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부정적 함정에 빠진 당신에게

부정적 사고를 대하는 자세


안녕하세요.

매주 월-수 글을 발행하고 있는

다정한 상담쌤입니다.


얼마 전 양육태도 관련 부모교육을 마친 뒤,

강의평가서를 살펴보았습니다.

18명의 참여자가 ‘좋음’에 표시했고,

1명은 ‘보통’, 그리고 1명은 ‘나쁨’에 체크하였더군요.


그 1명의 ‘나쁨’ 표시가 자꾸 눈에 밟혔습니다.

“내가 뭘 잘못했을까?”

“이분은 왜 그렇게 느꼈을까…”

“강의 중에 실수한 건 아닐까?”

“모두 별로였는데,

좋다고 체크한 걸 수도 있지 않을까?”


자책하고, 고민하고, 반성도 하며

그 생각을 계속 곱씹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제가 ‘부정적 사고’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요.

18명의 긍정적인 평가보다

1명의 부정평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던 저를요.


이런 생각은 저를 ‘불안’으로 밀어 넣습니다.

부정적 사고와 불안은 바늘과 실처럼 붙어서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어냅니다. 더불어, 두 감정이 결합하면 더욱 강력해지기도 합니다.


불안 -> 자동적 부정 사고 발생 -> 불안 심화 -> 더 많은 부정적 사고 발생 이러한 순환이 반복

너무도 자주 빠지게 되는 부정적 사고의 함정입니다.


혹시 이런 경험이 있으신가요?

하루 종일 잘 지냈는데,

마지막에 들은 한마디로 인해 기분이 가라앉았던 날.

많은 사람이 괜찮다고 해주었지만,

단 한 사람의 말에 마음이 흔들렸던 기억.

별일 아닌 실수에도

나는 왜 이 모양이지”라고 자책했던 순간.


이러한 경험이 있다면,

‘자동적 사고’와 ‘초점화’의 힘을 느껴보신 것입니다.


자동적 사고와 초점화


자동적 사고는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 때,

순식간에 떠오르는 익숙한 해석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 내 인사에 반응하지 않으면

“내가 뭘 잘못했나?”,

“저 사람, 나를 싫어하나?”

이런 생각이 자동처럼 떠오르곤 합니다.

내가 인식하기도 전에,

이미 감정과 행동을 지배해 버리죠.


초점화(focusing)는 전체 상황 중 일부,

대개는 부정적인 부분에만 집중하는 현상입니다.

마치 조명이 어두운 구석만 비추듯,

그 한 부분만 크게 부풀려 보이게 만듭니다.

제가 18명의 긍정보다, 1명의 부정적 평가가

훨씬 더 크게 느껴지는 것처럼 말입니다.


고릴라 실험 영상 참고


우리가 어디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경험하는 현실에 대한 해석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리고 생각을 없애려 할수록,

오히려 더 커지고 무거워집니다.


생각은 흘러가는 풍선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많은 내담자들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런 생각 좀 안 하고 싶어요.”

“왜 자꾸 나쁜 생각만 드는 걸까요?”


그러나 생각을 없애려고 애쓸수록,

그 생각은 더 강해집니다.

마치 수면 위 공을 억지로 누르려할수록

더 세게 튀어 오르듯이요.


예전에 “힘 빼고 살자”는 글에서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물에 빠졌을 때, 살려고 애쓸수록 오히려 더 가라앉는다고요. 생각도 같습니다.

붙잡을수록 커지고, 밀어낼수록 더 달라붙습니다.


“힘을 빼야 숨이 트입니다.”


그래서 부정적인 생각을 억누르기보다,

그냥 두고 흘려보내는 것이 더 도움이 됩니다.

이것이 바로 ‘생각을 그대로 두기’ 연습이며,

ACT(수용전념치료)에서 말하는 ‘탈융합(defusion)’ 기법이라고도 합니다.


풍선 끈 놓기

부정적인 생각 하나하나를 하늘로 올라가는 풍선이라고 상상해 보세요. 그 끈을 손에 꼭 쥐고 있다면 계속 함께 있어야 하겠지만,

그 끈을 살짝 놓는다면

그 생각은 저절로 하늘로 흘러갑니다.


풍선의 끈을 놓을 수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바로 ‘나 자신’입니다.


생각과 나를 분리하기


“나는 그 생각이 아니라,

그 생각을 바라보는 사람이다.”

이 문장을 기억해 보세요.

예를 들어,

“나는 쓸모없어.”

“나는 지금 ‘쓸모없다고 느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 한 문장만으로도 나와 생각 사이에 작은 간격이 생기며, 그 틈이 바로 ‘나를 지켜주는 여유’가 됩니다.


스키선수의 지혜와 관련된 일화가 있어요.

참고할 수 있는 영상이에요.

스키선수 사고 전환 영상

스키선수들이 훈련할 때

“나무를 피하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요.

왜냐하면, ‘나무를 피하자’고 계속 생각하면, 오히려 몸이 나무 쪽으로 향하게 되기 때문이에요. 그 대신 그들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눈길을 따라가자.” 그러면 오히려 내가 가야 할 길이 넓게 보인다고 합니다.

‘피하려는 것’보다 ‘가고 싶은 방향’에 집중하는 것이죠


앞에서도 말했듯 마음도 같아요. 부정적인 생각을 없애려 애쓰기보다 내가 가고 싶은 방향에 집중해 보세요.

우리가 자주 빠지는 부정적 사고,

“이런 실수하면 안 돼.”

“또 내가 상처받으면 어떡하지.”

“불안해지면 안 되는데...” 이런 식으로 두려운 상황, 피하고 싶은 감정을 계속 의식할수록 그 감정이 더 커지고, 더 자주 떠오르게 됩니다.

왜냐하면, 내 마음이 계속 ‘그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에요


방향을 바꾸는 질문


우리도 생각의 방향을 바꾸는 질문을 해봅니다.

+ 지금 내가 피하려는 것은 무엇인가요?

+ 내가 가고 싶은 방향은 어디인가요?

+ 내가 진짜 바라는 마음은 무엇인가요?


예를 들어,

“비난받지 말아야지.” “진심을 다해 전달하자.”

“실수하지 말자.”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자.”

“상처받지 말자.” “내 마음을 따뜻하게 돌보자.”


이처럼 문장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방향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익숙하지 않다면, 적어보는 것도 좋은 연습이 됩니다. 부정적인 생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생각의 흐름을 점검할 수 있는 사고기록지를 활용해 보세요.


마지막으로 당신의 마음에 ‘나쁨’의 생각이 드는 날도 있겠지요. 누구나 그럴 수 있으며, 괜찮습니다.

불안, 실수, 비판 같은 감정이나 상황은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그 안에 머무르지 않고

내가 원하는 방향에 더 머물 수는 있습니다.


그 부정적인 생각은 당신의 전부가 아니라는 점,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조금씩, 천천히,

생각과 거리를 두는 연습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다 보면 내 마음의 초점을 나에게 필요한 방향으로 돌릴 수 있는 힘이 생겨납니다.


혼자서 그 무거운 마음을 참 많이도 버텨낸 당신에게

이 글이 다정함으로 전해지기를 바라며 마무리합니다.

자동적 사고는 누구에게나 있다
초점화는 생각을 부풀리고, 감정을 왜곡한다
생각을 그대로 흘려보내는 연습이 필요하다
생각은 내가 아니라, 흘러가는 풍선일 뿐이다
무엇을 피할까 보다,
어디로 가고 싶은지를 바라보자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