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명상
헬스장에서 하는 유산소 운동은 장점이 많다.
바깥 환경이 여의치 않을 때 훌륭한 대안이 된다. 눈 비가 오거나 너무 더울 때, 혹은 일정 때문에 밖에 나가기 힘든 날에도 트레드밀 위에서는 땀을 흘릴 수 있다. 실내 운동은 계획대로 운동을 이어가게 해주는 장점이 있다.
그렇지만 솔직히 나에게! 실내 트레드밀을 뛰어야 한다는 것은 웬만하면 피하고 싶은 상황이다. 이어폰으로 관심있는 팟캐스트를 듣거나 유튜브 영상을 보지만, 금세 지루함이 밀려온다. 눈과 귀를 바쁘게 해줘야만 그나마 버틸 수 있는 게 헬스장 유산소 운동이다.
야외 달리기는 전혀 다른 세계다.
나는 뛸 때 뭔가를 듣지 않는다. 음악과 함께 달리면 (발박자와 어긋나는 음악의 비트 때문에)멀미가 나고, (팟캐스트등)말소리를 들으면 내용에 너무 집중을 해야한다. 오히려 그 덕분에 뛰는 행위 자체에 온전히 집중하게 되었다. 새소리, 바람 소리, 지나가는 차 소리 같은 자연스러운 배경음에 귀를 기울인다. 하늘을 올려다보고, 구름 모양을 살펴보고, 나무와 바람의 움직임을 느낀다. 그 모든것이 충분한 힐링을 가져온다.
며칠 전 달리기를 하다가 문득 생각이 났다. 가끔 성공한 사람들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하늘을 올려다본 게 언제인지 기억이 안나요." 늘 바쁘게 살아가다 보니 하늘을 올려다볼 틈조차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달리기를 하면서 거의 매일 하늘을 본다. 오늘은 어떤 모양의 구름이 떠 있는지, 빛은 어떤 색을 내고 있는지.... 몸을 챙기는 운동을 하면서, 동시에 그런 것까지 느낄 수 있다는 자체가 큰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야외 달리기는 몸을 단련하는 것 이상으로 마음을 정리하는 시간이다. 오늘 해야 할 일들을 머릿속으로 정리하기도 하고, 새로운 컨텐츠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한다. 아이와 나눴던 대화를 곱씹으며 해답을 찾아보기도 한다. 자잘한 생각들이 정리되면서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나에게 달리기는 운동이자 명상이다. ‘움직이는 명상’이라고 표현하는 게 가장 어울린다. 몸에 유익한 활동이면서, 동시에 맑은 정신을 주고, 삶의 작은 여유와 감사함을 선물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