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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많아 잠 못 드는 당신에게

그 복잡한 마음 너머에 있는 당신을 이해하며

유독 잠들기 어려운 밤이 있습니다.

요즘은 매일 반복되는 것 같다, 느낄 수도 있습니다.

몸은 피곤한데 마음은 자꾸만 어딘가를 향해 걷는 것 같고, 생각은 생각을 물고 늘어져, 도무지 멈추질 않습니다.


"나만 왜 이렇게 생각이 많을까?"

"왜 이렇게 머릿속이 복잡하지?"


자기 스스로도 피곤하게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생각이 많은 나, 복잡한 마음을 가진 나

오늘 내가 했던 말, 놓쳤던 표정, 아마도 오해였을 수도 있는 장면들… 하나하나 다시 꺼내어 마음속에서 되감기처럼 돌려보게 됩니다.

그런 밤시간은 유독 빠르게 흘러가기도 합니다.


쉬고 싶은데, 마음은 계속 돌아갑니다.

하루를 끝내고 누웠는데도, 생각은 멈추질 않습니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거나, 이미 지나간 장면을 곱씹기도 합니다. 속상한 건 그 과정에서 자꾸만 자신을 탓하게 된다는 겁니다.


“왜 그 말을 했지?”

"아이가 나한테 상처받았을까?"

“혹시 그 사람이 나를 불편해했을까?”


이처럼 머릿속을 끊임없이 채우는 생각으로 잠이 오지 않고, 결국 몸도 마음은 점점 예민해집니다. 무언가 해보기도 전에 지쳐버리기도 합니다.


저는 생각이 많은 내담자 혹은 양육자들을 종종 만나게 됩니다. 어리석다고 자책하는 말씀을 하십니다. 복잡하고 예민해진 자신 탓을 해버리는 거죠. 하지만 제가 그분들께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은 타인을 깊이 이해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입니다. 상대에게 또, 어떠한 관계에 진심이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상대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고 더 나아가서는 나도 다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를 생각의 늪에 빠지게 하는 거 아닐까 생각하곤 합니다.


“저는 왜 이토록 복잡하게 사는 걸까요?”

복잡하다는 건, 그만큼 마음에 품은 것이 많은 사람이라는 뜻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많은 것을 품고 살기 위해 자신 스스로에게도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하도록... 그 누구도 아닌, 나 스스로를 생각 안에 맴돌게 한다는 것이 어려운 점입니다.


생각이 많다는 건,
그만큼 당신이 '깊이' 있다는 것


심리학에서는 이처럼 자꾸 곱씹고 생각하게 되는 마음 상태를 ‘과잉반추(rumination)’라 합니다. 스트레스나 불안이 많을수록 더 자주 나타나곤 하지요. 앞에서 나뉘듯이, 몸과 마음을 피로하게 만들어 에너지가 고갈되고 불안, 우울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마음속에 늘 ‘확신’을 찾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생각이 많을수록 확신은 더 멀어지고, 결국 ‘피로감’, ‘혼란’, ‘불안’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겪게 되는 겁니다.


혼란스러워 보일지라도 그 속에는 ‘더 잘하고 싶은 마음’, ‘좋은 사람이고 싶은 바람’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생각이 많다는 건, 세상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하나의 말에 오래 머물고, 작은 감정에도 주의를 기울이며 내 마음을 들여다볼 줄 아는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깊이 있는 성찰 혹은 창의성을 지니고 있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생각이 많다는 건,

어쩌면 태양을 쫓는 일과도 비슷합니다.

마음속 어딘가에 분명히 존재할 ‘답’이나 ‘확신’을 향해 자꾸 걸음을 옮기게 되지요. 하지만 태양처럼, 그 답은 때로 손에 잡히지 않고 멀리에서 빛나기만 합니다. 그래서 자꾸 마음이 복잡해지고, 머릿속은 점점 바빠집니다.


가끔은 태양을 쫓는 걸 멈추고, 지금 비치는 햇살을 느껴보는 것도 좋습니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문제를 더더더 깊게 생각하고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한 걸음 물러나서 지금 내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 바라보는 일이 필요합니다.


‘나는 왜 이 생각에 이렇게 오래 머물러 있을까?’

‘지금 내가 바라는 건 무엇일까?’


단순한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다정하게 물어봐야 합니다. 스스로에게 매우 엄격하기 때문에, '잘하고 싶은, 괜찮은 사람이고 싶은, 부담되지 않는 사람이고 싶은' 이 다짐들이 자기 마음을 너무 무겁게 만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제 ‘남을 위해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과 ‘나답게 살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보세요. 혼자 너무 고민하기보다, 누군가와 나눌 수 있다면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하지만 마음을 나누고 나서도 해결되지 않는 후회나 불편감이 있을 수 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맴도는 생각을 써보거나(거창하지 않은 메모라도 좋습니다), 잠시 생각을 멈출 수 있는 다른 활동(5분 호흡 명상, 산책 등)을 찾아보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안전한 관계인 상담을 통해 생각을 나누는 것을 시작으로 가까운 누군가와 마음을 나눠보시기 추천드립니다.


상담을 하며 또 가끔은 저의 모습을 성찰하며 그 복잡함이 결코 약점이 아니라는 사실을 늘 확인합니다. 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실수를 두려워할 줄 알고, 자신을 돌아볼 줄 아는 사람이라는 하나의 증거가 아닐까요? 그 마음을 알아차리고, 스스로에게도 다정할 수 있도록 돕고 싶은 마음에 이 글을 남깁니다.

그러니 오늘 밤, 깊은 마음으로 애쓰고 있는 나를 조금 쉬게 해 주세요.


생각이 많은 당신에게, 작은 쉼의 시간이 되었기를 다정함이 닿아기를 바랍니다.






생각이 많아질 때,

내 안의 불안이나 걱정을 알아보세요.

불안에도 종류가 있다는 걸 아시나요?

(대상관계이론과 애착이론)


박해불안은 "내가 공격받을 수도 있다"는 무의식적인 두려움입니다. 이 불안이 크면, 사람들의 말이나 시선이 예민하게 다가오고, 실제보다 훨씬 날카롭게 상처를 느끼기도 합니다.

생각이 많아지는 것도,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마음의 움직임일 수 있습니다.


우울불안은 "내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을까 봐", "내가 중요한 것을 잃었을까 봐" 하는 깊은 슬픔에서 옵니다. 자책과 후회, 무기력 속에서 마음이 무너지는 느낌을 줍니다. 이때의 불안은 타인을 향한 두려움이 아니라, 사랑하고 지키고 싶은 무언가를 잃지 않기 위한 슬픈 애씀입니다.


멸절불안은 일반적인 불안보다 훨씬 원초적이고 깊은 감정을 다루는 개념입니다. 단어 그대로 이 불안은 단순히 “불안하다”, “무섭다”의 차원을 넘어서 내 존재 자체가 부정당하거나 파괴될 것 같은 감정이라 가장 깊고 본질적인 불안입니다.


이러한 불안은 우리가 아주 어릴 때부터 경험하는 마음의 줄기입니다. 그리고 생각이 많은 사람일수록 이러한 불안을 자주 섬세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불안은 우리 마음이 살아 있다는 증거이자, 내가 나와 타인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신호라는 점 기억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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