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심리학. 수능이 끝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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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수능시험이 치러졌습니다.
이제 저는 수능과는 거리가 멀어졌지만, 수능날이 되면 왠지 과거의 아련한 기억들과 그동안 고생한 학생들과 부모님들을 생각하면 울컥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저도 그랬지만) 아마도 수능이 끝나고 나오는 학교 정문에는 부모님들이 초조하고 애타는 마음으로 자녀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 종이 울리고 학생들이 몰려나오는 순간 저 멀리서 부모님의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그동안 고생했던 자식의 모습을 보면서 서로 부둥켜안고 마음을 나눈 장면이 연출되고는 합니다.
그런데 이 순간, 부모님이나 혹은 걱정하는 마음을 가진 어른들의 의도와는 달리 스트레스와 부담을 주는 코멘트들이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코멘트는 가능하면 피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실은 수능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평상시 시험이나 혹은 입사 면접이나 시험 등에서도 가장 많이 하는 첫 번째 말이 바로 '잘 봤어?'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 말은 좋은 표현은 아닙니다.
이 표현이 좋지 않은 이유는 "잘"이라는 조건에 있습니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조건적 인정'이라고 합니다.
전제하는 조건, '시험은 잘 봐야 한다!'라는 조건에 맞는 경우에만 인정과 칭찬받는 느낌을 주게 되는 좋지 않은 표현입니다.
즉,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중에 '잘해야 한다!'는 부담과 스트레스를 주기 쉽습니다.
물론 기왕 공부를 할 것이면, 좋은 성적을 내고 시험도 잘 보면 좋겠지요!
그리고 결국 시험을 잘 보게 되면 본인들이 제일 이익이기도 합니다.
다만,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 더 길게 보자면 초중고 교육의 마무리를 짓는 과정에서 굳이 그렇게까지 말하지는 말자는 것입니다.
게다가 주변에서 말해주지 않아도 세상에서 시험을 가장 잘 보고 싶은 사람들은 아마 본인들일 것입니다.
그리고 '잘 보았을까?' 혹은 '아... 못 본 것 같아 ㅠㅠ 망친 거 같아 ㅠㅠ' 등과 같은 생각을 제일 많이 하는 것 또한 본인들이며, 그로 인한 스트레스도 가장 극심한 순간이 바로 시험 끝나고 나올 때입니다.
본인들이 가장 예민하고 스트레스받고 있는 순간에 '잘 봤어?'라고 확인 사살하여 그들의 고통을 더 심화시켜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에 "잘"이라는 부분을 언급하지 말고, '고생했다!', '장하다!', '기특하다!', '이제 일단락했으니 우선 푹 쉬어!' 등과 같은 표현을 통해서 그동안 고생했던 것에 대한 인정과 칭찬, 그리고 쉼 없이 달려온 그들에게 충분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잠시의 여유를 주는 것은 어떨까요?
냉정하게 얘기하면 수능은 중간 단계일 뿐입니다.
이제 본격적인 입시 전쟁의 가장 정점인 눈치 작전이 시작되는 시기입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제일 잘 알고 있으며, 부담을 느끼는 것도 본인들입니다.
그런데 그들에게 '이제 뭐해야 되지?'라고 묻는 것은 그들의 긴장감과 스트레스를 불을 붙이는 격이 됩니다.
물론 앞으로 점수에 따라서 어떤 학교를 선택할지, 그리고 논술(아마 지금은 없어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을 준비해야 하는 경우들도 있으며, 학교에 따라서는 면접을 보게 되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또한 많은 준비가 필요하며 긴장을 늦출 수도 없는 일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수능이 끝나고 나오는 친구들에게 곧바로 이를 들이대는 것은... 좀 잔인할 수도 있습니다!ㅠㅠ
축구 경기 중 전반적과 후반전 사이에 하프타임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동안 선수들은 일단 물도 마시고 잠시 눕기도 하고 다리나 어깨의 근육을 풀기도 하는 등 잠시 동안이나마 휴식을 취해야만 합니다.
긴장감을 유지한다고 하프타임 내내 운동장에 나와서 계속해서 실전과 같은 슈팅 연습을 하는 것이 과연 도움이 될까요?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재정비를 한 후, 후반전이 시작되기 5분 전부터는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후반전 전략을 짜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자, 이제 수능이 끝났으니 다음에 뭐할지 빨리 준비해야지?!'라는 말은 잠시 뒤로 미루면 어떨까요?
숨 막히게 달려온 그들에게 잠시 숨 쉬고 휴식을 시간을 주어 그래도 어느 정도는 원기회복을 하고 에너지를 보충한 다음에 시작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요?
세 번째 조심해야 할 표현이 바로 '틀림없이 잘 봤을 거야!'입니다.
수능장을 빠져나오는 학생들이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이나 걱정을 무엇일까요?
바로 '잘 못 본거 같아 ㅠㅠ', '긴장해서 평상시만큼도 못 본 것 같아 ㅠㅠ', '아.. 망쳤어 ㅠㅠ', '아.. 아쉽다.. 그거 틀린 것 같은데.. 아는 거였는데.. 너무 아깝다..ㅠㅠ' 등등일 것입니다.
이와 같은 그들의 마음을 위로한다고 무조건 '틀림없이 잘 봤을 거야!'라고 말하는 것은 불안한 마음을 충분히 공감하고 위로해주지는 못합니다.
오히려 "잘"이라는 전제를 강요함과 동시에 '못 봤으면 어떻게 하지?ㅠㅠ'라는 걱정 속에 있는 그들의 입장에서는 '잘 보기'를 원하는 부모님의 기대(?)와 '잘 못 본 것 같은데..ㅠㅠ'라고 생각되는 자신의 수행 결과와의 간극을 더 벌리는 효과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에는 "잘"이라는 결과에 대한 부담이나 '근거가 희박한 막연한 기대나 희망을 강요'하기보다는 아예 결과에 대한 언급을 회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즉, 결과에 상관없이 그동안 노력한 것에 집중하거나 그동안 힘들었으니 휴식을 취하거나 혹은 스트레스를 풀 수 있도록 맘껏 놀거나 못 잤던 잠을 자라고 해주는 것이 진정한 위로가 될 것입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본인이 할 수 있는 바를 다했으면, 그다음에는 하늘의 뜻을 기다리라는 의미 정도가 됩니다.
이미 수능장을 벗어난 이상, 다그치거나 후회하거나 이제야 노력한다고 결과가 달라지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후회하고 아쉬워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부모님들이,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그들을 위로하고 지지해주고 싶다고 한다면, 결과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 그리고 '좀 더 잘할 수 있었는데..ㅠㅠ' 혹은 '더 잘했어야 하는데..ㅠㅠ'라는 아쉬움과 후회에 가득한 그들을 더 부담스럽게 하지 않는 것이 방법입니다.
즉, 결과에 대해서는 가능하면 언급하지 말고, 그동안 노력하고 애써왔던 부분에 대해서 칭찬하고 인정하며, 고생하고 노력한 그들이 잠시라도 숨을 돌리고 휴식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수험생 여러분들 그동안 너무 고생했습니다! 오늘은 잠을 자거나 놀러 나가거나 본인이 못했던 거 마음껏 하시기 바랍니다~
학부모 여러분들 그동안 너무 고생하셨습니다! 여러분들도 학생들만큼이나 충분한 휴식과 위안이 필요합니다! 꼭 스스로를 위로하고 칭찬하고 돌보셔야 한다는 생각을 꼭 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