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요리를 한다. 남들과 비교하면 제법 다양한 요리를 하는 것 처럼 보이지만, 장을 볼 때 늘 손이 가는 재료는 정해져 있다. 브로콜리, 호박, 컬리플라워, 당근 등의 익숙한 채소들과 닭다리살, 몇가지 소고기 부위, 다짐육등 익숙한 부위들의 고기를 주로 쇼핑하게 된다.
요리를 직업으로 삼고 집에서도 매일 밥을 하고 있지만, 나 역시 내게 익숙하지 않은 재료는 쉽게 집어 들지 못한다.
지난 주말, 마트에서 돼지고기 안심(포크 텐더로인)을 처음 구입해봤다.
한국 사람들에게 익숙한 돼지고기 메뉴라고 하면 구이용 삼겹살이나 목살, 또는 돈까스용 고기(돼지고기 등심)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지방이 적은 안심은 '조금만 오버쿡 되어도 퍽퍽할 수 있다.' 그러므로 '요리하기 까다로울 것이다.' 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그닥 관심을 두지 않았던 부위였다. 게다가 다른 부위보다 살짝 가격대가 높다. 그런데 마침 '세일 중'이라 하니, 들고 가라는 신호처럼 여겨져서 얼른 카트에 담아보았다.
안심은 길쭉하고 단단했다. 낯선 재료를 손에 들고 잠시 망설였지만, 방법은 늘 같다. 구글에 검색을 해보면 금세 레시피가 쏟아진다. 그리고 집에 있는 조리 도구와 향신료&허브를 활용해 나만의 방식으로 변주하면 된다. 이번에는 십 년 전에 사서 딱 한 번 쓰고 넣어둔 수비드 머신을 꺼내봤다. 돼지고기에 잘 어울린다는 향신료 허브 시즈닝 역시, 갖고 있는 향신료&허브를 활용해 제조해보았다.
시즈닝을 골고루 발라주고, 수비드로 한 시간 반, 마지막엔 팬에서 겉만 노릇하게 구워냈다.
결과는 신세계였다. 돼지고기가 이렇게 부드럽고 촉촉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돼지고기는 지방이 있어야 맛있다’는 내 편견이 완전히 깨졌다. 은은하게 배어든 향신료와 허브의 향은 고기를 무겁지 않게 만들어주었다.
토요일 점심, 우리 가족은 뜻밖의 호사를 누렸다. 아이들과 남편 모두 잘 먹고, 나도 즐거웠다. 낯선 재료에 도전해본 덕분에 얻은 훌륭한 보상이었다!
사실 집밥은 반복의 연속이다. 편안하고 익숙한 맛이 주는 안정감이 있다. 하지만 가끔은 낯선 재료가 식탁을 완전히 새롭게 만든다. 요리를 자주 하는 나조차도! 새로운 재료 앞에서는 늘 망설이지만, 막상 시도해보면 그 안에는 언제나 즐거움이 숨어 있다.
나는 앞으로도 조금 더 모험을 해보려고 한다. 익숙하지 않은 재료를 장바구니에 담아보고, 향신료와 허브도 새롭게 조합해보면서... 그렇게 집밥은 매번 똑같지 않고, 조금은 진화한다.
집밥에도 모험심이 필요하다.
생각보다 그 모험은 멀리 있지 않다. 마트의 고기 & 채소 코너, 주방 구석의 향신료 & 허브 통, 자주 사용하지 않아서 캐비넷 깊숙히 들어가있는 조리 도구. 그 안에서 얼마든지 시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