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서로를 비추는 방식
누군가와 가까워지면 그를 향한 감정도 함께 커진다. 앞선 글들에 이러한 상황들을 설명해 왔다.
기대가 커지며 서운함도 따라오고, 사랑이 깊어질수록 두려움도 커진다. 그런데 가깝지 않은 어떤 사람 앞에서도 유난히 마음이 흔들릴 때가 있다. 왜일까?
감각과 감정
누군가의 목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릴 때가 있다. 나에게 뭐라 한 것도 아니고, 별다른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닌데, 계속 나를 건드릴 때가 있다. 불편하기도 하고 ’왜 이렇게 예민해졌지?‘ 스스로도 의아하지만 몸은 이미 반응하고 있다.
상담에서 만난 내담자는 “그 사람 말투가 너무 싫어요, 그냥 확 입을 틀어막고 싶었어요”라고 말한다. 왜일까 하는 질문에 정작 그 ‘싫음’이 어디서 왔는지 설명하기는 어려워한다.
{* 이럴 때 감정의 뿌리가 ‘어떤 상황’이 아니라 ‘감각’에서 시작된다는 게 공감되기도 한다.}
눈동자가 흔들리고,
가슴 두근거리거나 두통이 오거나
순간적으로 아득해져 몸이 굳기도 한다.
목 안쪽이 말라붙는 느낌이 올라오고,
손이 떨린다는 분도 있다.
감정은 생각보다 오래된 감각 기록들과 얽혀 있다.
어릴 적 누군가의 날 선 한숨, 문 닫는 소리, 냉랭한 기척 같은 것들이 마음속 감각 창고에 저장되어 있다가 비슷한 분위기를 스치기만 해도 현재의 감정이 즉각 반응하는 것이다. 머리는 ‘괜찮아, 별일 아니야’라고 스스로 진정시켜 보지만 나의 신체감각은 그것에 속지 않고 자기 길을 간다.
+ 목이 답답해진다
+ 어깨에 힘이 들어가 뻣뻣하다
+ 호흡이 짧고 얕아진다
+ 시선이 아래로 떨어진다
+ 심장이 빠르게 뛴다
+ 손에 땀이 난다
어쩌면 이런 작은 몸의 신호들은 내 마음이 아무렇지 않지 않다는 사실을 먼저 알려준다. 감각은 나를 속이지 않는 것이다. 내가 감정의 의식하기 전에 먼저, 언제나 반응한다.
오래전 저장된 감각의 기록이 반응한다는 것은 관계적 감정이 깨어난다는 의미다. 누군가에게 향하는 감정의 크기는 그 사람이 지금 한 말 때문이 아니라 그 관계가 내 마음속 어떤 문을 건드렸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정신분석에서는 이를 과거 대상과의 정서 기억이 현재 관계 안에서 재연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즉, 지금의 내가 느끼는 감정은 ‘현재만의 감정’이 아니라 ‘과거에서부터 건너온 감각들이 함께 반응하는 감정’이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현재의 사람에게 지나치게 서운하고, 예상보다 크게 화가 나고, 이유 없이 마음이 무거워지는 경험을 한다.
그 감각과 감정은 어디서 왔을까?
가족은 내 감정체계의 가장 처음, 첫 장, 골격을 만드는 관계가 된다.
가족과의 상호작용은
+ 나의 가치가 어디에서 오는지
+ 거절은 어떤 의미를 남기는지
+ 사랑은 어떻게 표현되는지
+ 내 삶이 안전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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