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치유] 지금 나를 만나러 갑니다
※ 책에 나오는 ‘주치의’는 과거 치료받았던 정신과 의사이며 주치의와의 대화 내용은 주치의의 허락하에 진료과정을 녹음한 내용을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 엄마에 대한 어릴 적 기억 정신과 진료 녹음 파일 -
나> 엄마 아빠가 식당을 했었어요. 손님이 음식을 먹다가 음식에 머리카락이 나왔어요.
주치의> (손님) 또 진상 피웠겠네.
나> 네. 손님이 엄마한테 막 뭐라 하는 거예요. 그때 너무 엄마가 안 됐을 것 같은 마음에 계속 엄마 뒤를 졸졸졸 따라다녔거든요. 나는 엄마가 상처받았을 것 같아서 엄마를 위로해 주려고 계속 서성거렸거든요.
주치의> 근데 어머님 화내죠?
나> 네! 너 때문이라고! 너 때문에 (음식에) 머리카락 들어간 거라고.
주치의> 음.
나> 그래서... 아... 나는 엄마한테 성가신 존재인가? (생각했죠.)
주치의> 사실은... 그 말 왜 한 줄 알아요?
나> 왜요?
주치의> 그때 어머님 하고 사이 안 좋았거든.
나> 아~!
주치의> 메데이아 콤플렉스*
※ 메데이아 콤플렉스(Medeia Complex): '엄마가 자신의 자녀가 사망하기를 바라는 상황으로 대부분 자녀의 아버지를 향한 복수심에서 비롯된다'라고 한다. 또한 '자신의 남편을 향한 배신감과 적개심 때문에 자녀가 아버지를 미워하도록 세뇌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메데이아(Medeia)는 그리스 신화 속 인물로 아버지를 배신하고 동생까지 죽이면서 사랑하는 남자를 따라나선다. 그러다 결국 자신의 아이까지 죽여서 남편에게 복수하는 인물이다.
나> (침묵) 너무 속상했어요. 나는 엄마가 걱정돼서 그랬는데..
주치의> 모든 게 반전입니다.
학창 시절 부러웠던 게 하나 있었다. 친구들이 전날 집에서 엄마하고 있었던 사소한 얘기를 학교에서 투정하듯 늘어놓는 것. 엄마랑 싸운 얘기. 엄마한테 잔소리 들은 얘기. 엄마랑 놀러 간 얘기 등 아주 사소한 이야기를 미주알고주알 늘어놓는 친구들이 신기하고 부러웠다. 나에게 엄마는 대화 상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엄마랑 대화해 본 기억이 없다. 엄마한테는 꼭 필요한 말만 했다. 그래서 엄마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것이 거의 없다. 기억이 없으니 엄마에 대한 감정 역시 흐릿했다. 엄마는 내게 말을 걸어주지 않았고 내가 얘기를 해도 대꾸가 없는, 내가 뭘 해도 ‘반응 없는 엄마’였다. 그래서 엄마랑 같이 있는 순간은 늘 불편했다. 내가 울 때, 내가 힘들 때, 내가 아플 때, 늘 곁에 있어 주지 않았던 엄마. 떠올리면 늘 그늘진 얼굴로 고통스럽게 일만 하던 엄마.
기억 속에 사라진 엄마의 사랑을 찾아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