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꾸의 에니어그램 성격이야기 1부>
3번을 이해하는 핵심 문장은 '나는 성취합니다'입니다.
수정과님: 집에서만 생활한 지 3년이 좀 넘었어요? 가족들이요? 몰라요. 연락 잘 안 한 지 꽤 됐어요. 먹는 건 밤에 편의점 갔다 올 때가 전부고, 낮에는 잠만 자거나 게임하거나 그래요. 주위 사람들 중 저만 인생이 꼬이는 거 같아요. 저 고등학교 때까지 공부 잘했어요.
근데 저보다 못한 애들이 지금은 다 잘 나가고 있으니 저만 이러고 사는 거죠. 지금은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싶어요. 로또나 당첨되면 좋겠어요. 왜 이렇게 됐는 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가만히 있다가도 화가 불쑥 튀어나와요.
식혜님: 어릴 때 아빠가 저를 특히 예뻐하셨어요. 아빠는 늘 저보고 최고라고 했는데, 그 말이 언젠가부터 좀 두려웠어요. 뭐든 잘 해내고 싶은데, 뭐든 다 잘 할 수는 없잖아요. 초등학교 때 노래대회가 있었는데, 전날 너무 나가기 싫은 거예요. 그래서 아픈 척하고 집에 누워있었어요.
일이요? 일은 잘 하는 편이에요. 그러니 남들 10년 만에 갈 자리를 5년 만에 딴 거겠죠. 대신 시간이 없어요. 일 다하고 집에 가면 늘 밤 10시, 11시예요. 집에 가서도 일 생각나고. 좀 쉬는 건 잘 못하겠어요. 뭔가 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주말에 도 일 안 하더라도 뭔가 배우거나 해야 돼요. 시간이 아깝잖아요. 남자친구는 언젠가 만나긴 해야 할 것 같은데, 일단 지금은 제 생활이 더 중요해서 저한테 집중하려고요.
감잎차님 친구: 감잎차는 30년 지기 제 친구입니다. 나이 들면서 사람이 깊어지면 왜 향이 난다고 하잖아요? 그런 사람이에요. 20대 때 부터 뭐든 잘 했죠. 열심히 하고. 많이 하고. 나이 들면서 자신한테 쓰는 에너지를 다른 사람들한테 쓰더라고요. 높은 자리까지 있던 친구인데 이제는 재단을 하나 만들더니 지금은 어린아이들을 돕고 있어요. 퇴직하고 우연히 명상을 접했다고 하더라고요.
명상하면서 일에만 매달려사는 자기 모습을 봤대요. 무얼 위해 일만 하는 걸까? 문득 자신이 없는 느낌이 들었다고 하더라구요. 가족이나 자신의 마음을 돌보지 못했는데, 그걸 생각하니 나자신과 가족에게 미안하더랍니다. 지금은 충분히 행복하대요. 감잎차를 보면 저도 마음이 좋습니다.
3번 유형은 성취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는 성향이 강합니다.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이루어냈을 때, ‘잘했어’, ‘역시 너야’ 같은 말은 이들에게 가장 큰 에너지이자 위로가 됩니다. 3번 유형은 목표를 정하면 효율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강한 추진력으로 뚝딱 결과를 만듭니다.
회사에서 가장 먼저 출근해 늦게까지 일하며 뛰어난 성과를 내는 사람이 있다면 3번 유형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바쁘고, 에너지가 넘치고 자신감이 충만해 보입니다.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 보면 3번의 주된 동기는 ‘내 가치를 증명하려면 성공해야 해.’이고, 그 아래에는 ‘실패하거나 인정받지 못하면 나는 무가치한 사람이 될 거야.’라는 불안이 자리합니다.
3번 유형의 감정 흐름은 ‘성과 → 인정 → 더 큰 성과’로 이어지는 순환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누구보다 열심히 달리며, 실패하거나 멈추는 일이 없도록 스스로에게 계속 업무를 줍니다. 바쁜 가운데 공허함과 불안이 찾아오기도 하지만 그 감정을 직면하기 보다는 ‘내일 더 열심히 하면 나아질 거야’라며 일정을 짭니다. 과한 3번 유형은 쉼없이 달리는 가운데 자신의 진짜 감정을 놓칠 수도 있습니다.
어릴 적부터 ‘잘하는 아이’로 기대받고 자란 식혜님 안에는 자신이 잘해야 사랑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자리잡습니다. 그 믿음은 성인이 된 후에도 사라지지 않아, 직장에서도 빠른 성과를 이루었고, 주말조차 가만히 쉬지 못한 채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겉으로는 바쁘고 성실한 삶이지만, 그 안에는 멈추면 불안해지는 마음, 쉴 틈 없이 자신을 몰아가는 내면의 긴장이 숨어 있습니다.
3번 성향의 강점은 긍정적 추진력과 현실적 낙관주의입니다. 팀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앞장서서 ‘우린 할 수 있습니다’ 라고 사기를 북 돋우고, 실제로 결과를 이루어내 모두에게 성취의 기쁨을 선물합니다. 목표를 향해 꾸준히 정진하고 사람들에게 희망을 줍니다.
3번 유형은 감정이 종종 숨겨지기 쉽습니다.자신의 진짜 감정보다 ‘해야 할 일’에 더 집중하고, ‘보여지는 모습’에 더 신경을 씁니다. 마음이 아프거나 지쳤을 때조차 그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억누른 채, 웃는 얼굴로 또 다른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그 결과, 진짜 자신의 마음을 모른 채 살아가게 되거나, 한참 뒤에야 무기력이나 번아웃으로 무너지는 경험을 하기도 합니다.
삶에서 여러 가지 가면을 쓰기에 직장에서는 유능한 리더, 집에서는 책임감 있는 가장, 친구들 사이에서는 재미있고 매력적인 사람이 됩니다. 각자의 역할을 완벽히 수행하려는 사이, 마음속에서는 ‘나는 누구지?’, ‘나는 정말 괜찮은 사람일까?’라는 질문이 조용히 쌓여갑니다.
감잎차님은 한때 일에 몰두해 스스로를 잊고 살았지만, 어느 순간 멈춰 서서 자신을 돌아보았고,그 안에서 더 깊고 단단한 자신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3번 유형이 자신의 감정을 외면하지 않고 직면할 수 있을 때, 성과 중심의 삶이 아닌 내면의 진실과 연결된 삶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3번 유형의 감정 흐름은 '성과를 통해 사랑받으려는 마음'에서 출발하지만,결국은 '성과가 없어도 괜찮은 나 자신'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향할 때 비로소 치유되고 성숙해집니다. 그렇게 될 때, 이들의 에너지는 단순한 성공을 넘어 ‘타인을 살리는 영향력’으로 확장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