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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박사 레오 Dec 11. 2020

디지털 마녀사냥! 저격 콘텐츠의 심리적 기제

심리학자가 읽어주는 사람 이야기. 디지털 마녀사냥의 심리적 기제

Photo by Azamat E on Unsplash



최근 악의적이고 부정적인 내용으로 타인에 대해서 위해를 가하거나 피해를 입히는 내용을 콘텐츠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유튜브나 온라인 상 정보 파급력이 강화되면서 이와 같은 저격 콘텐츠와 관련된 문제들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현상을 통칭하여 '마녀 사냥'이라고 칭한다.

이로 인하여 특정 개인의 심리적인 손상은 물론이고 심한 경우에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습니다.  


대체 이와 같은 현상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요?

 


1. 공격성은 인간의 본능이다


공격성은 인간의 본능입니다. 

이는 자신을 보호하고 지키기 위한 중요한 본능으로써, 타인이 부정적인 의도로 접근하거나 혹은 위해를 가하고자 할 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능력입니다. 

하지만 공격성이 자신을 보호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합당한 명분 없이 타인을 공격하거나 해를 입히게 되는 데 사용하게 되면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타인에 대해서 나쁜 이야기를 전하거나 음해를 하여 사람을 괴롭히는 전통(?)은 예로부터 있어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이와 같은 문제들이 더욱 두드러져 보이는 이유는 온라인을 통한 정보 전달력이 강화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반이나 학교 내에서, 혹은 동네나 지역 수준에서 그쳤던 나쁜 소문이 이제는 왕성한 전파력을 가진 전염병과 같이 퍼져나가게 됩니다. 


그로 인해서 입는 피해나 심리적 손상도 커집니다.

그리고 그 피해는 단순히 개인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집단 간의 극한 대립이나 갈등으로 발생하게 됩니다. 

이와 관련하여 '김치녀'이나 '한남충'과 같은 상대 집단 자체를 싸잡아서 비하하는 용어들이 판을 치며, 익명성에 기반을 둔 감정적이고 공격적인 댓글들이 난무하는 사회적 문제로 확대됩니다. 



2. 심리적 불안감과 스트레스가 심해졌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현상들이 심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 번째 이유는 심리적 불안정성과 스트레스의 증가를 꼽을 수 있습니다. 

즉 마음이 편치 못하니 이와 같은 공격적인 행동이 증가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공격적인 행동만 늘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우울감이나 불안감 등 전반적인 부정적인 정서가 대체로 증가합니다. 

그 와중에 공격성도 증가할 수밖에 없으며, 이에 따라 공격적인 행동이나 그와 관련된 문제들도 늘어납니다.  


현대 사회는 생존과 관련되거나 의식주와 관련된 기본적인 욕구는 해결되었습니다. 

반면에 사회 구조나 사회적 활동 자체가 복잡해지면서 오히려 심리적 측면에서는 기대는 높아지고 만족은 낮아지는 현상들이 발생합니다. 

이로 인해 오히려 심리적 스트레스와 문제들은 증가하여 왔습니다. 

특히 최근과 같이 상황적인 요인들로 인하여 스트레스나 불안감이 심해지는 경우에는 이 같은 심리적 불안정성이 더욱 심해집니다. 


코로나와 같은 상황적인 문제가 발생하면 초반에는 오히려 긴장감이 높아지고 단합심이 증가하는 긍정적인 행동들이 일시적으로 증가합니다. 

그러나 상황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지속되면 무기력감이나 우울감, 즉 코로나 블루가 증가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무기력한 상태가 지속되고 내적인 좌절이나 스트레스가 축적되면 사소한 일에도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는 현상, 즉 코로나 레드가 증가하게 됩니다. 

이와 같은 사회적 분노는 엉뚱한 방향으로 표출되기도 합니다. 


즉 전반적인 사회적 복잡성의 증가 및 이로 인한 심리적 만족감의 감소나 스트레스 증가가 일차적인 원인으로 작용하며, 최근의 환경적 스트레스가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게 됩니다. 

이로 인해 전반적인 사회적 좌절과 분노는 증가하게 되며, 해결되지 못한 사회적 분노가 특정 방향을 잡게 되면 특정 대상자들에게 대한 집중적인 비난이나 공격 등의 마녀 사냥의 형태를 갖추기 쉽습니다. 



3. 새롭게 출현한 온라인 권력


또 한 가지 자극적인 저격 콘텐츠가 양산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경제적 측면입니다. 

온라인 세상에서 유튜브와 같은 온라인 콘텐츠는 새로운 흐름이자 또 다른 권력이 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유튜브에서 세상을 흐름을 읽으며, 정보를 검색합니다. 

TV에서의 드라마보다도 유튜브를 비롯한 온라인 콘텐츠가 더 높은 시청률을 보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경제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구독자 수나 광고 수입을 기반으로 하는 온라인 콘텐츠의 속성 상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콘텐츠는 필수적입니다. 

물론 건전하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콘텐츠도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쉬운 방법은 사람들이 혹할 수 있는 자극적인 내용을 제시하는 방법입니다. 

또한 사람들은 사실이나 진실을 알고 싶기보다는 재미있거나 혹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을 중심으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와 같은 온라인 상에서의 특징들을 반영한 것이 바로 '마녀 사냥' 콘텐츠들입니다. 

사실 여부에 상관없이 자신이 원하거나 같은 생각을 가진 콘텐츠에는 열렬하게 '좋아요'와 '구독'을 누르며, 자신의 생각과 다른 견해를 보이면 가차 없이 손절을 해 버릴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현상이 아주 극단적으로 나타나는 것들이 바로 일본의 '혐한 콘텐츠'나 소위 '국뽕'에 해당하는 내용들입니다. 

이와 같은 온라인 매체들은 '공정'이나 '신뢰'와 같은 공공적 가치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으며, 자신의 생각과 그 생각에 동조하는 사람들끼리 만드는 "착각의 성(城)"과 같은 기능을 합니다. 



4. '뭉쳐야 산다!'라고 생각하는 심리


공격성이 가장 극에 달하는 과정은 바로 '집단화'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어 해결책을 도출해 내는 것을 '집단 지성'이라고 합니다. 

이를 통해서 혼자서는 해결하기 어려웠던 문제를 풀 수 있는 놀라운 해결책을 발견하곤 합니다. 


이처럼 그룹화를 하고자 하는 욕구 또한 인간의 자기 보호 본능 중 하나입니다. 

사람이 가지는 소속의 욕구는 심리적인 안정감을 제공하고 심리적 불안정함과 개인의 취약성을 심리적으로 보완해 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집단 심리가 마치 불에 기름을 붓듯이 마녀 사냥과 같은 저격 콘텐츠를 불타오르게 하는 기능을 합니다. 


한 사람의 의견은 온라인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의 동조를 이끌어 내며, 

동조한 이들로 구성된 집단은 댓글과 공유하기를 통해서 콘텐츠의 영향력을 극대화하게 됩니다. 

이들의 불타오르는 집단 응집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그 안에 소속된 개인들은 강한 소속감과 더불어 보호받는 느낌과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는 공격적이고 심한 댓글을 달았던 사람을 추적하여 검거하고 보면 초등학생이나 청소년 등과 같이 자기 존재감이나 정체성이 취약한 사람들인 경우가 많은 이유입니다. 

콘텐츠의 내용이나 사실 여부에 대한 진지한 검토나 리뷰 없이 부하뇌동(附和雷同)하여 같이 영향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서 그들 집단 내에서는 심리적 안정감과 소속감이 강해질지는 모르나 그 피해를 받는 대상자의 고통과 아픔을 더욱더 심해지게 됩니다. 



5. 디지털 세상에도 예의와 질서가 필요하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여러 사람이 특정인을 괴롭히거나 위해를 가하는 집단 따돌림'이나 '사실이 아닌 소문이나 이야기를 퍼트리는 행위' 등을 금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는 옳지 않은 행동이며, 타인에게 명백하게 위해가 되는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전에는 이와 같은 행동들이 만연한 시기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피해를 입어도 그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문제를 해결할 곳도 별로 없었습니다. 


이처럼 직장 내에서의 괴롭힘이나 왕따가 문제가 된다는 것을 인식하고 법제화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또한 성희롱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의 과정을 거쳤습니다. 

온라인에서의 '허위사실 유포'나 악의적인 저격이나 정도를 넘어서는 비난도 마찬가지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희롱의 문제가 공론화되고 법률에 의한 시스템적 처벌이나 관리가 이루어지듯이 온라인에서의 '마녀 사냥'이나 '저격 콘텐츠'도 이와 같은 허용범위와 처벌 등에 관한 시스템적 접근이 구비되어야만 합니다. 

다만, 아직도 시간이 필요하며 우리 모두의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길을 가다가 내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보는 경우, 그 사람을 때려도 되나요?

혹은 나의 생각과는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주먹질을 해도 됩니까?

만약 학생을 좋은 길로 이끌고자 하는 목적이라면 선생님이 학생에게 심한 매질을 해도 됩니까?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온라인에서의 저격 콘텐츠를 통한 디지털 마녀 사냥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우리의 마음이, 그 피해자들의 마음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소홀히 다루어질 수는 없습니다. 

이는 분명한 마음에 대한 폭력이나 타인에게 고통과 괴로움을 주는 행위입니다. 

게다가 그 내용이 악의적인 의도로 왜곡되었거나 혹은 사실과 다르다면 이는 더 큰 문제인 것이 맞습니다. 

분명히 개선되거나 관리되어야 하며, 처벌이나 통제도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 모두의 마음을 보호하는 일입니다!!




본 글의 내용은 다음의 유튜브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Sk58XhyHGz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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