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의 자유가 주는 긍정적인 측면을 알다.
빗방울이 연꽃잎에 고이게 되면,
연꽃잎은 한동안 일렁이다가 어느 만큼 고이면 물을 미련 없이 쏟아 버려요.
그래서 자신이 감당할 무게만을 싣고 있다가 그 이상이 되면 비워버리는 것이죠.
그렇지 않고 욕심대로 빗방울을 모두 받아들이면, 마침내 잎이 찢기거나 줄기가 꺾이고 말 거예요.
그렇게 보면 연꽃잎은 비워내는 지혜를 지녔다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우리는 어느 만큼이 자기 자신의 적정선인지 알기가 참으로 쉽지 않아요. 그래서 숨이 턱까지 차고, 그럼에도 더 나아가려 하다 어느 순간 한계를 느끼면서 마음과 기운이 꺾이게 되는 거예요.
물론 좌절은 이렇게 나 자신뿐 아니라, 외부의 어떤 계획이나 일이 도중에 실패한 상황을 일컫기도 하는데 중요한 것은 그런 외부의 상황 또한 마음의 변화를 만들어 낸다는 거예요.
저는 성공을 향한 여정에서 맞닥뜨리는 장애나 방해만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행복하고자 하는 권리에 있어 그에 반하는 개인의 주관적인 감정과 상황을 모두 좌절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좌절은 절대적이지 않고, 상대적인 거죠. 크든 작든, 깊든 얕든 어쩌면 우리는 매일 좌절을 경험하고, 또다시 일어서는 것을 반복해요. 심지어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는 그런 순간조차 항상 무언가를 선택하며 나아가고 있어요.
심리학자 로젠즈 웨이크 Saul Rosenzweig는 우리가 경험하는 좌절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었어요.
첫 번째는 좌절의 내부적 근원으로 대개 자신감의 상실이나, 사회적인 상황에 대한 두려움과 같이 한 개인의 실제적이거나 상상된 결함의 결과로써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을 때 느끼는 실망감을 말해요.
그리고 한 개인이 서로 방해가 되는 여러 목표들을 이루려 할 때도 역시나 좌절을 겪어요.
두 번째는 우리가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서 마주치는 타인이나 여러 가지의 장애물로 인해 좌절이 발생하기도 하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에는 냉혹한 현실에 좌절한 주인공이 아빠에게 말하는 장면이 있어요.
“좌절을 해야 한다면, 저 혼자서 오롯이 좌절하고 싶습니다. 저는 어른이잖아요.”
이 말을 하며 눈물을 글썽이고 돌아서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가슴 한편이 저릿 해져 왔어요.
아빠는 ‘자폐증’을 지닌 딸이 살아갈 현실에 가슴이 아파 불리한 상황을 보호해 주려 하고, 좌절의 상황에서 더 이상 상처를 받지 않게 상황을 통제하는데, 정작 주인공은 자신 안에 있는 진짜 긍정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잖아요.
힘들지만 오롯이 혼자 감내하겠다는 말로 인해 우리 또한 그렇게 살아보겠노라 다짐을 하게 되고, 그런 모습에 그녀를 더 사랑하게 되는 것 같아요.
우리는 좌절의 자유가 주는 긍정적인 측면을 잘 알고 있어요.
좌절을 느낀다는 것은 우리가 자신의 한계를 넘고 있다는 신호이고, 어떻게 받아들이냐 하는 것에 따라 변화의 촉매제가 될 수 있어요.
그리고 이것은 앞으로 나아가는 강한 결단력을 지니게 해요. 그래서 그 결과가 성공의 유무와 상관없이 우리에게 삶의 큰 교육과 교훈이 돼요.
그럼에도 좌절을 피하고, 헤어 나올 수 없는 이유는 단지 두려움을 마주할 용기가 부족해서 일거예요.
그렇다면, 우리에겐 어떤 용기가 필요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