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치유] 지금 나를 만나러 갑니다
20살 성인이 되기 전까지 내 목소리는 거의 쉬어 있었다. 실어증에 가까울 정도로 집이나 학교에서 거의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도 내 목소리는 곧잘 쉬어있다. 말하지 않았던 오랜 습관 탓이다.) 집에서 무언가를 해 달라고 요구를 한 기억이 없다. 응석 부려본 기억은 더더욱 없다. 학교라고 다를 건 없었다. 살아남기 위해선 어른들의 마음에 들어야 했다. 신체 몇 곳엔 제때 치료받지 못한 흉터들이 있다. 다쳤다고 말하면 아빠는 험악한 얼굴로 화부터 먼저 냈었다. 오토바이 배기 통에 데어 화상을 입어도 말하지 않았고, 젓가락이 허벅지를 찔러 세균 감염 위험이 있던 날도, 턱을 바닥에 찧어 간 날도 다 말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피를 감추고 엄마 아빠를 피해 다녔었다. 모두 8세 이전의 어렸을 때 상처들이다. 나는 모범적인 아이, 착한 아이, 말 잘 듣는 몸에 밴 거짓 자아로 어른 아이로 자라나게 되었다.
정신과 주치의> 쉰 목소리에 가까울 정도로 작게 얘기하시는 분들이 갖는 공통점은 심리적 긴장이에요. 심리적 긴장은 쉽게 근육 긴장으로 이어지는데 목소리를 내는데 필요한 성대와 후두의 작은 근육들은 심리적 긴장의 일차 타깃이 됩니다. 목소리까지 작게 만드는 심리적 긴장이 생기는 이유는 바로 내면의 무언가를 억압하거나 아예 부정하려 애쓰기 때문입니다.
하고 싶은 말을 제때 할 수 없었고 말하고 싶어도 두려워서 말을 하지 못했다. 글 쓰는 버릇은 아마도 말이하고 싶었던 무의식적 행동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