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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상담을 하다 보면...
상담을 하다 보면, 여러 가지 이유로 상담이 잘 진행되지 않는 일들이 생기게 됩니다.
아예 상담 자체를 고려하거나 시도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와 같은 경우와는 달리 상담을 시작한 후에 상담이 중단되거나 지속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들은 아예 상담에 무관심하거나 시도도 안 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이유로 발생합니다.
이는 마치 아예 연애에 관심이 없고 시작도 안 하는 경우와 연애는 시작하는데 연애가 지속되지 않는 것과 유사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처럼 상담을 시작하는데, 상담이 지속되지 않는 내담자 심리적 특징과 관련된 대표적인 이유 여섯 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강한 자기애
보통 '나르시스틱 하다!'라고 표현하는 자기애적 성향이 강한 분들은, 생각보다 상담을 수용적이고 개방적으로 받아들입니다.
왜냐하면 상담이나 타인의 조언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보통은 성숙하고 나이스한 행동으로 보이기 때문에 상담 자체에 대한 거부감 자체는 크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 분들은 현실적 상황에서 주관적인 스트레스나 불편감도 많은 편입니다.
왜냐하면 스스로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이나 평가가 타인들의 인식이나 평가와 차이가 나는 경우들이 많기 때문에 대인관계에서의 불편감이나 갈등들을 자주 겪기 때문입니다.
이런 분들의 경우, 상담 초반에는 상담이 잘 진행되는 편입니다.
자신에 대한 지지적인 입장이나 관점, 또는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는 세상이나 사람에 대한 분노 등에 공감해 주는 과정에서는 특별한 문제가 생기지 않습니다.
하지만 본격적인 상담이 진행되거나 내용이 깊어지는 경우, 특히 자신의 객관적 실체나 취약한 모습을 직면하는 과정에서 반발을 하거나 상담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합니다.
그와 같은 상황에 직면하면, 상담자의 해석이나 의견을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심지어는 상담자를 비난하는 경우도 생기며, 상담에 대한 수용성과 참여 동기가 현저히 떨어져 결국 상담을 중단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이는 일상적 상황에서 나타나는 대인관계 패턴과 동일한 가능성이 높으며, 상담 관계 내에서도 그 패턴이 반복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합당합니다.
만약 상담 관계에서 이와 같은 패턴을 극복하고, 자신의 객관적인 실체나 타인의 입장에서 보는 자신의 모습을 정확하게 인식하게 되면 큰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2. 강한 자기 신념
강한 자기 신념은 '양날의 검'과 같습니다.
내적인 신념이 뚜렷하고 강한 사람들은 자신이 뜻한 바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추진력과 실행력이 강하며, 어떠한 상황적 어려움이나 이슈에도 흔들리지 않고 매진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반면에 자신의 신념 또는 원칙과 다른 의견을 잘 수용하거나 조율하지 못하고, 갈등이나 대립을 자주 겪기도 하나 (자신의 신념과 원칙을 더 중시하기 때문에) 크게 개의치 않습니다.
그래서 잦은 갈등과 그로 인한 분노나 적대감을 자주 경험하며, 상담을 찾는 것도 이와 같은 심리적 불편감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분들은 상담 초반부터 난항을 겪을 때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상담에 대해서도 자신 만의 접근 방식과 원칙이 있고, 본인이 보기에는 합리적이거나 적절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경우에는 이를 그냥 넘어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보통 내적 신념 자체는 완고하고 경직된 경우가 많으며, 그 내용도 현실적인 적응 측면에서는 지나치게 이상적이거나 비합리적인 경우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와 같은 신념을 다루는 과정에서 상담자와도 온화하고 따뜻한(?) 전형적인 상담이 아니라 열띤 토론과 논쟁을 벌이는 경우도 자주 발생합니다.
이들도 역시 일상적 상황에서 동일한 패턴을 보일 가능성이 높으며, 상담 관계 내에서도 그 패턴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이런 분들의 경우 그분들의 내적인 신념 프레임을 잘 파악하고 그 프레임 자체를 존중하면서도 핵심적인(그러나 지나치게 경직되거나 현실과 맞지 않는) 원리들을 함께 검토하면서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근거를 통해 설득하고 교정하는 경우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특히 이들은 내적 신념을 중심으로 행동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핵심 신념이 한 번 바뀌기 시작하면 거기에서 파생되는 행동과 관계 방식들도 드라마틱하게 달라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3. 지나친 방어성
'방어성'은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하나는 자신의 속내나 정보를 드러내지 않는 경향을 말하기도 하지만, 가장된 모습이나 정보만을 드러내는 것도 포함합니다.
어떤 경우이건 자신의 진심이나 속내를 숨긴다는 의미에서 '방어성'의 범주에 함께 포함할 수 있습니다.
이런 행동이 강한 경우에는 상담뿐 아니라 누구와도 진정한 교류나 깊이 있는 상호작용을 하지 못하고, 그로 인한 외로움이나 정서적 공허함을 자주 느끼게 됩니다.
방어성이 강한 분이 상담실 문을 두드렸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의미 있는 긍정적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누구라도 상담은 자기 계발과 속 마음을 털어놓는 과정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진정으로 마음을 열고 자기 개방을 하고 마음속에 숨겨두었던 아픔과 내면의 매력을 드러내는데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하지만 상담이 계속 진행된다면 그 과정 속에서 자기 개방을 해도 안전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며, 그에 따른 정서적 안정감과 심리적 고통의 완화, 그리고 대인관계 개선으로 인한 긍정적 효과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만약 용기를 내어 상담을 시작한다면, 그리고 인내를 가지고 끝까지 견뎌낸다면, 이 분들의 삶의 질은 매우 달라집니다.
방어적 태도로 인한 상시적인 긴장감이 낮아지며, 이로 인해 심리적 여유가 생길 뿐 아니라 전반적인 대인관계에서 긍정적 상호작용과 만족감이 늘어나게 됩니다.
4. 타인에 대한 신뢰 부족
사람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사람과 세상에 대한 태도'입니다.
이는 심리적 측면에서는 가장 근본적인 기초에 해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타인 및 세상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는 전반적인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그 결과 심리적인 문제나 고통도 많이 경험할 뿐 아니라 심리적 장애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상담을 많이 찾기도 하지만 상담이 자주 중단되기도 합니다.
타인에 대한 신뢰 부족을 가진 사람들이 보이는 주요 문제 패턴은 '사람을 그리워하나, 사람으로 인해 고통받는다'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사람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람에게 건강하게 의존하지 못하고, 그로 인한 외로움과 상처들이 쌓여가면서 정서적 어려움은 점점 더 심해집니다.
심해진 정서적 어려움은 다시 사람을 더 찾게 하며, 과도하게 의존하게 만드는 약순환이 반복되게 됩니다.
이 분들의 상담도 이런 패턴이 그대로 드러나게 됩니다.
상담자 입장에서 보면, 이와 같은 패턴을 보이는 분들이 제일 안타깝습니다.
너무 힘들어하면서도, 갑자기 상담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연락이 와서 상담을 재개하는 경우 제일 기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그래도 인연(?)의 끈이 끊어지지 않는 한 느리기는 하나 건강한 변화와 성장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5. 대인관계 및 교류 상 긍정 경험의 부족
타인에 대한 신뢰 부족은 상대적으로 근본적인 심리적 프레임(보통은 스키마(Schema)라고 칭함)의 문제라고 볼 수 있는 반면에 '대인관계와 교류 상 긍정 경험의 부족'은 환경과의 상호 작용과 관련된 (부정적) 결과입니다.
즉, 뿌리 그 자체라기보다는 “그동안 어떤 관계들을 겪어 왔는가”라는 경험의 문제이기 때문에, 치료가 잘 되는 편이고 치료 후 변화도 비교적 긍정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상담 속에서 충분한 긍정적 경험을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기간과 관계형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 고비를 못 넘기고 상담이 중단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합니다.
이와 같은 경우, '상담도 별 수 없네..ㅠㅠ'라는 생각이 들면서 아예 상담 자체를 회피하는 경우도 많이 있으며, 이런 경우 문제 해결은 훨씬 더 요원해집니다.
보통 '타인에 대한 신뢰 부족'의 문제는 생애 초기 유년기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대인관계 및 교류 상 긍정 경험의 부족은 아동기·청소년기·성인기에 걸쳐 반복된 실패나 배신 경험, 따돌림·무시·가스라이팅 등 다양한 사건들에서 비롯될 수 있어 원인이 훨씬 복잡하고 다양합니다.
그래도 관계상에서 경험했던 부정적인 경험들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떠올리고, 그 과정과 의미를 중립적이고 객관적으로 리뷰할 수 있기 때문에 치료적 예후는 상당히 좋은 편에 속합니다.
다만 그동안 쌓여왔던 부정적인 경험으로 인한 불신과 포기라는 큰 산을 넘어야만 합니다.
이는 프레임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긍정적일 수 있는 반면에 마음의 상처나 고통은 훨씬 더 심합니다.
심리적으로 "만신창이" 수준으로 오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시간을 가지고 하나씩 상처를 치료하는 마음으로 접근한다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습니다.
단, 중간에 치료를 포기하지 않고, “이번만큼은 끝까지 가 보겠다”는 결심을 지켜낼 수 있다면 말입니다.
에필로그. 역으로 생각해 본다면
물론 상담이 중단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상담자의 대응이나 역량이 부족해서 그럴 수도 있고, 경제적인 이유나 시간·환경의 변화로 더 이상 상담을 받기 어려워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오늘 글에서는 상담이 충분히 지속되지 못하고 중단되는 내담자 측면의 요인들을 중심으로만 살펴보았습니다.
또한 여기서 다룬 다섯 가지 외에도, 회피적 성향 등 다른 요소들을 더 꼽을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기억해 두시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오늘 글 내용을 역으로 생각해 본다면 다른 관점의 결론을 얻을 수 있습니다.
만약 상담을 통해 긍정적인 경험을 하고, 실제 삶에서 의미 있는 변화와 성장을 이루어냈다면, 앞에서 이야기한 여러 가지 어려움들을 어느 정도는 이미 극복해 온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즉, 나의 자기애는 비교적 건강하고 유연한 수준이며, 내적 신념은 현실과 잘 맞고, 과도한 방어 없이 나와 관계를 개방적으로 다루어 볼 수 있었고, 타인에 대한 신뢰와 관계 속 긍정적 경험도 조금씩 쌓여 왔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나 자신을 위한 투자와 노력은 항상 옳습니다.
나의 아픔과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그 증상과 원인을 찾아서 해결하고자 하는 용기와 선택은 항상 좋은 결과를 가져옵니다.
내 인생에서의 건강하고 합리적인 선택은 항상 자신의 삶이 성장하고 발전하도록 만듭니다.
“이 정도면.. 괜찮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조금 더 나은 나”를 위해 스스로의 삶을 관리하고 개선하는 선택을 포기하지 않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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