께서는 이미 진작부터 만성적 분노 유발자 역할을 충실히 하고 계셨다. 게다가 신문이나 방송에서 쏟아져 나오는 기사들을 보고 있자면 '대체 이 세상이 제대로 돌아가는 것 맞아?'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개인적인 직업 상 '분노'나 화를 경험하는 것에 대해서 민감한 편이다. 왜냐하면 분노라는 감정은 자신과 타인 모두에게 해를 끼치는 매우 위험한 감정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소위 '9시 뉴스'에 심취하신 아버지는 뉴스의 내용을 보면서 스스로 화가 올라온다. 오늘도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거나 참석해서도 졸고 있는 국회의원들로 인해 화가 나며, 국회청문회 기간이면 그들의 비상식적인 대화 수준에 더더욱 분노한다. 그런데 이런 아버지의 '화'와 '분노'는 어디로 가는가? 결국에는 주변에 있는 가족이나 자식들에게 향하게 된다. 괜히 자식들의 행동이나 문제를 트집잡아 '너도 정신차리고 살아!', 혹은 '너 지난 번에 하라는 거 왜 안했어?!'라고 혼내는 등 엉뚱한 사람에게 불똥이 튄다.



1. '실망'과 '분노'는 "기대"로부터 나온다.


보통 우리를 화나게 하는 대상은 내가 무관심하거나 오다가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관심과 애정을 가진 사람들이다. 비록 우리에게 과거에 수많은 악행을 저질렀지만 이웃 나라로 생각하고 그에 상응하는 동지애가 있었기 때문에 이웃 국가 총리의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상식 밖의 행동에 분노하게 되는 것이며, 축구를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이라면 마치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급으로 애정을 가지고 있던 축구선수의 무성의한 태도에 배신감을 느끼는 것이다. 즉, 우리의 입장에서는 우리가 기대하고 생각하는만큼 상대방도 그에 상응하는 수준 높은(?) 행동과 대응을 주기를 바라는 "기대"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혹시 우리의 "기대"가 잘못되었던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는가? 우리가 하고 있던 "기대"가 양측 합의 하에 상호적 관계를 전제로 한 것이 아니라, 우리 측의 "일방적이고 비현실적인 기대"는 아니었을까?


이웃 나라라고 하지만 그들은 우리를 식민지배했던 나라였다. 즉, 그들에게 있어서 우리나라란 "예전에는 말 한마디에 벌벌 떨면서, 아무렇게나 막 대해도 꼼짝 못 하던" 나라였던 것이다. 적어도 현재 그 나라의 70대 이상은 다 그런 생각을 하고 우리를 하대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더 사실에 가깝다(이와 관련해서는 "한일 문제를 바라보는 좀 특이한 관점" by 노박사. https://brunch.co.kr/@mindclinic/123 참조).


유명 축구선수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이 축구선수의 경우 우리를 더욱 분노케 한 것은 우리나라에 오기 전에 들렀던 중국에서는 그렇게 살갑게 대했던 모습이다. 심지어 중국에서는 풀타임으로 경기를 뛰었으며, '중국국민들의 환대에 감사한다'는 표현까지 썼다는 점에서 그 배신감은 극에 달한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중국선수들이 아니라 자신들의 최고 라이벌인 팀과 경기를 했던 것이며, 이는 충분히 그 선수의 승부욕을 자극할만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진지하게 게임을 뛰고 난 후 촉박한 일정으로 비행기를 타고 우리나라에 와서 팬사인회와 경기를 모두 소화하는 것은 아무리 훌륭한 선수라고 해도 무리한 일정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자꾸 드는 것은 왜일까?


게다가 우리나라는 총인구가 5천만에 불과한데 중국은 우리나라의 20배가 넘는 13억이 넘어가는 나라라는 점까지 생각해 본다면, 과연 그 축구선수가 왜 그런 선택을 했을지에 대해서 비교적 분명해지는 것 같다. 현재의 상황을 보면 이런 일이 발생할 것은 자명한 것이었고, 이것을 충분히 알면서도 무리한 일정을 추진한 사람들도 책임과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더 든다. 오히려 어설프게 준비하고 계획하여 뻔히 국민들의 감정을 상할 일을 만든 것은 아닐까?



2. 짝사랑은 이제 그만!


나의 직업 상 아무에게도 상담을 받으라고 적극 권유하지 않는다. 본인이 원하는 경우에만 그에 응해준다! 왜냐하면 전문가 입장에서 아무리 문제가 있어 보이고 도움을 주고 싶어도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그 끝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본인도 모호하게 알고 있으나 피하고 싶은 문제를 들추게 되어 심한 원망과 분노로 되돌아오기도 한다.


상대가 굳이 원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애정과 에너지를 투자할 필요가 없다. 단, 짝사랑 자체를 즐기면 그것으로 됐다. 대신 짝사랑을 할 때에는 상대가 좋아져서 설레는 과정을 즐길 뿐이지 상대에게 무언가를 요구하거나 많은 기대를 하는 순간 짝사랑은 '애틋함'과 '설레임'에서 분노로 변화한다. 그래서 그동안 쏟았던 애정을 보상할 만큼 원망과 공격을 쏟아붓는다. 물론 상대방은 이해를 잘 못한다. 갑자기 왜 그러는지! 그리고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짝사랑은 가치는 그동안 내가 충분히 즐겁고 좋은 마음으로 즐겼으면 된 것이다. 그리고 문제가 생기거나 상대방에 대하여 실망이 커지면 짝사랑의 마지막 장점인 '무지막지하게 버림!'을 사용하면 된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짝사랑을 찾아가면 될 뿐이다. 그런데 거기에 매달려서 왜 너는 나의 사랑을 안 받아준거니 등등 매달리기 시작하면 이제부터는 막장 드라마가 되는 것이다. 


문제의 축구 경기가 있던 날, 경기장에는 "메시"라는 구호가 외쳐졌다고 한다. 그걸 보면서 과연 메시가 좋아할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 또한 헛된 기대이다! 원래부터 축구에 관심도 없는 편이며 2002년 월드컵 응원전도 안 나간 사람이지만, 내가 좋아하고 아끼는 축구 선수 3명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축구 선수 3순위는 손OO 선수이며, 내가 좋아하는 축구 선수 2순위는 박OO 선수이다.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축구 선수 1순위는 차OO 선수이다!!!!! 그리고 그들은 적어도 나를 알지는 못하겠지만 내 나라를 우습게 보거나 배신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이번 일을 계기로 그분들을 더욱 좋아하게 될 것 같다. 나는 그냥 버리기로 했다, '호OO'도 '메O'도!! 



3. 싸울 것이라면 제대로 맞서라!


그런데 이처럼 조용히 싸움을 끝낼 수 없는 경우들이 있다. 모 축구선수와 같은 경우에는 조용히 싸움을 끝낼 수 있다. 왜냐하면 그냥 짝사랑이었으니까! 우리가 애정을 중단하건 말건 별로 관심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SNS에 가서 욕을 달아봐야, 우리에 대한 인식만 더 나빠지지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행여나 자신의 유명세를 등에 업고 우리나라를 비난하는 글을 맞대응하여 올리거나 우리가 예상치 못하는 먼 훗날에 우리한테 해를 끼칠 수도 있다(왜냐하면 워낙 축구계에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그런데 이웃 나라 같은 경우에는 좀처럼 조용히 끝날 것 같지가 않다. 그런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싸움은 안 하는 것이 제일 좋지만 만약 싸움을 할 것이라면 제대로 하는 것이 맞다. 제대로 싸움을 걸어왔는데 이에 제대로 맞짱을 떠주지 않으면 우숩게 보거나 버릇이 나빠진다. 그래서 제대로 대응을 해야 할 것이다(이와 관련해서는 "싸움의 기술" by 노박사https://brunch.co.kr/@mindclinic/68 참조). 


그럼 어떻게 대응을 할 것인가? 본격적인 싸움은 감정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냉철한 판단과 철저한 계획에 근거하여 상대방의 약점을 찾아 제대로 공격해서 때려눕혀야 하는 것이다. 권투 선수가 경기를 할 때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어떻게 되는가? 당연히 지고 말 것이다. 제대로 이기려면 나의 강점에 기반하여 상대방의 약점을 파악하고, 이를 집중 공략해야만 이길 수 있다. 이 와중에는 분노와 화가 치밀어 올라도 진정하고 싸움에 이기는 것에만 집중해야 한다. 감정에 압도되는 순간 허점을 보이게 되며, 상대의 공격에 당하게 된다. 


(개인적 차원에서의 견해임! 태클 금지! 다름 인정 필요함!!) 예를 들어, 광화문 광장에 모여서 규탄대회를 하는 것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울분을 해소하는 차원에서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궁극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그런 장면을 기대했을지도 모르며 이를 촬영하여 역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그 나라로 여행을 가지 않는 것은 매우 치명적일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그 나라의 관광 업계를 먹여 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수로 보면 20배나 되는 중국 관광객과 우리의 관광객 숫자가 비슷하다는 것은 얼마나 많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 나라의 관광업계를 먹여 살리는지를 보여준다. 또 다른 강력한 약점은 올림픽과 방사능 문제이다. 이 둘을 연계하여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홍보하고 이를 문제시하는 접근을 계속해서 취한다면 그들에게는 가장 힘든 싸움을 하게 만드는 것이 될 것이다. '올림픽', '방사능 사고 (및 그로 인한 음식물의 위험성)', '관광객 감소'가 그들의 최대약점이다!!


그래서 일단 우리 집안은 방사능 문제를 고려해서라도 앞으로 10년 간 일본여행금지를 공표했다! 그랬더니 좀 속이 시원해지는 것 같기는 하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정치 문제나 국제 정세에 별로 관심이 없다. 그리고 관여하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원래 스타일에 맞지도 않게 한일관계에 대한 글을 올렸더니 개인적으로 몇몇분이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는건데?'라는 추가 글을 원하시는 분도 계시고, 댓글로도 진지하게 답을 원하시는 분도 계셔서 몇 자 적어보았다. 또한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여러 가지 사회적 분노를 유발하는 이슈들에 대해서도 동일한 대응과 해법이 적용 가능하기 때문이다. 


비록 사회심리학자는 아니지만, 최근 우리 사회를 보면 정서적으로 매우 불안정하다는 생각이 들뿐 아니라 "사회적 분노"가 둥둥 떠다니는듯한 느낌을 지울 길이 없다. 그래서 이슈가 생길 때마다 떠다니던 분노가 한꺼번에 몰리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어 좀 무섭기도 한다. 반일감정이 생기는 것이야 당연하지만 큰돈 들여서 오래전부터 예약이 되어 있는 여행을 갔다고 해서, 그리고 그 사진 몇 장을 올렸다고 해서 그렇게까지 비난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개인적 차원에서의 생각임). 


실제로 더욱 힘든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본과의 무역을 하는 분들과 그 직원들일 것이며, 혹은 어떤 방식으로든 일본과 엮여 있는 분들일 것이다. 그분들은 정말 애가 타고 속이 뒤집어질 것이고, 내내 좌불안석일 것이다. 그리고 그 나라에는 이미 수많은 우리 국민들이 이미 상주하고 있는 상태이다. 우리가 감정적으로 반응하고 대응할 때에 생계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절박한 사람들은 말도 못 꺼낼 것이다. 무조건 감정적으로만 해결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혹자들은 미국의 중재를 통해서 일본에 압력을 가해달라고 하기도 한다. 그것 또한 비합리적 기대이다. 개인 수준에서는 합리적이고 온정적이며, 배려와 존중이 가능하다. 하지만 집단이 되면 이와 같은 합리가 감소하고 자기중심적인 성향이 늘어난다. 이것이 국가 차원의 문제가 되면 오직 자기 나라만을 생각하는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우리의 일제청산을 방해하고 남북으로 갈라놓은 당사자 중에 그 나라가 있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세상은 원래 '동물의 왕국'이다. 강한 자가 살아남고 약한 자는 죽는 것이 정석이다. 냉철하고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세상에서 온정과 배려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헛된 기대이다. 불행히도 맞는 얘기이다. 그리고 이것이 합리적 기대이다!! 그래서 스스로 힘과 능력을 키우거나 다른 사람이나 나라와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지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이 때문에 나는 우리나라가 좋을 때가 많다. 그렇게 우리를 스트레스받게 했지만, 호OO 방에 가면 틀림없이 삼성이나 LG TV와 가전제품이 널려 있을 것이며, 그가 쓰는 스마트폰에는 분명 우리나라에서 만든 반도체(?) 부품이 들어가 있을 것이다. 이웃나라의 십대와 이십대들은 그 나라의 총리보다도 BTS를 더 좋아할 것이며, BTS의 나라인 우리나라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할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 좀 더 통쾌해지면서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것이 진정, 가진 자의 여유이다! 그리고 이런 여유를 가지고 한수 위에서 그들을 바라보고 대처하는 것을 추천하는 바이다!! 그리고 이런 자세로 제대로 싸움을 해야 이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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