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스러웠던 나의 아버지

[3부: 치유] 지금 나를 만나러 갑니다​

by 네오

※ 책에 나오는 ‘주치의’는 과거 치료받았던 정신과 의사이며 주치의와의 대화 내용은 주치의의 허락하에 진료과정을 녹음한 내용을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 아빠에 얽힌 어릴 적 일화 녹음 파일 -


일화 1


나> 어릴 때... 제가.. 델몬트 병.. 옛날 꺼 알죠?


주치의> 알죠!


나> 그거를 들다가... 깬 거예요.

(냉장고에서 꺼낸 델몬트 병은 물기로 인해 상당히 미끄러웠다.)


주치의> (걱정스러운 말투로) 그거 깨면 되게 위험한데.. 두껍잖아요?


나> 네.. 그 당시 아빠가 (병 깼다고) 욕하고 저한테. 손님들 앞에서 무릎 꿇고 벌세웠거든요.


주치의> 히익...(경악 반응) 그러니깐 아빠가 되게...


나> 굉장히 수치심과 분노를 느꼈거든요.


주치의> 음.


나> 그러니깐. 다쳤는데. 거기에 대해서 감싸주고 괜찮냐가 아니라... 오히려 손님들이 ‘따님이 실수를 한 건데 그걸 가지고 벌을 세우냐’면서 아빠를 뭐라 했거든요.


일화 2

나> 작은언니 안경테를 제가 실수로 살짝 건드렸어요. 건드렸는데 작은언니가 아빠한테 ‘네오가 내 안경테 건드렸다.’라고 이른 거예요. 그래서 저 아빠한테 어떻게 된 지 알아요? (잠시 머뭇) 머리 밟혔어요. (헛웃음) 의자에 앉아 있다가 뺨 맞고 바닥에 넘어졌는데 아빠가 욕하면서 제 머리통을 발로 밟았어요.


주치의>... 아휴... (나를 못 쳐다봄)


나> 반항하지도 울지도 않았어요. 그 충격이... 분노와 억압이.. 아직도 되게 생생하거든요.


일화 3

나> 제가 불면증이 있었다 그랬잖아요. 밤마다 사실 울었거든요. 잠을 못 자서.. 무서워서. 그래서 (밤에 못 자서) 울고 있었는데 엄마 아빠가 달래주러 오기를 기다렸어요. 근데 쿵. 쿵. 쿵. 누가 올라오는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당시 다락방 계단 오르는 소리)


주치의> 아마 (비속어) 맞았을걸요?


나> 네! 아빠가 라이터를 들고 제 발을 지지려고 했어요. 무서운 표정으로 울지 말라고. 라이터로 계속 발을 지지려고 하는데... 그래서 그때부터 다신 집에서 안 울었어요. 아빠한테, 엄마한테 살면서 그 어떤 요구도 하지 않았어요. 되게 살벌했어요.


주치의> 살벌한 게 아니라 범죄다. 범죄.


나> 진짜 정말 위험했었어요.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면.


일화 4

초등학교 하굣길에 종종 병아리를 파는 아저씨가 있었다. 삐약삐약 울고 있는 앙증맞은 병아리를 보고 있으면 갖고 싶은 마음에 누구나 한 번쯤 사봤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나도 한 마리 사 본 적이 있다. 애지중지하며 행여나 죽을까 봐 노심초사하며 며칠 보살피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 병아리가 사라졌다. 병아리를 찾으러 온 식당을 다 뒤졌다. (당시 부모님께서는 식당을 하셨다.) 병아리의 울음소리가 포착된 곳은 다름 아닌 쓰레기통이었다. 아빠가 산 채로 쓰레기통에 버린 것이었다. 놀람과 공포, 경악 쓰레기통을 열고 울고 있는 병아리를 쳐다보면서 내가 든 생각은 ‘아빠 심기에 거슬리면 나도 산 채로 버리질 수 있겠구나. 이 병아리처럼...’이었다.


나는 이 집에서 생존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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