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만만 8화. 혼밥, 혼술, 혼쇼, 저만 그런가요?
우리가 가까운 사람을 표현할 때 보통 ‘식구(食口)’라고 한다. 이는 같은 '집에서 살며 끼니를 함께 할 정도의 가까운 사람'이라는 의미로서, 진짜 가족은 아니더라도 친밀한 사람들을 지칭할 때 ‘식구’라는 표현을 자주 한다. 즉, 함께 ‘식(食)’을 한다는 것은 이와 같은 심리적인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런 문화나 관습은 이전의 가부장적 문화나 혹은 집단이나 조직 중심의 문화에서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 때에는 관계라는 것이 중요했으며, 다양한 관계의 방법 중 먹는 것(즉, 食)이 특히 중요하게 생각되었다. 게다가 예전에 소위 ‘먹고 살기 힘들었던’ 시절에는 이것이 얼마나 중요했으면 안부를 확인하는 인사 자체가 ‘식사하셨습니까?’였을 정도일까?!
그런데 이제는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조직 중심적 문화에서 개인성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되었으며, ‘함께, 또 같이’만큼이나 ‘개인(적 시간과 영역)에 대한 존중’도 중요한 세상이 되었다. 그렇다면 ‘혼자만의 활동’에 대한 생각이나 관점도 바뀌어야만 하지 않을까? 모두들 공동의 가치를 위해 함께 하는 것이 당연시 되던 시절에는 혼술이나 혼밥이 왠지 사회적 부적응의 지표였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밥을 같이 먹어줄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도 없나 보네ㅠㅠ'라는 생각에 측은지심으로 볼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개인성이 존중되는 이 시대에 혼자 만의 “식(食)”을 즐기고 “주(酒)”를 즐기는 것이 무엇이 문제인가? 오히려 시대의 흐름을 선도하는 “핵.인.싸”가 아니겠는가?!
주말에 내가 좋아하는 색과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옷을 구입했다. 아마도 월요일 출근길은 기분도 산뜻할 것이다. 가끔씩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면서 ‘올~ 잘샀어! 멋스럽네!! 맘에 들어^^’라고 생각하면서 더 기분이 즐거워질 것이다. 그렇게 하루를 즐겁게 보내는 것이 무엇이 문제인가?
그런데 내가 근무하는 회사에 쓸데없이 남의 일에 참견 잘하는 못된 성격의 친구가 ‘너 옷이 그게 뭐야? 좀 이상해?!’라고 말하면 무엇이라고 반응하겠는가? 그 친구의 피드백으로 하루의 기분을 망치고 ‘옷을 괜히 샀네ㅠ 잘못샀어ㅠㅠ’라고 후회하는 것이 적절할까? 아니면 속으로 ‘너나 옷 잘 챙겨입고 다니세요~ 너는 아주 아싸 스타일의 선두주자야!!’라고 욕하고 넘겨버리는 것이 나을 것인가?
이나저나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다. 나의 만족과 나의 즐거움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물론 가끔 원하지도 않았는데, 굳이 피드백과 코멘트를 해서 남의 심기를 건드리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다. 그런데 나의 만족을 위해서 타인에게 아무런 위해를 가하는 것도 아닌 행동을 하는 내가 잘못인가, 아니면 쓸데없는 소리로 사람의 심기를 건드리는 사람이 못된 성격인가?! 내가 만족하고 즐거웠다면 ‘그걸로 끝!’하라!! 굳이 좋은 기분 망치지 말고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라.
그런데 가끔은 ‘이렇게 혼밥이나 혼술을 즐기다가 대인관계 상에서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닌가?’하는 걱정이 생기기도 한다. 어쩜 이런 걱정은 당연할 것인지도 모른다. 특히 주변에 쓸데없이 참견하는 사람들로 인해 '조언'과 '충고'라는 포장을 두른 잔소리를 많이 들었다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이런 걱정을 “쓸데없는 걱정!”이라고 한다. 다음의 질문들에 대답해 보라. ‘당신은 1년 12개월 내내, 그리고 52주 365일 내내, 그리고 하루 세끼 모두를 혼자서 식사하고 혼자만 술을 먹는가?’, ‘만약 업무 상으로 필요한 경우라 하더라도, 절대로 다른 사람들과 식사를 하거나 술먹는 일을 하지 않는가?’, ‘당신은 당신이 좋아하거나 좋은 관계인 사람이라도 같이 밥을 먹거나 술을 먹으면, 곧바로 체하여 화장실에 가서 다 토해내거나 혹은 온 몸에 두드러기가 돋는가?’
이 정도가 아니라면 무엇이 문제인가?! 사람은 인생의 과업 중에 하나가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같이 식사를 하거나 맥주 한잔 하는 일도 다반사이다. 때로는 좋은 친구들과 기쁜 마음으로, 때로는 업무 상 관계 때문에 즐거운 척 하면서, 때로는 복잡한 식당에서 자리가 없어서 전혀 모르는 사람과 동석을 하기도 한다.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은가? 이제는 혼자 편하게 자신만에 집중해서 식사를 하거나 휴식하는 마음으로 술한잔 기울이는 것도 당연히 필요하다.
혼술, 혼밥, 혼쇼, 이 자체가 무슨 문제인가?! 단지 비율의 문제인 것이다. 만약 (업무 상 혹은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꼭 필요한 경우임에도 식사나 가벼운 한잔을 철저하게 거절한다면 그것은 문제일 가능성도 있다. 혹은 전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기 때문에 혼술과 혼밥 밖에 못한다고 하면 그것도 문제일 가능성도 있다.
단, 본인이 이런 행동이 문제라고 생각하고 개선하고 싶다면 문제이다! 하지만 본인 스스로 불편감이 없거나 혹은 필요에 따라서 타인들과 충분히 식사나 술자리를 할 수 있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그것은 단지 스타일의 차이이고 성격의 차이일 뿐이다. 특히 내향적 성향이 강한 사람이라면 반드시 하루의 한끼 이상은 혼자서 편안하게 식사하시라고 나의 내담자들에게 권할 정도이다. 그것은 단지 개인의 선호일 뿐이다.
당신의 선호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당당하게 즐기면 된다. 타인들의 시선? 하루 종일 사회생활 하면서 그들의 시선에 신경쓰고 맞춰주었으면 됬다! 이제는 당당하게 자신만을 위한, 자신만의 시간을 가져도 된다. 당당하게 즐기라! 그래야 내일 다시 기운내서 열심히 살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