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합리적 신념
앞서 인간 뇌의 진화론적 이유에서 우리가 자신을 과도하게 폄하하거나 상황을 실제보다 더 부정적으로 보고 자신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필자는 코칭 시, 고객에게 자신을 얼마나 수용하는지 종종 물어보는데, 대부분의 고객들은 자신을 과도하게 깎아내리거나 상황을 실제보다 더 비관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즉 자신을 실제보다 열등하게 바라본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뇌의 진화론적 이유에 더해, ‘비합리적 신념’으로부터 기인합니다. 언젠가 40대 중반의 경단녀(경력 단절 여성)를 코칭한 적 있습니다. 그녀의 주관적 자존감 점수는 100점 만점에 50점이었습니다. 자신에 대해 가장 불만족스러운 점을 물어봤더니, 남편 하나만 믿고 육아에만 몰두하면서 살아온 삶을 돌이켜 보니, 여간 후회스러운 것이 아니며, 이제 뭔가를 하기에는 엄두가 나질 않아 한 마디로 인생의 실패자라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래서 필자가 타인의 인정에 대해 ‘나는 ~~~ 해야만 한다.’는 문장으로 구성해 말해 보라고 하니, 그녀는 ‘나는 꼭 주위의 모든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아야만 한다’고 말했습니다. 더불어 그녀는 ‘내가 상대방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면, 그들은 나를 더 이상 가까이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도 부연했습니다.
사실 자신이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합니다. 나 자신이 모든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것도 불가능한 일입니다. 어떤 사람이 나를 멀리하는 것은 내가 그들의 욕구를 채워주지 못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다른 여러 가지 이유로 그들이 얼마든지 나를 거부할 수 있는 것입니다. 특히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이와 같은 비합리적 신념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한다고 생각되는 이유가 자신이 인생의 실패자라서 그런 것 같다고 했기에, 필자는 우선 자신이 인생의 실패자라고 느껴지는 생각을 다뤄보기로 했습니다. 그녀에게 한 질문들은 다음과 같습니다(실제 내용은 훨씬 많지만, 본 주제와 관련된 부분만 간추렸습니다).
Q1. 인생의 실패자라는 느낌이 드신다고 하셨는데, 현재의 에너지(자신감, 의욕 등의
에너지) 수준이 10점 만점에 몇 점 정도라고 느껴지시나요? 이 점수는 고객님이 느끼는
주관적 점수이니, 느낌 그대로를 솔직하게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A1. 네, 한 2점 정도로 느껴집니다.
Q2. ‘나는 실패자다!’라는 생각을 할 때, 당신은 자신에 대해 어떻게 느껴지시나요?
A2. ‘나는 실패자다!’라는 생각을 하면, 나 자신이 무기력하게 느껴집니다.
Q3. ‘나는 실패자다!’라고 느낀다고 하셨는데, 이것이 100% 진실인가요? ‘예’와 ‘아니요’
중에서 선택하시겠어요?
A3. ‘음....’, ‘아.... 예’. 제가 실패자라는 것이 100% 객관적인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실패자라는 생각이 듭니다(무언가 생각하는 듯하여, 한 1분가량
기다렸다가 다음 질문으로 넘어 감)
Q3-1. 지금 에너지 수준이 몇 점정도 느껴지시나요?
A3-1. 희한하게도 조금 올라간 것 같습니다. 지금 3점 정도 느껴집니다(‘100%’와 ‘진실’이라는 단어,
‘예’와 ‘아니요’ 중에서 선택하라는 답변을 받자 고객의 눈빛이나 음성을 통해, 에너지 수준이 살짝
상승한 것이 느껴짐)
Q4. 그렇다면, 당신이 실패자라는 것이 진실인지 확실히 알 수 있나요? 즉 그렇게 믿는
근거는 무엇인가요?
A4. 제가 결혼 전에는 그런대로 괜찮은 회사에 다니면서 적어도 실패했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늦은 결혼 후 애들도 힘들게 낳고 키우면서 10여 년이 지난 지금
이제 뭘 해 보려고 해도 글자 그대로 경력이 단절된 여자가 되어 버렸습니다.
남편이 하고 있는 일도 위태로운 상황이라 10년 경단녀인 제가 밥벌이를 할 준비를
해야 하는데, 이런 상황에 놓인 제가 실패한 인생이라는 근거가 아닐까요?
Q5. ‘나는 실패자다’라는 생각을 내려놓을 이유를 찾을 수 있을까요? 혹은 이런 생각을 계속
유지할 스트레스 없는 이유를 찾을 수 있을까요?
A5. 질문에 답변을 하면서 문득 제가 실패자라는 것이 반드시 진실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실패자가 아닐 가능성이 단 1%라도 있다면, 그것을 믿고
잘 준비해서 뭔가를 도전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5-1. 지금 에너지 수준이 몇 점정도 느껴지시나요?
A5-1. 지금은 4점 정도 느껴집니다(‘생각을 내려놓을 이유’라는 말에서, 고객의 눈빛이나
음성을 통해, 에너지 수준이 다소 상승한 것이 느껴짐)
Q6. 만약 ‘나는 실패자다’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즉 그 생각을 내려놓는다면, 당신은
어떤 존재일까요? 그리고 당신의 삶은 어떠할까요?
A6. 네,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 내려놓는다면, 저는 제가 어떻게 잘 준비하느냐에 달려
있겠지만, 그간의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전에 맞서 어쩌면 해낼 수도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나는 경험을 스승 삼아, 새로운 도전에 맞서 이루어 내는 존재다’
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의 앞으로의 저의 삶이 순탄치는 않겠지만, 그럼에도
활기에 찬 삶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Q6-1. 지금 에너지 수준이 몇 점정도 느껴지시나요?
A6-1. 지금은 6, 7점 정도 느껴집니다(‘어떤 존재’라는 말에서, 고객의 눈빛이나 음성을 통해,
에너지 수준이 상승한 것이 느껴짐).
위의 사례에서 보듯이, 코칭이 진행되면서 점차로 고객의 에너지 수준이 상승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필자가 그녀로 하여금 스스로 가지고 있는 비합리적 신념에 대해 자각하게 만들자 그녀는 비로소 자신의 생각이 진실이 아니었음을 깨닫고는 이제 더는 괴로워할 필요가 없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사람들은 스스로가 만들어낸 ‘비합리적 신념’에 빠져, 상황을 왜곡하여 지레 겁을 집어 먹거나 스스로를 책망하며 비하하곤 합니다. 비합리적 신념은 자신의 신념이 비합리적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사라지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