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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무시할 수 없는 작은 습관

움직임이 삶에 스며드는 순간

by Mindful Clara

흑백논리의 끝, 요즘 미디어

요즘 미디어를 접하다 보다 보면 운동에 관한 자극적인 정보들이 정말 많다.

“걷기는 운동이 아니다”, “트레드밀 달리기는 무릎만 망친다”, 라는 식이다. 물론 어떠한 연구를 가져와서 하는 얘기일테고, 작은 부분만 봐서는 일리있는 주장이라고 할 수도 있다. 걷기만으로는 특정 근육이나 관절을 충분히 강화하기 어렵고, 잘못된 방법으로 운동한면 부상을 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걷는 게 아예 운동이 아니라는 식으로 단정짓는 말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미디어에서는 자극적인 타이틀을 내 걸며 많은 청중의 시선을 끌려고 한다. 불편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걷기와 달리기

나는 어릴 때부터 걷는 걸 좋아했다. 웬만한 곳은 다 걸어 다녔고, 밖에서 많이 먹은 날에는 운동이랍시고 몇시간씩 걷기도 했다. 특별한 운동은 하지 않았지만 다리 근육은 늘 튼실했다.

그런데 달리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깨달았다. 종아리와 허벅지는 근력이 평균 이상이었지만, 그것들을 이어주는 관절은 그렇지 않았다. 피곤하면 허벅지와 엉덩이 뼈가 만나는 부분이 욱신거렸고, 달리기를 시작하자마자 무릎이 나갔다. 그제서야 알았다. 걷기만으로는 관절과 그 주변 근육을 충분히 발달시키기 어렵다는 사실을.

전문가들이 강조하듯, 우리는 특정 근육이나 관절을 겨냥한 ‘효과적인 운동’을 반드시 해줘야 한다. 나이가 들 수록 말이다. 단순히 많이 걷는 것과 체계적으로 몸을 강화하는 것은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걷기를 무시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걷기 운동'을 아무 의미 없다고 치부할 수는 없다. 매일 걷는 습관이 있던 사람과, 늘 집에 앉아만 있던 사람 중 누가 더 쉽게 새로운 운동을 시작할 수 있을까? 당연히 걷는 습관이 있던 사람이다. 걷기는 ‘움직임 자체’를 생활화한다. 나 역시 과거에 정말 말도 안 되게 많이 먹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도 체중이 심각하게 불어나지 않았던 이유는, 매일 꾸준히 걸었던 습관 때문인 것 같다. 걷는다는 것이, 몸을 균형잡히게 발달시켜 주지는 못했어도 최소한 건강을 지켜주는 버팀목이 되어 준 것이다. 운동으로 가는 길목에서 걷기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출발점이다.


한국 vs 미국

얼마 전 한국을 방문했다. 늘 아침 5시 15분쯤 개천 주변 산책로를 달리러 나갔었는데,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었다. 대부분은 걷고 있었지만 활기차고 건강한 아침 풍경이었다.

반면, 내가 사는 미국 텍사스 교외 집 근처에도 아름답고 널찍하게 조성된 산책로가 있다. 나무도 많고 길도 잘 닦여 있지만, 사람은 많이 보이지 않는다. 나처럼 뛰는 사람, 개를 산책시키는 사람, 아시아인들 정도가 종종 마주치는 사람들이다. 차로 이동하는 생활이 익숙하다 보니 일상 속에서 걷는 습관이 자리 잡지 못한 것이다. 이 차이는 결국 건강과 비만율의 차이로 이어진다. (물론 가공식품&패스트푸드등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움직이는 습관을 절대 무시할 수 없다.) 한국에서는 걷기가 일상에 스며들어 있고, 미국에서는 아이스크림 하나도 차안에 받아먹는 문화가(모든 것이 드라이브 쓰루) 건강 문제로 연결된다.


걷기의 의미

걷기는 모든 걸 해결해 주는 만능 운동은 아니다. 근육을 체계적으로 발달시키거나 관절을 강하게 만들려면 근력 운동과 적절한 유산소 운동이 필요하다. 하지만 걷기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걷기는 몸을 움직이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며, 다른 운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다리 역할을 한다.

장수하는 노인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매일 조금씩 움직이며 집안일을 하고 가볍게 걸어 다니는 것이 그들의 공통점이다.

‘걷기는 운동이 아니다’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걷기는 평생 건강을 지켜주는 작은 생활 습관이다. 매일의 움직임이 쌓여 우리의 몸을 지탱하고, 계속 움직이는 삶 속에서 우리는 건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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