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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박사 레오 Oct 24. 2019

번아웃(burn-out)에 빠지기 쉬운 세 가지 성격

심리학자가 읽어주는 세상 이야기. 번아웃(burn-out) 증후군

Photo by Adi Goldstein on Unsplash



1. 수능에 대한 추억


많은 학부모들에게 수능이라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닌다. 입시를 중시하는 우리나라 분위기 상 수능이라는 목표를 위하여 중고교 시절을 모두 다 투자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면서, 동시에 그 길고 긴 과정이 끝나는 마지막 종결점이기도 한다. 그래서 수능장 앞에 가면 초조한 모습으로 기다리는 부모들을 보면서 아마 서로 말은 안 해도 그동안의 노고와 고단했던 과정, 그리고 자식에 대한 안쓰러운 마음을 공유하고 있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비록 밖에서는 심리전문가로 활동하지만 집에 들어가면 평범한 아빠인 나에게도 수능장 앞에서의 기다림은 초조하고 긴장될 수밖에 없었다. 수능이 끝나고 각양각색의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구름 떼처럼 몰려나오는 사람들 중에 저 멀리 요즘 말로 '개고생'을 마친 우리 딸이 보이는 순간 울컥하는 마음이야 모든 부모가 동일하지 않겠는가? 엄마와 아빠를 발견한 우리 딸은 그렁그렁한 눈물을 보이면서 엄마 품에 달려와(절대 아빠 아님! ㅠ) 비장하게 한마디를 던지고 눈물을 터트렸다. “아우~ 하얗게 불태웠어!!”


어떤 일에 대해서 열정적으로 몰입하여 열심히 그 일을 수행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래야만 좋은 결과와 성과를 얻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며, 그로 인하여 발생하는 성취감과 만족감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어떤 일에서 ‘하얗게 불태웠다!’고 말할 정도로 열심히 생활하고 일하는 것은 힘들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스스로에게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긍정적인 셀렘과 건강한 흥분을 줄 수 있다.



2. 과유불급(過猶不及)


하지만 열심히 하는 것도 지나치면 병이 되는 것임에 틀림없다. 열심히 한다는 것은 신체적 및 심리적 에너지를 '열심히!' 사용한다는 것이며, 때로는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용량을 넘어서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분명히 탈이 나게 되어 있다. 시속 100km가 최대인 자동차가 130km로 억지로 달리거나 혹은 지나치게 오랜 시간 동안 최대속도로 달린다고 치면 그 차가 어찌 멀쩡할 수 있겠는가?! 당연히 문제가 생기고 고장이 날 것이다. 혹은 축구선수가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경기를 뛴다면 당연히 지치고 힘들지 않겠는가? 아마도 다리에 무리가 가던가 심장에 무리가 갈 것이며, 심한 경우에는 축구 선수를 그만두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가 심리적 소진에 대해서는 이와 같은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래 보유하고 있는 심리적 에너지의 양에 대한 기준을 잡기가 어려우며,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였는지에 대해서 모호하다. 그리고 어떤 일에 몰두하여 열정적으로 일하는 것은 그에 따르는 쾌감과 만족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 쾌감과 만족이 심리적 소진으로 인한 심리적 탈진이나 고통을 덮어주게 된다. 소위 진통제를 맞는 것과 동일한 효과라고 보면 된다.


만약 이와 같은 상태가 지속된다면 자신이 보유한 에너지 수준을 넘어서는 심리적 에너지를 사용하게 되고, 이는 결국 심리적 에너지의 고갈로 이어진다. 혹은 과도한 심리적 에너지 사용이 지속되면서 심리적 에너지가 부족하게 되고(심리적 여유가 없어짐), 심리적 에너지가 부족해지면 주변의 상황이나 사람들에 대해서 예민해지거나 짜증이나 분노가 많아지는 등 심리적 역기능 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를 바로 “번아웃(burn-out)” 상태라고 한다. 즉 ‘하얗게 불태움’ 수준을 넘어서서 정말 타버려서 없어져 버리거나 혹은 그럴 것 같은 긴장감과 절박함을 느끼는 수준이 되는 것이다.



3. 번아웃에 잘 빠지는 세 가지 성격 특성


분명히 번아웃이라는 것이 문제이며, 이를 겪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태에 잘 빠지는 성격 특성들이 있다. 그 첫 번째는 높은 수준의 내적 목표이다. 자신의 에너지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 열정적으로 일하는 사람(이 또한 높은 목표에 들어가 있음!)들의 경우에는 번아웃을 경험하기 쉽다. 이에는 두 가지 요소가 있는데, ‘심리적 에너지 수준을 고려하지 못함’과 ‘(고품질의 결과를 내기 위하여) 심리적 에너지를 많이 사용함’ 등이다. 만약 두 가지 요소 중 하나라도 있다면 번아웃의 가능성이 있으며,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갖추었다면 거의 대부분 크거나 작게 번아웃을 경험하게 된다.


두 번째 특징은 심리적 상태에 대해서 둔감하다! 정확히 말하면 둔감하기보다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수 있다. 실제로 둔감한 경우도 있으나, 지치고 힘든 것을 느끼지만 ‘그래도 열심히 해야지!’나 혹은 ‘이런 정도는 이겨내고 극복해야 하는 것들일 뿐이야!’라고 생각하며 번아웃의 징조들을 무시하는 경우이다. 둔한 경우이던, 무시하는 경우이던 결과는 유사하다. 어찌 되었건 마음이 보내는 고통의 싸인에 반응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결국 번아웃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보통 ‘번아웃’이 갑작스럽게 찾아왔다고 느낀다. 그런데 이는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그동안 보여왔던 번아웃의 싸인들을 무시했을 가능성이 더 높다.


세 번째는 잘못된 대응방식을 가지는 경우이다. 번아웃의 기본적인 생리는 과도한 에너지 사용 및 남용으로 인한 것이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우선되어야 하는 방법은 에너지의 사용을 줄이고 보존하고자 하는 ‘쉼’과 ‘휴식’이다. 그래서 번아웃의 싸인들(예를 들어, 최근 들어 ‘일에 대한 흥미나 열정이 반감했다’거나 ‘이렇게 일해서 뭐해?’라는 회의감이 드는 등)을 느꼈을 때에는 그동안 심하게 지친 내 마음의 고통과 상처를 회복하기 위하여 휴식을 취하거나 쉬어야만 한다. 혹은 소위 ‘마음의 보양식’(즉, 심리적인 원기와 에너지를 회복해주는 활동)을 해야만 한다. 그런데 엉뚱하게 또 다른 열정을 찾을 수 있는 일에 몰입(‘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거나 혹은 안 다니던 ‘영어학원이나 대학원에 등록’함 등)한다. 이는 에너지를 회복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나마 모자란 에너지를 새롭게 투여해야 해서 결국에는 번아웃을 더욱 심화시키거나 번웃의 빠른 진행을 유발한다.



4.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아웃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첫째, 본인의 심리적 상태에 대해서 명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축구선수는 자신의 체력 수준에 대해서 명확히 알고 있고, 현재의 피로 정도에 대해서 잘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몸을 최적의 상태로 유지하면서 신체적 상태에 따른 적절한 관리를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본인의 심리적 상태에 대해서도 예민하게 감지할 수 있어야 한다. 나의 원래 심리적 에너지 수준과 현재 사용한 정도에 대해서 잘 가늠해 보아야 한다. 그래서 에너지가 충분하다면 다양한 활동을 즐겁게 수행하면 된다. 아마도 다양한 일을 하더라도 모두에서 만족하거나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심리적 에너지가 부족하거나 고갈되어 간다고 생각되면 (심리적인) 원기회복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조만간 번아웃이 들이닥칠 가능성이 점차로 높아지는 것이다.  


두 번째, 적극적인 ‘휴식’과 ‘쉼’의 가치를 알고 활용해야 한다. 90분 내내 전반전 경기를 열심히 뛴 축구선수는 중간 휴식 시간을 최대한 적절히 사용해야 한다. 그래야 후반전에 집중하여 다시금 최적의 상태로 골을 성공시킬 수 있다. 마찬가지로 본인이 업무가 과도하고 마음의 에너지를 많이 사용했다면, 그만큼의 휴식과 쉼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결국 심리적 에너지가 고갈되고 심리적 손상이 올 수밖에 없다. 특히 ‘잠시라도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무언가 허무하고 무가치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 매 순간 의미 있는 일로 가득 채우면 물론 좋다. 하지만 그 사이에 반드시 휴식과 힐링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심리적 에너지가 바닥이 나서 결국 차가 길 한중간에서 방전되거나 고장이 나서 서 버리듯이 내 마음의 작동도 멈추고 말게 된다. 바로 이것이 번아웃이다.


세 번째, ‘마음의 보양식’을 적극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충분한 ‘휴식’과 ‘쉼’은 항상 중요하다. 하지만 과도하게 심리적 에너지를 사용했다면 단순히 휴식을 취하는 것 이상으로 적극적인 심리적 보양(잘 보호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꿀과 기름이 넘치도록 만듦^^)이 필요하다. 과도하게 체력을 사용하거나 혹은 날씨가 무더워서 땀을 많이 흘리게 되는 복날에는 보양식을 먹어서 체력을 보충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이치이다.


‘마음의 보양’과 관련하여 고려할 또 한 가지 측면은 지속적으로 튼튼한 마음을 만드는 활동을 병행해야 한다. 축구선수들이 기본적으로 웨이트 트레이닝과 기초체력단련 과정을 통해서 기본적인 체력을 강화하는 활동을 꾸준히 하듯이 마음에 대해서도 튼튼한 마음 근육과 탄력을 만드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꼭 문제가 있어야 심리검사를 받거나 심리치료를 받는 것이 아니다! 평상시에 자신의 장단점을 이해하고 더 성숙하고 건강한 심리적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심리검사나 상담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마음에 대한 지속적인 단련을 꾸준히 한다면 심리적 에너지 자체가 많아지는 긍정적 효과를 볼 수 있다.



5. ‘하얗게 불태운’ 딸 이야기


수능이 끝나고 엄마와의 감동적인 포옹을 마친 우리 딸이 행동은 다음과 같다.

(다음의 이야기는 ‘수능’을 “프로젝트”나 “과도했던 업무”로만 바꾸어 생각하면 당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주게 될 것이다!)


1) 일단 맛난 음식, 본인이 제일 좋아하는 음식인 “고기”를 먹으러 가서 그동안의 공부에 대한 부담감 등은 다 버리고 오직 고기에만 집중해서 마음껏 그리고 즐겁게 먹었다.

2) 든든히 배를 채운 후, 친구들과 놀러 나갔다! 참, 가면서 ‘여차하면 나 오늘 밤새도록 놀지도 몰라! 괜찮지?’라는 확인도 잊지 않았다ㅠ

3) 그러나 실제로는 얼마 많이 놀지도 못하고 너무 피곤하다고 집에 들어와서 잠들었으며, 오후까지 내내 잘 거라는 딸의 결심과는 달리 평상시와 같이 아침 일찍 잠이 깨서는 매우 안타깝고 억울해했다ㅠㅠ

4) 이후로 한동안은 그동안 채우지 못했던 '잠'과 ‘놂’에 대한 욕구를 만족시키느라고 딸의 얼굴을 제대로 보기 힘들었다는 전설이 있다….^^


아참, 수능이 끝나면 하고 싶었던 '몸매 관리를 위한 헬스'나 그동안 못했던 '취미 활동을 위한 학원 다니기' 등은 한풀이하듯이 놀고 난 한참 후부터 시작하였다. 그런 딸의 모습을 보면서, '저 친구는 참 심리적으로 건강하구나..'라는 생각을 지울 길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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