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는 장기전
나는 종종 인스타그램에서 다른 사람의 러닝 계정을 구경한다. 외국인도 있고, 한국인도 있고, 트레일 러닝을 즐기는 사람도 있고, 도로 위에서 꾸준히 달리는 사람도 있다. 어떤 이들은 기록 단축을 위해 경쟁적으로 훈련하고, 또 어떤 이는 느리지만 삶의 루틴으로서 달리기를 이어간다.
꾸며진 이미지가 많은 게 소셜 미디어라지만, 그 안에서도 각자가 달리기를 어떻식으로 바라보는지 조금은 느낄 수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욕심이다. 달리기를 시작한 지 몇 년 되지도 않았는데 놀라울 만큼 성장이 빠른 사람들을 보게 된다. 달리기도 스포츠이기에 체형이나 타고난 능력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충분한 시간이 쌓이지 않은 상태에서 조바심을 내거나 욕심을 부리게 되면 결국 몸이 버티지 못하고 지속적인 부상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게된다. 현재 상태가 원하는 만큼 만족스럽지 않아도, 약간의 여유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는 이제 달리기를 시작한 지 만4년이 되어가지만, 여전히 10년 이상 달려온 사람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 차이는 단순히 기록이 아니라, 몸이 달리기에 얼마나 단련되어 있는지에서 나온다. 달리기는 하루아침에 성과가 나는 운동이 아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결국에는 느리더라도 꾸준하게 체계적으로 쌓아 올린 사람이 오래 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 역시 가끔 부상을 입을 때가 있다. 대부분은 작은 근육 부상인데, 한번은 오른쪽 사타구니 통증이 찾아왔었다. 다리가 찌릿하고 힘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불안해서 어떻게든 계속 조금씩 달렸는데, 내 유튜브 구독자 한 분이 '그냥 푹 쉬는게 나을거 같아요.'라고 메시지를 보내주셨다. 그때는 마지못해 다른 가벼운 운동만 하며 2주 가까이 달리기를 쉬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잘한 선택이었다. 쉬는 게 오히려 더 빠른 길이 될 때가 있다.
통증이 있는데도 참고 달리거나, 배고픔과 갈증을 억지로 버티며 달리는 모습을 종종 본다(사실 꽤나 자주 본다!). '발목 통증 있었지만 뛰다보니 좀 괜찮아져서 끝까지 마무리 했어요.' '20-30키로 무보급, 무급수'.....
그것을 ‘정신력’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듯 하다.
하지만 진짜 정신력은 몸을 돌보고, 필요할 때 쉬고, 잘 먹고, 보강 운동을 하면서 꾸준히 이어가는 데 있다. 그래야 오래오래 그리고 행복하게 달릴 수 있을 것이다.
당장의 빠른 기록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이다. 내키지 않더라도 천천히 달리면서 거리를 늘리거나, 느린 페이스로 매일 뛴다거나 하면서 양을 쌓아가는 방법이 있다. 보강 운동을 체계적으로 병행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가벼운 근력운동으로도 충분하다!!) 결국 이렇게 해야 더 빨라지고 단단해진다.
달리기는 장기전이라고 생각한다.
당장 눈앞의 기록에 조바심을 내기보다는,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에 집중하면 어떨까?
매일의 작은 훈련들이 쌓여 언젠가는 원하는 지점에 닿는다.
아프면 제발 쉬자!! 그것이 결국 더 멀리, 더 오래 달릴 수 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