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보이지만 안 괜찮아(2번 유형)

<꾸꾸의 에니어그램 성격이야기 1부>

by 꾸준함의 꾸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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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 유형 '나는 돕습니다'

2번을 이해하는 핵심 문장은 '나는 돕습니다'입니다.


사과님: 상처를 잘 받아요. 누군가를 만날 수 있을까? 그런 생각도 들어요. 저는 한번 빠지면 다 주는 스타일이거든요. 간도 쓸개 도 다 빼서 줘요. 마음이 그렇게 가요. 부족한 게 있으면 챙겨주고 싶고, 어려운 게 있으면 도와주는 게 그게 사랑 아닌가요?


포도님: 엄마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예요. 권사신데 일주일에 3~4일은 교회 일로 바쁘세요. 엄마 종교활동은 존중해요. 그런데 교 회 일하시고 집에 와서 툴툴대는 걸 듣는 건 제가 좀 힘들어요. 교회가 작아서 일할 사람이 없다, 나 밖에 할 사람이 없고 있었던 일들을 말씀하세요. 그럼 제가 맡으신 일을 좀 줄이시거나 체력에 맞게 하라고 하죠. 그럼 또 서운해하세요. 본인이 선택해서 하신 일인데, 일하는 건 좋아하시면서 꼭 저를 붙잡고 이야기하시거든요. 이야기하다 보니 그런 역할에 제가 지 친 것 같아요.


수박님: 저는 우리 오빠가 불쌍해요. 오빠는 작년에 돌아가셨어요. 엄마가 돌아가신 뒤 1년 뒤에 따라가더라고요. 엄마가 어떤 분이었냐고요? 모든 가족들을 움켜쥐었죠. 엄마 말 한마디면 다들 꼼짝 못 했어요. 뭐 먹고 싶다 하면 누군가는 그날로 그 음식을 엄마 앞에 대령해야 했고, 어디 같이 가자 한 마디면 가족들이 다 모여야 했어요. 안 들어주면 죽는다고 바로 쓰러 져요. 어떻게 해요. 죽는다는데. 입에 거품 물고 쓰러지니까 아빠도 엄마 원하는 대로 다 해주라고 하고. 그게 벌써 10년 전 일이네요.


파인애플님: 같이 있다 보면 다른 사람들이 뭘 원하는지 잘 보는 편이에요. 모임에서 역할을 맡지 않더라도 필요한 게 있으면 몸이 먼 저 움직여요. 그 순간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게 좋아요. 실은 제가 오른쪽 네 번째, 다섯 번째 손가락을 잘 못써요. 내 몸 원 망하며 힘들었던 20대 시절도 있었는데, 생각해 보니 제겐 아직 남은 손가락이 많잖아요. 두 다리는 멀쩡하고. 그때부터 봉사를 시작했어요. 할 수 있는 거 하면 되니까요. 지금은 아주 좋아요. 나이 든 다는 게 이런 건가 봐요. 선생님도 상담하면서 힘드신 거 많으실 텐데 이렇게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번 유형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사랑받는 존재로 느껴질 때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대부분 타인의 감정에 민감하고 공감 능력이 뛰어납니다. 회사에서 동료가 힘들어 보이면 먼저 다가가 도와주고, 친구가 고민이 있으면 몇 시간이고 연락을 주고받으며 다른 사람을 챙깁니다. 이러한 행동의 바탕에는 ‘내가 누군가에게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면 나는 가치 있어.’라는 주된 동기가 있습니다.


이면에는 만약 내가 쓸모없어지면 사람들이 아무도 날 찾지 않을 거야.’하는 깊은 두려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때때로 2번 유형은 자신을 돌보는 것을 깜빡 잊습니다. 다른 사람을 돕는 건 자연스럽지만 자신의 필요와 욕구를 누르거나 인정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사랑과 인정에 대한 갈구는 어린 시절부터 형성되어 온 조건부 사랑의 기억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습니다. ‘착한 아이여야 한다’, ‘엄마를 도와야 한다’, ‘남을 위해 희생해야 칭찬받는다’는 메시지 속에서, 이들은 무의식 중에 자기 자신을 지우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래서 2번 유형은 사랑을 주는 사람으로 살아가려 애쓰고, 자신의 감정보다는 타인의 욕구를 먼저 살핍니다. 무언가를 해주지 않으면 관계가 멀어질 것 같고, 필요한 존재로 남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해 주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따라옵니다.


특히 가족, 연인, 가까운 친구처럼 소중한 사람일수록 더욱 애쓰게 됩니다. 도움이 필요하다기보다는 ‘이 사람에게 내가 꼭 필요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 때문입니다.


파인애플님처럼 건강한 상태의 2번 유형은 진심으로 베풀고, 그것에서 기쁨을 느낍니다. 돕는 순간 그 자체에서 이미 충분히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이 들고, 확인받지 않아도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자신의 고유한 사랑 방식에 대해 확신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상대의 반응에 크게 흔들리지 않지요. 이때 2번 유형의 사랑은 마치 조용히 그늘을 만들어주는 나무처럼,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깊은 안정을 줍니다.


하지만 마음이 지치거나 불안할 때는 상황이 달라집니다.
‘내가 이렇게 도와줬는데 왜 고맙다는 말을 안 하지?’
‘혹시 내가 필요 없는 사람이 된 걸까?’


헌신하고 원하는 만큼의 감사나 사랑을 받지 못하면 2번 유형은 크게 상처를 받습니다. 겉으로 표현하지 않아도 마음속에 섭섭함과 불안, 분노가 생깁니다. 그러면서도 ‘내가 더 잘해야 하나’ 자신을 탓하기도 합니다.


포도님 어머님처럼, 그렇게까지 애썼는데도 결국 관계가 멀어지는 상황을 마주하면, 2번 유형은 큰 상실감에 휩싸입니다. 그 순간 느껴지는 외로움과 공허함은 이제 아무도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일 수도 있다는 근원적인 두려움과 맞닿아 있습니다. 사랑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2번 유형은 감정의 크고 작은 파도를 겪습니다.


2번 유형의 아름다운 강점은 이타심과 따뜻함입니다. 이들은 인간관계의 윤활유 같은 존재로,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과 희망을 북돋워주는 역할을 합니다. 2번 친구가 있으면 누구나 위로받는 느낌이 듭니다. 2번 성향이 과하면 다른 사람의 신경을 많이 쓰고 의존적일 수 있지만, 적당한 2번 성향은 타인을 향한 진정한 돌봄 능력으로 발휘됩니다.


‘나는 사랑하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사람입니다.’ 2번 유형이 자신의 욕구와 상처를 솔직하게 들여다보고, 나 자신을 먼저 돌볼 수 있게 된다면, 진짜 사랑이 시작됩니다.


조건 없이 주는 사랑도, 기대하는 마음도, 모두 나를 이루는 소중한 감정이라는 걸 알게 되면, 2번 유형은 자신답게 사랑을 나누고, 함께 웃을 수 있는 삶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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